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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어쩌면 의학의 승리
쥘 로맹 지음, 이선주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9월
평점 :

** 모든 사람은 잠재적 환자다.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 약을 팔기 전에 병을 먼저 팔라! 건강에 대한 강박 증세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자화상, 의학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풍자, 100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대중 선동의 영향력을 보다 심오한 방식으로 고발한 고전 희곡 작품이다.
의사 선생님 크노크가 시골 마을인 생모리스에 부임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크노크의 의학적 신념은 건강하다고 자부하던 사람마저도 나에게 병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p.67 우리가 청중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그들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효과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쉽게 발 뻗고 잠들지 못할 겁니다!
질병이라는 벼라을 맞고서야 깨어나는 식으로, 건강하겠거니 하면서 잠드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과오거든요.
의사 선생님 크노크는 무료 진단을 해주기도 하고 돈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을 나눠 병원 처방을 받게 하기도 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진료를 받게 요구하지 않는다.
그의 진료방식은 인간의 건강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고도의 상술이다.
p.127 그냥 별다른 생각이 없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선생님이 제게 넘기셨지요.
제 역할은 그들에게 의료적인 생각을 심어가면서 의료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이지요. 그들을 침대로 이끌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는 겁니다.
결핵, 과민증세, 동맥경화, 뭐든 좋은데, 아이고 맙소사!
아무 이상 없이 멀쩡한 사람, 건강한 사람은 도저히 그냥 잠잠히 눈 뜨고 볼 수가 없지요.
우리는 몸의 작은 이상 증세만 나타나도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된다. 공교롭게 검색 엔진에서 나오는 답변은 나에게 생긴 작은 이상 증세를 방치하면 중병에 걸리거나 사망에 까지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방송매체에서도 영양제와 건강식품이 채널을 돌릴 때마다 방영되고 있다. 일상적인 작은 불편함에도 병원을 찾기도 하고 영양제를 과다 복용하기도 한다.
크노크에서는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현대인들에게 생긴 건강염려증을 풍자했다.
우리는 지금 나도 모르는 사이 의학을 숭배하고 정신과 육체를 조정하는 전체주의에 빠져들어 있는 건 아닐까 ...
**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