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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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끊임없이 사회 구성원의 책임감과 의무를 잊지 않기 위해 읽어야할 책이다.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혹은 세상에 나가기 전에 프롤로그 마냥 읽혀야겠다.
나이가 차서 '성인'이 된게 아니라 그만큼의 무게와 의무를 지닌거라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말그릇』에 이은 또 하나의 나의 인생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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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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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딱 필요하던 찰나였다.
덜 느끼려고 하다보니 감정이 사라진 것 같아서, 움직이지 않는 감정이 없어진건 아닌지 두려워서 감정을 자극하는 소설을 읽고 싶어 고른 책인데 너무나도 딱 맞았다.
정말 25페이지만에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쭉.
읽는 내내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사람』과 우울감의 무게가 존재한다는 공통점을 느꼈다. 김영하 작가가 그린 우울은 절벽 줄타기처럼 위태롭고, 금방이라도 옆으로 고꾸라질 것 같이 느꼈는데 김애란 작가가 그린 우울은 섬세하다. 그리고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옴니버스식 구성이고, 작품마다 작가는 목소리를 바꾸고 있다. 한 사람이 다른 환경의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낸다는건 참 대단하다. 어떻게 감정을 묘사하고, 읽어내고, 전달하는걸까? 상황과 심리 묘사에서 정말 감탄했다. 츠바키 문구점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생생함이다.
책을 관통하는 단어는 "부재"와 "극복"인 것 같다. 정말 소중한 사람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비록 바깥은 여름이지만 정작 주인공들은 시간에 관해 얼마간은 잊은 채로, 그래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은 시간들을 살아낸다. 그리고 바깥은 여름이지만 선풍기 앞에만 앉아있지 않고 '극복'해보려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제목을 다시 곱씹으니 바깥은에서 주인공들이 실내 혹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다는 생각도 든다. 바깥은 싱그러운 여름이지만 난 나가지 못했다.는 투의 느낌?
가을을 시작에서 감성을 채워준 책이다ㅎㅎ

p.13 이십여 년간 셋방을 부유하다 이제 막 어딘가 가늘고 연한 뿌리를 내린 기분, 씨앗에서 갓 돋은 뿌리 한 올이 땅속 어둠을 뚫고 나갈 때 주위에 퍼지는 미열과 탄식이 내 몸안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퇴근 후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이상한 자부와 불안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요즘 아버지가 부쩍이나 안쓰럽고 존경스럽다. 한창 읽고 있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통해 우리 아빠를 힘들게한 사회를 원망하고 있다. 우리 아빠도 복지가 좋은 나라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된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무서운 꿈은 안꿔도 될텐데.. 아버지 존경한다. 아버지 능력 덕분에 등록금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꽤나 오랫동안 철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런 슈퍼맨이 유학을 당장에 못보내줘 미안하다고 하신다. 정말이지 눈물날 것 같다. 감사하고 안쓰러워서. 28살이고, 내 삶을 내 힘으로 개척하는게 맞는건데 왜 나의 무능함과 게으름에 아버지가 죄책감을 느끼시는지..우리 앞길에 대해 충분히 준비해주셨는데..뭐가 또 그렇게 미안하시고 불안하신지..아버지들 모두 존경스럽다. 그리고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데도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드는 사회가 개탄스럽다.

p.20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싸여 인생이 된다는걸 배웠다. 욕실 유리컵에 꽂힌 세 개의 칫솔과 빨래 건조대에 널린 각기 다른 크기의 양말, 앙증맞은 유아용 변기 커버를 보며 그렇게 평범한 사물과 풍경이 기적이고 사건임을 알았다. 아내와 나는 식탁에서 영우를 먹이고, 혼내고, 어이없는 말대꾸에 그만 허탈하게 웃어버리고, 그 와중에 권위를 잃지 않으려 재빨리 엄한 표정을 짓곤 했다. 영우는 거기서 젓가락질을 배우고, 음식을 흘리고, 떼쓰고, 의자 아래로 기어들어가고, 울고 종알종알 분홍 혀를 놀려 어여쁜 헛소리를 했다. 그러니까 거기 사 인용 식탁에서. 식탁과 맞붙은 산뜻한 올리브색 벽지 아래서. 집 앞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복분자액은 바로 거기 튄 거였다.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 평범한 일이 기적이고 사건이다. 스키부 합숙이 생각난다. 가족이 무탈하고,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야 합숙을 맘편히 할 수 있다는 걸 4학년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조금 더 빨리 깨달을걸..당연시 여기지 말고 감사하다고 더 얘기할걸..
-영우가 사고로 죽었다. 또 난..상상할 수가 없다 얼마나 괴로울지, 얼마나 어이없고 화가 날지..마음이 너무 아팠다. 머리 속에 파노라마로 장면이 만들어져 지나간다. 묘사를 참 잘하는 작가다...마음이 저리다. 어린 생명은 지켜져야한다. 스스로 그럴 힘이 너무나도 부족하니까. 반드시 지켜져야한다..

p.116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누군가 찾아온대도 안개에 가려 결코 못 알아볼 것 같은 밤. 수백 명이 왕왕거리는 횟집에서. 모두 소리 높여 떠드는 가운데 아무 말도 않는 사람은 이수와 도화 둘뿐이었다.
-오래된 취준의 끝은 이별인 레퍼토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도 있었고, 오늘날에도 있고. 나의 속도도 모르는데 두 사람이 함께 속도를 맞춘다는게 기적이다. 노력으로는 안되는게 있으니...연인이 만나고, 유지되고, 헤어지고 이 모든건 정말 누군가 짜놓은 스토리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 같다. 한 주인공은 갑자기 왜그러냐며 당황할거고 한 주인공은 그동안 많이 참았다고 할거고. 매 편의 연극에서 역할은 바뀐다. 그러면서 전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청년들이 마음껏 사랑하게 사회가 도와주었으면 좋겠는데..

p...그때서야 도화는 어제 오후, 주인아주머니를 만난 뒤 자신이 느낀 게 배신감이 아니라 안도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수 쪽에서 먼저 큰 잘못을 저질러주길 바라왔던 것마냥. 이수는 이제-어디로 갈까?
-이와 같은 감정을 나만 느낀게 아니었구나. 지은이도 느꼈고, 도화도 느꼈고, 작가도 느꼈구나. 헤어지고 싶을 때 그 말을 하기엔 너무 많은 생각과 감정이 밀려오고 그냥 편하게 먼저 잘못해주길 바라는...그 때 화가 나기 보단 휴..잘됐다 이런 마음이 드는거..용기 없는거 아는데 참 이용하기 용이한 상황이다..

p.132 중앙은 멸종 위기에 처한 언어를 보호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단지를 세웠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리고 그건 중앙에서 내심 바라는 바였다. 그들은 잊어버리기 위해 애도했다. 멸시하기 위해 치켜세웠고, 죽여버리기 위해 기념했다.
-그렇다. 명백히 반대를 위해 그에 반대되는걸 하고 있다. 위선의 극치이고, 계산기의 극치이다. 죽여야 기념을 할 수 있으니까..뒷통수에 자극이 온 대목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대처도 한번씩 곱씹어 보게 될것 같다.

<풍경의 쓸모>
p.150 햇빛이 충분치 않은 공간에선 이따금 플래시가 터졌다. 사진기는 펑!펑! 시간에 초크질을 하며 현재를 오려갔다. 플래시 소리는 낙하산 퍼지는 기척과 비슷해 우리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살았다는 안도를 줬다. 운전자를 덮치는 에어백마냥 푹신한 충격을 줬다...어머니가 "펑!" 불빛을 터뜨리면 선택되지 못한 나머지 풍경이 하얗게 날아갔다.
-이 후로 몇 장을 더 썼는데..쓰다가 날아갔다ㅠㅠㅠㅠ
사진 찍는 순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특히 현재를 오려갔다라는 표현. 삶이라는이어진 천에서 현재, 지금을 펼쳐가며 흘려보내지 않고 오려서 간직한다는 느낌.
사진을 찍는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오래도록 다시 꺼내보고, 추억할 수 있게 잠시 멈추고 기록한다는 것.

p.156 1월. 연이은 한파와 폭설 속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분주해 보였다. 반면 차창 너머 여름은 느긋했다. 푸르고 풍요롭고 축축해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된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스노볼을 쥔 기분이었다. 유리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인. 시끄럽고 왕성한 계절인. 그런.
-대조는 이렇게 쓰는거구나! 대조의 효과를 근래에 이렇게 크게 느껴본적이 없다.
2014년 여름. 나는 발전한 제도와 사람들의 워라밸이 충족되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유럽에 있었다. 그 속에 있으면서 나도 그들처럼 아침에 빵을 먹고, 커피를 느긋하게 마시고, 그들에 가까워지려 그들을 동경하며 지냈었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한국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봤다 우연히. 한국은 여전히 세월호로 아팠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비방당하고 있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했고, 사람들은 여전히 열심히 밤낮없이 일하고, 워라밸이라는 단어에서 '워'만 남은 그런 모습들. 한동안 이 사회에서 떨어져있으니 같은 마음으로 분개하지 않아도 됐고,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됐다. 참 편했다. 가끔 이런 사회 탈출이 필요하다고도 느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고..

p.158 풍경이 더이상 풍경일 수 없을 떄, 나도 그 풍경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 순간 생긴 불안이었다. 서울 토박이로서 내가 '중심'에 얼마나 익숙한지, 혜택에 얼마나 길들여졌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내가 어떻게 중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 잘 보였다.
-풍경이 더이상 풍경일 수 없을 때.란 어떤 의미일까? 내 뒷배경처럼 아주 가깝게 붙어있어서 볼 수 없는 그런? 더이상 낯설지 않고, 익숙하고,그렇기에 새로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서울'이라는 곳에 모든게 이뤄진다고 한다. 전시, 공연도 서울에서 열리고, 연예인들도 다 서울에 있고, 기업 본사도 서울에 있고. 이런 말을 들을 때 나도 그제야 서울에 산다는게 혜택을 받은거구나 느낀다. 정우도 그런 혜택을 받으며 살았기 때문에 그 당연함이 없는 환경에서 중심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p.163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아도 손해 보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왔거나 반대로 그렇게 잃은 것들을 향해 복수하듯 떠들어대는 성격인 듯 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정말 다 이런가보다..ㅋㅋ 그들의 부유한 성장배경 때문이든 아니면 독야청청 고귀한 그들의 자존에 대한 보호 때문이든...눈치를 본다는 것, 갖고 싶은 것이 있지만 양보한다는 것, 원만하게 넘어간다는 것, 손해보거나 기분이 나빠도 그냥 넘어간다는 것. 나는 눈치를 예민하게 섬세하게 많이 보는 터라 눈치가 가끔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의 발언으로 분위기가 싸해지거나 정적이 흐르거나. 이런 것에 대한 두려움을 좀 없애고 싶다.

p.175 아버지는 전보다 더 늙어 있었다. 아마 아버지의 눈에 비친 나도 그랬을 거다. 총기 흐려진 눈, 주관과 편견이 쌓인 입매, 경험에 의지하는 동시에 체험에 갇힌 인상을 보았을 거다.
-말을 예쁘게, 생각을 예쁘게 가져야겠다고 다짐한다. 주관과 편견이 쌓인 입매. 생각을 말로 전하다보면 전하는 말의 성격의 따라 입매가 올라가고 내려가고. 예쁘게 말하고 생각해야겠다. 예쁜 입매, 적어도 추하고 내려간 입매는 갖지 말아야지.
경험에 의지하는 인상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데 체험에 갇힌 인상은 모르겠다. 사람은 나이를 들수록 자신의 경험에 더 자부심을 갖게 되고, 그 경험으로부터 얻은 지식과 지혜와 대처방식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체험에 갇혔다는 말을 무슨 뜻일까?
" '경험'은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을 뜻하는 말이고, '체험'은 '자기가 몸소 겪음 또는 그런 경험'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러한 뜻풀이에 따르면, '경험'과 '체험'이, 쓰이는 맥락이 확연히 구별되는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차이점이어서 당장 네이버 검색을 했다. 별 차이 없단다. 체험에 갇힌..왠지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세상을 판단한다는 그런 느낌. 나이 든다는 것. 새로운게 없어 재미없다고 조교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좋아하고, 새로운 일에 가슴 뛰는 그런 사람으로 늙고 싶다.

<가리는 손>
p.189 한동안 나 자신이 비리고, 뜨겁고, 미끌미끌한 덩이로 느껴졌다. 이름이 지워진 몇십 킬로그램짜리 영양 공급 팩이 된 기분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나를 그렇게 대했다. 그게 격려나 존중의 형태였대도 그랬다. 영화나 드라마 속 산모는 내색 않던데, 나는 수유가 참 힘들었다. 젖 뭉침에, 유선염증에 유두 끝이 불에 덴 듯 쓰린데, 배가 고파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릴 수도 뺄 수도 없어 나도 같이 울어버린 게 몇 번이었다. 더구나 돌 무렵엔 이 나느라 잇몸이 간지러운지 재이가 내 젖꼭지를 자주 깨물었다. 어느 땐 하도 세게 물어대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아이를 던질 뻔한 적도 있었다.
-오마이갓...모유수유..출산도 너무 겁나는데 모유수유도 겁난다..ㅋㅋ 정말 세세하게 묘사가 되어있다. 자신이 모유수유를 하면서 느낀 감정과 육체적 고통을. 남자들도 이런 고통을 어슴프레라도 짐작했으면 좋겠다.

p..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건 어른들도 잘 못하는 일 중 하나이니까. 긴 시간이 지난 뒤, 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앞으로 아이가 맞이할 세상은 이곳과 비교도 안 되게 냉혹할 테니까. 이 세계가 그 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되리라는 것 역시 아직 알지 못할 테니까.
-맞다. 스물일곱 때도 그랬고, 스물여덟도 그렇다. 익숙한 것과 헤어지려면 정말 많이 아쉽고, 꼭 그래야만 했을까와 그러지 말걸이라며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원망을 보내고, 그 사실에 아프고. 정말 잘 못하겠다.
거절과 상실의 경험. 너도 가지지 못할 때가 있고, 니가 가진 것을 빼앗길 수도 있고. 교육은 참 어렵다..강아지들도 젖을 떼는게 그들이 경험하는 첫 거절이라고 한다. 그런 거절의 경험이 쌓여 성견이 되어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당하는 거절의 화살을 견뎌낼 수 있다고.
차가움을 견디려 뜨겁게 미워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의 무지와 무관심으로부터 너무 차가웠고, 이를 견디려 촛불을 들며 정말 뜨으겁게 그녀를 미워했다.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받으니 이치를 깨달은 듯한 느낌이다.

p...그날 네가 얼마나 어렵게 노래를 마친 건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내게 교회는 늘 안전한 장소처럼 보였으니까. 종교를 갖지 않은 내가 굳이 아이를 그곳에 보낸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처럼. 돈버느라 재이 곁을 떠날 때 나 대신 누가 아이 옆에 있어주길 바랐나보다. 그게 나와 전혀 면식 없는 신이라 해도.
-부모의 마음은 이런거구나. 부모도 아이로부터 독립하지 않으면 참 많이 불안해야한다는걸 우리 부모님을 보며 느낀다. 그러면 자식은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려 다른걸 더 해내보여야만할 것 같은 의무가 든다. 기대하던 취직자리에서 떨어지고, 티비를 보는데 우리나라는 예능에서조차 "가족"의 소중함을 설파하려 애쓴다. 성공했다 그 설파. 가족은 한없이 따듯한 존재이고, 비록 티비에 나오는 장면은 그들의 수많은 좋고 나쁜 순간 중 좋은 순간들 뿐이겠지만, 가끔은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고, 그래도 돌아올건 여기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가끔은 떠나 있고 싶은 그런 존재이다. 응? 갑자기 왜 얘기가 이리로 튀었지?

p.199 요양병원에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많다. 전쟁을 겪은, 전쟁을 아는, 여전히 전쟁중인 분들이. 여느 무리가 그렇듯 그중에는 좋은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 고집스러운 얼굴로 이상한 식탐을 부리고, 비위를 맞추면 반말하고, 사무적으로 대하면 훈계하고, 식사 후 아무 할 일도 없으면서 새치기하고...-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가진 도덕이, 가져본 도덕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 가까운 예로 왜 말을 저렇게 밖에 못할까, 왜 저렇게 생각할까? 그들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그들의 정체성을 들먹이며 이해할 시도조차 하기 싫을 때가 다반사다. 그럴 때 '카베진'처럼 들으면 그래~그래서 그런가보다. 하며 단박에 날 이해시키고, 머리도 식혀주는 말이 있다. 이 문장도 그렇다. 두고두고 기억해야지.
"가진 도덕이, 가져본 도덕이 그것밖에 없다."
이 말은 흘겼던 눈을 동정하며 한 층 깊게 바라보는 눈으로 바꿔줄 것 같다. 실천해봐야겠다.

p.212 애가 어릴 땐 집 현관문을 닫으면 바깥세상과 자연스레 단절됐는데. 지금은 그 '바깥'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모양이다. 아직까진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모바일 게임을 하고,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즐겨 보는 정도 같지만, 가끔 아이 몸에 너무 많은 '소셜'이 꽂혀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온갖 평판과 해명, 친밀과 초조, 시기와 미소가 공존하는 '사회'와 이십사 시간 내내 연결돼 있는 듯해. 아이보다 ㅁㄴ저 사회에 나가 그 억압과 피로를 경험해본 터라 걱정됐다. 지금은 누군가를 때리기 위해 굳이 '옥상으로 올라와'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니까. 아이가 지금 나와 식사를 하는 중에도 실은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으며 피 흘릴지 몰랐다.
-이 대목도 참 현상을 잘 풀어냈다. 소셜이 아이 몸에 꽂혀있다고 표현함으로써 사회가 아이에게 아픔을 줄 것이다라고 예측하고 있다. 소셜의 순기능은 사람이 외롭지 않게 서로서로 연결되어 일상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가상의 마을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cyber bullying은 폭력이다 정말. 부모는 울타리를 가상의 마을에서까지 쳐줘야한다.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을 모두 통제할 수 없으니 스스로 지키는 법을 가르치는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언제든 나에겐 말해도 된다고, 말할 때 화부터 내지 않고 귀부터 여는 그런 엄마가 되는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야겠다.

p.. 어느 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강렬하고 빠른 속도로 휙. 그렇지만 각자 내부에 무언가가 타서 없어졌다는 건 알아. 스쳤지만 탄 거야. 스치느라고. 부딪쳤으면 부서졌을 텐데. 지나치면서 연소된 거지. 어른이란 몸에 그런 그을음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르겠구나. 그 검댕이 자기 내부에 자신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암호를 남긴. 상대가 한 말이 아닌. 하지 않은 말에 대해 의문과 경외를 동시에 갖는...'이해'는 품이 드는 일이라, 자리에 누울 땐 벗는 모자철머 피곤하면 제일 먼저 집어던지게 돼 있거든.
-암호란 자신이 내린 상황에 대한 정의와 상대가 하지 않은 말을 상상하며 만들어낸 문자일 것이다. 나도 암호를 참 많이 만들었고, 그 안에 꼬여있었다. 그런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어쩔 수 없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 우린 끝났다. 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두었다. 그러고나니 마음이 한결 더 편해졌고.
서로가 만나 연소되었다는건 타는 과정보다는 연소되어 CO2로 날아가버렸다로 이해된다. 서로에 대한 미움도, 그리움도, 사랑은 더더욱 남아있지 않은 그런, 모든 걸 다 쏟아부은 상태. 어른은 상처 받고, 상처를 그대로 두거나 회복하려 애쓰면서 산 흔적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나보다.

p.215 해마다 아이 생일 초를 밝힐 때면 기쁘고 엄숙한 마음이 든다. 긴 하루가 모인 한 해, 한 해가 쌓인 인생이 얼마나 고되고 귀한 건지 알아서.
-앞의 영우 편에서도 부모가 말하는 아이의 시간들, 날들, 인생들에 대한 표현이 참 좋다. 일일히 다 기억할 순 없지만, 그 기억에 남지 않는 수많은 날들과 기억에 남는 몇 날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쌓여 지금의 인생이 되었다. 난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목적지로 보이는 듯한 섬은 간간히 눈 앞에 나타나는데 물 속으로 꺼져버려 마음도 같이 훅 하고 내려앉는다. 지금도 나중에 돌아보면 그냥 별다를거 없는 그런 날들일텐데..조급해하지 말아야겠다.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건.

p.220 어두운 겨울밤. 아이와 나 사이에 노란 빛이 일렁인다. 불빛 아래서 우린 왜 조금씩 달라 보일까...그런데 그걸 본 순간 내 속에서 짧은 탄식이 터져나온다. 웃음 고인 아이 입매를 보자 목울대가 매캐해지며 얼굴에 피가 몰린다. 불현듯 저 손, 동영상에 나온 손, 뼈마디가 굵어진 손으로 재이가 황급히 가린 게 비명이 아니라 웃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그렇다면 그동안 내가 재이에게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놀라고, 소름이 돋았을까..정말 허탈한 순간이었을 것 같다. 자식이 몇 해째 준비하던 시험에 떨어지거나 취업에 또 막혔을 때보다 더. 엄마로서도 정말 인간적인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부모의 역할에서부터 요즘 아이까지. 나도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가족을 지키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돈도 벌고, 그 바쁜 와중에 육아도 하고 정말 우리나라사람들 많이 투자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 아이의 생각의 척추, 인성에는 관심이 없는건가 싶다. 저마다의 교육철학이 있는거라지만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하는데..물론 나도, 내 또래도 이걸 잘하고 있는건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 우리때는 안그랬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건 젊은 꼰대 경보령이겠지.. 정말 고민이다. 어떻게 키워야하나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하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p.228 유리벽에 대가리를 박고 죽는 새처럼 번번이 당신의 부재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야 나는 바보같이 '아, 그 사람, 이제 여기 없지...'라는 사실을 처음 안 듯 깨달았다.
-상실의 아픔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중학교 1학년 때였다. 교실로 난 긴 복도를 걸어가는데 복도 끝에 실내화 주머니 같은 물체가 앉아있다가 푸닥푸닥하더니 반대편 복도 끝에 난 창문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부엉이 같은 거였다. 부엉이도 창문인 줄 몰랐겠지. 닫혀있는지 몰랐겠지. 떨어지고 나서야 밖이 아니었구나 당황했겠지..

p.245 우리는 웬만한 일엔 크게 들뜨거나 실망하지 않는 삼십대 중반의 말투로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호수에 돌을 던져도 파장이 웬만해선 일지 않던 감정이 연이은 탈락탈락탈락 소식에 이제는 파도가 친다. 삼십대 중반이면, 어느 정도, 나이에 맞는 일들을 겪다보면 조금 더 큰 돌이 떨어져도 파도가 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도 했다. 앞으로 닥쳐올 일이 이보다 크면 클텐데, 면접에서 떨어지기 전인 어제와 떨어진 오늘은 별반 다를 거 없는데 그만 털어버리자 싶었다. 그래. 앞으로 상처받을 일이 수두룩할텐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되지!

p.261 현관 앞에 서서 당신 것과 내 생일을 섞어 만든 비밀번호를 눌렀다...고요하고 어둑한 안방에서 '우리집 냄새'가 났다. 당신과 같이 만든 냄새였다...붉은 반점은 한국에서부터 내 몸에 들러붙어 영국까지 따라왔다, 기어이 같이 귀국했다. 농작물을 해치는 메뚜기떼처럼 우르르 몰려와 성실하게 내 몸을 갉았다.
-같이 만든 냄새. 또 보물같은 표현을 발견했다. 묘사할 때 전혀 예상치 못한 것과 어우러지게 하는게 작가의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같이 생활하며 같이 남기고 , 만든 냄새. 냄새도 참 사람 어지간하게 잘 기억하게 한다.

p.265 ..몇 번이나 연습했을 문장들이 직선 위에 불안정하게 서 있었다. 한 자 한 자 그 글씨를 따라가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라는 부분에선 그만 쓸쓸하게 웃어버리고 말았다...눈앞에 얼룩진 문장 위로 지용이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살려주세요. 소리도 못 지르고 연신 계곡물을 들이키며 세상을 향해 길게 손 내밀었을 그 아이의 눈이 아른댔다.
-그냥 얼핏 상상해도 숨이 멎을만한, 마냥 안타까움에 눈물이 흐를만한 대목..

p..잠시라도, 정말이지 아주 잠깐만이라도 우리 생각은 안 했을까. 내 생각은 안났을까. 떠난 사람 마음을 자르고 저울질했다. 그런데 거기 내 앞에 놓인 말들과 마주하자니 그날 그곳에서 제자를 발견했을 당신 모습이 떠올랐다. 놀란 눈으로 하나의 삶이 다른 삶을 바라보는 얼굴이 그려졌다. 그 순간 남편이 무얼 할 수 있었을까...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당신을 보낸 뒤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허물이 덮였다 벗어졌다 다시 돋은 내 반점 위로. 도무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얼룩 위로 투두둑 퍼져나갔다. 당신이 보고 싶었다.
-또 하나의 부재가 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해도 왠지 이 분은 뛰어드셨을 것 같다. 물놀이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고, 참 멋있다는 생각이 두번째로 든다. 가끔 상상한다. 내 앞에서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어쩌지, 돕다가 나도 위험해질 그런 상황이 생기면 어쩌지? 용기를 낼 것이다. 지금은 사회 구성원, 시민,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이 펌핑된 시점이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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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연애의 기억.
마지막까지 '연애'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절절한, 끝까지 내려가봤던,
'기억'하고 싶건 아니건 머리에 남아있는 사랑 이야기.
표지에 따듯한 햇살 한줄기도 들어오고 하길래 또래, 한 대학다닐 때즈음의
강렬한 사랑이야기가 흐를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책 초반에 테니스 복식 후에 차로 데려다줬고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라기에 책 끝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다 하고 몇 장 안가 짧은 생각에 대해 후회했다.
어린, 아니 이제 갓 성인이 된 미숙아와 삶에 중심이 가족에서 조금은 벗어나도 될만큼 나이 든 중년 여성 사이의 사랑.
드라마와 영화로 학습되어 있었던 그런 뻔한 결말말고,
정말 박차고 나가서 행복하게 살았'읍'니다. 이런 결말을 기대했다.
이 또한 책장을 넘기고 넘기고 넘길수록, 중반, 후반, 결국 마지막으로 갈 수록 깊고 깊은 탄식과 후회가 밀려왔다.
말을 하는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요즘이지만 케이시 폴. 미웠다.
물론 그가 처한 상황, 정신차려보니 자기도 모르는 곳에 닿아있고,
그렇다고 노력을 안한것도 아니니 이 친구 탓만 할수는 없다.
수전도 헨리로드에서 '자신'을 실재할수 있게하는 활동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집에서 폴이 아침에 나간 그 문을 돌아올때 열리는 순간만 기다리지 말고..
그랬다면 상상하기 너무 힘들지만..그 무료한 시간, 두고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아주 잠시나마 그녀를 위해 잊을 수 있지 않았을까..안타깝다..많이..
여기서 또 한번 느낀다.
사랑이나 일이나..그 어떤 걸해도 '나'는 지켜야한다는것. 너무 빠지지 말아야한다는것.

p.114
"그랬지.그러니 이렇게 이상하게 칠을 한 마네킹을 직접 본 사람도 많았겠지만, 그보다는 뉴스영화에서 그 사람을 본 사람들은 훨씬 많은 거야. 사람들이 그에게서 기대하는 모습 그대로 비춰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처칠이 카퍼레이드를 하며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전 허옇게 분칠한 처칠의 모습을 보며 이질감을 느낀 케이시 폴이 이렇게 말한다.
연기를 하는 배우들 뿐만아니라 모두가 이러한 시선들, 남들이 보기에 좋은 모습,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할 모습으로 허옇게 분칠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
내 얘기다. 사실 철마다 노동의 가치를, 땀의 무거움을 알 수 있는 제철알바도 하고 싶고, 내일 당장 떠나 형편 될 때까지 여행하다 오고 싶고.
그치만 착실하게 학교도 나가고, 취지자리도 알아보는 "착한 딸"의 모습에서 쉬이 벗어나질 못하겠다. 그리고 이런 나를 보며 안도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이..보기 좋고 행복하다. 그러면서 나에게 또 괜찮다.얘기한다.
사람들이 그에게서 기대하는 모습...칭찬...비난...
그들 한사람의 의견이고, 시선일 뿐이다. 입체적인 내 모습을 그 사람들이 서있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내 한 부분에 관한 이야기로 치부하자. 난 코끼리고 그들은 내 다리만 본것이다.

p.116...남녀를 한데 묶는 것은 결혼이라기보다는 부동산의 공동 점유다. 집이나 아파트는 결혼증명서만큼이나 사람을 속이는 덫이 될 수 있다. 때로는 그게 더 심하다. 부동산은 생활 방식을 선언하며, 그런 생활 방식의 지속을 은근히 고집한다. 부동산은 또 끊임없는 관심과 관리를 요구한다. 그것은 마치 그 안에 존재하는 결혼의 물리적 표현과 같다.
-오늘 문득 걸어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너무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지칠대로 지친 사랑을 바라보는 것도 둘 다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그냥 적당~히 맞고 적당~히 사랑하는 사람이랑 만나서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게 결혼인가 싶었다. TV에 나오는 예능처럼 매일 이벤트가 생기고 매일 서로에게 설렐 수 없다는건 자명하지만 노력은 끊임없이 하자. 그래. 적당~히라는 표현보다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또 그가 힘들어하지 않는 선에서 항상 그, 그와 이룬 가정보다 나를 더 사랑해야겠다.
부동산과 결혼...안정된 환경에서 일꾼의 최대 효율을 뽑아내기 위한 제도와 정책..
이 세가지가 순환 고리에 있으니 씁쓸한데 제도까지는 괜찮다해도 부동산은,참,결혼의 온도를 낮춰도 너무 낮춘다.

p.132 "보다시피..너 자신은 절대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우리 가운데 일부는 삶에서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지점에 이르게 돼. 어떤 것도 좆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지. 거기에서 생기는 몇 가지 부수적 혜택 가운데 하나가 십자말 풀이에 틀린 답을 채워 넣었다고 해서 지옥에 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거지.이미 지옥에 갔다 왔기 때문에 거기가 어떤 덴지 너무 잘 알거든."
-일맥상통하는 깨달음. '내'가 제일 중요하다. '나'를 사랑해야한다. 지금보다 조금만 덜 기대어보자.
사람은 정말 큰 일을 겪고 나면, 그 일에 온 마음을 다 써서 닳아버리면, 둥글어지면 덜 느끼게 되나보다. 나에게도 27년 인생 중 두번째로 큰 파도를 맞고 난 뒤가 성장의 변곡점이었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도. 충분히, 과도하게 넘치게 느끼다보니 그 다음 단계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의욕 상태였고, 그 다음인 지금은 덜 느끼게 되었다. 어떤 일에도 "그럴 수 있지." "그랬구나." 하고 넘기고 토를 달려하지 않는다.
딱 여기까지. 그러고나니 머릿속이 참 조용하다. 사실 내가 왈가왈부한다고 바뀔 일들은 거의 없으니까. 그냥 그 사람은 말을 하고 싶은거니까. 존경하는 정교수님께서도 범죄가 아닌 이상 이렇게 넘기는게 나에게 좋다고 하셨으니.
그런데 한편으론 겁도 난다. 이래도 되나 싶어서.
이렇게 덜 느끼다보니 자연스레 덜 신경쓰게 된다 주변에.
무책임해보이고, 관심없어 보이는 태도를 싫어하는데 내가 그렇게 된것 같은 자책.
더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 더 해보지 뭐.

p.191 너는 사랑을 지지하는 절대주의자고, 따라서 결혼에 반대하는 절대주의자다...결혼은 개집이며, 그 안에는 자기 민족이 살고 있고 이것은 절대 사슬로 묶이지 않는다. 결혼은 연금술과 반대되는 어떤 신비한 기술에 의해 금,은,다이아몬드를 다시 저급한 금속,모조보석,석영으로 만드는 보석 상자다. 결혼은 사용하지 않는 보트 창고로, 그 안에는 바닥에 구멍이 나고 노 하나가 사라져 더는 물에 뜰 수 없는 낡은 이인용 카누가 들어 있다. 결혼은.....하지만 이 모든 것에서 사랑은 어디 있는가.
-나중에 결혼 후 너무 안정된 삶에 무료할 때 읽어보려했는데..비극적인 후반만 읽어야겠다. 부동산에 이어 개집에 구멍난 카누라니. 다분히 케이시 폴의 주관적 관점이지만 마음이 너무 힘들어 줏대 없어질 때 이 문구가 생각나지 않길. 결혼식 전날에도 물론!

p.252 너는 그녀의 행동이 그녀에 대한 네 사랑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한다. 너에 대한 그녀의 사랑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지금 읽고 있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떠오른다. 수전의 알콜중독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수전과 폴이 함께 만든 환경에 돌려야할 것 같다. 물론 폴은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해야하고, 책임을 다분히 느끼고 있고 바쁘다. 그리고 여기서 수전을 위해 뭘 더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 누구도. 수전에게 또한 다른 취미를 가졌어야죠 그럼. 이라며 쏘아댈 수 없다. 그들이 전처럼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면 결과가 다른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쯤부터였다. 이 소설이 우울의 고속도로를 탔다고 느낀 것이..

p...네가 그녀를 위해 더 해줄 게 없다고, 장례식에 가는 것 말고는. 그게 언제일지 몰라도....너는 사랑의 매는 그 매를 드는 사람에게도 매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사랑이 자라 꽃을 피우고, 잎이 거의 다 떨어져간다. 장례식이라는 단어로 그 꽃잎은 더 무겁고 빠르게 떨어진다.
사랑의 매. 들고 휘두른것도 맞는 것마냥 아픈가보다.
이 대목에서 언젠가 내 아이를 혼낼 때의 마음을 엿보는 것 같다. 기억날 것 같다 이 구절.

p.263 "그 쪽은 환자분의...?" "대자입니다."
너의 대답은 자동적이다. 어쩌면 '조카'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또 어쩌면 '하숙인(lodger)'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며, 그랬다면 적어도 거기에는 정확한 철자가 네개(lover)는 들어갔을 것이다."
-영국식 언어유희인가보다. 이 책에는 철자를 이용한 언어유희가 꽤나 등장한다. 영국 문화가 잘 와닿지 않아 책이 더뎠다. 낯설고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아 어려웠다. 간접경험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이 책을 통해 아주 설게 느껴보았다.
사실은 제가 저 사람의 러버에요. 사랑하고 있는데 그냥 대자라고 할게요. 덜 복잡하고,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위아래로 훑을 시선,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냄으로써 몰려올 감정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마음이었을까.

p.322 세월이 흐른 뒤 그는 속으로 자신보다 똑똑하게-감정적으로 똑똑하게-군 킴벌리에게 감사했다. 그는 수전과 함께 있으면서 감정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상상해왔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그녀와 함께 있는 것에 관한 감정교육에 국한되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연애가 어려운 이유. 전 사람을 통해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느끼지만
새 연애에서 또 막히고, 어렵고, 전에 싸우지 않았던 이유로 싸우게 되고, 심지어는 이전 연애에서 상대와 나의 역할이 바뀌고..
다른 사람, 다른 세계를 만나는거니 당연한거지만 조금은 허탈하다.
나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고, 이대로면 이번 연애는 순탄하고, 갈등도 잘 해결할 수 있을것 같았는데..아니네.
오늘 본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이 그랬다. 와인 어렵지 않다고. 계속 마시다보면 나에게 맞는 와인을 찾게 된다고. 사람도 그런것 같다고. 이 뒤에 대사는 들은건지 내가 생각해낸건지 헷갈린다. 사람도 그런것 같다. 만나다보니까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
많이 만나봐야한다는건 알지만 사람 만나는게 겁부터난다. 자꾸 무서운 생각이 먼저 든다.

p.327 한번 어떤 것들을 겪으면, 안으로 들어온 그들의 존재는 정말이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암소의 가스는 밖으로 나오기 마련이었다. 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그러면 그냥 그 가스가 흩어질 때까지 그 결과를 감당하며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것 때문에 한 명 이상의 여자친구가 옷을 가지러 달려갔다.
-암소의 가스를 무엇에 비유했을까. 나는 이 비유를 어디에 쓸까를 몇번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미 기억으로 자리잡은 그 시간들. 많이 흩어졌다. 이젠 슬프거나 아쉬워서 속상하거나 저릿하지 않으니까. 밖으로 뿜어낼만큼 뿜어냈나보다.
암소의 가스..흔적..기억..엔트로피.

p.328 전에는 부탄 사람들이 지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곤 했다. 부탄에는 물질주의가 거의 없고, 친족, 사회, 종교의 존재감이 강했다.반면 그는 물질주의적 서구에 살았는데 이곳은 종교가 거의 없고 사회와 가족의 존재감도 상대적으로 약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덴마크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들이 갖고 있다고 하는 쾌락주의때문이 아니라,그들이 표현하는 희망의 수수함 때문이었다. 그들의 야망은 별과 달을 겨냥하는 대신 다음 가로등에 닿는 것에 불과했고, 거기에 이르면 만족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더 행복해졌다. 그는 다시 그 여자, 덜 실망할 것 같기 때문에 기대치를 낮추었다고 말한 누군가의 여자친구를 기억했다. 그래서 더 행복한가? 덴마크인으로 사는 것이 그런 것인가?
-요즘 내가 실천하고 있는 덜 느끼기도 덴마크식 행복추구 방법인 것 같다.
기대하지 않기에 실망하지 않는다. 일종의 자기 방어기제.
작은 것에 감사하기. 그치 요며칠 가장 작은 것에 감사했던 일은 오랜만에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은 것이다. 건강식과 식이조절에 대한 끈을 잠시 놓고 상황을 즐기니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편의점에서의 점심. 이 작은 것에 너무 감사했다.
내 몸과 마음이 길을 잃고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달려가기 바쁜 이미지를 경계한다, 코리안식 행복추구 방법인.

p.329 인류학자와 사회학자들이 조사한 사람들이 믿을 만한 증인이라고 가정한다 해도, '행복한 것'이 정말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보고하는 것'과 같은 것인가? 이 점에서는 이후의 어떤 객관적 분석-예를 들어, 뇌 활동의 분석-도 의미가 없다. 행복하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 곧 행복한 것이다.
-감정을 설명하거나 증명하거나 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얘기했다. 나는 행복해! 왜냐면~등의 이유를 달 수 있겠지만 행복하다는데 행복하다는 말 이외에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이 지점에서 세로토닌의 농도가 뭐 그리 중요하겠나.

p.330 그의 인생 동안 그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서 양성의 한 가지 차이에 주목하게 되었다.
남녀가 헤어졌을 때 여자는 "x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는 모든 게 좋았는데"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았다. x 사건은 환경이나 장소의 변화일 수도 있고, 아이가 하나 더 생긴 것일 수도 있고, 아주 흔하게, 어떤 판에 박힌-또는 그렇게 판에 박힌 것은 아닌-부정일 수도 있고,
반면 남자는 "안됐지만 처음부터 다 잘못된 거였어"하고 말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서로 맞지 않음, 또는 강제로 한 결혼, 또는 나중에야 드러난, 한쪽이나 양쪽의 비밀을 말하곤 했다. 따라서 여자는 "우리는 그 전까지는 행복했는데"라고 말하는 반면, 남자는 "우리는 진짜로 행복했던 적이 없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가 처음 이런 어긋남에 주목하게 되었을 때, 그는 그들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할 가능성이 높은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 인생의 건너편 끝에 이르러, 그는 둘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사랑에서는 모든 것이 진실인 동시에 거짓이다...."
-남녀의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별에 관한 얘기를 하다 글 속 여자와 같은 말을 했음에 흠칫 놀랐다. 그래. 우린 그 사건 전까지는 결코 이별이란 재앙이 일어날지 꿈에도 몰랐다. 그 때까진 정말 모든게 좋았다. 근데 상대는 아니었을 수 있겠다라는걸 우린 너무 늦게 깨달았다..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친구의 한마디.
"여름 다음에 가을 오고, 가을 가면 겨울 오는건 당연한건데.
어쩌면 (변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 되는데) 그 애가 떠나는 것도 당연한건데 나한테만 갑작스러웠다."

p.336-339 그녀는 오래전에 술을 끊었다. 사실은, 술꾼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네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존재라는 것, 또는 어떤 존재였다는 것은 아는 듯 하지만, 자신이 한 때 너를 사랑했고, 또 너도 그에 반응하여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그녀의 뇌는 너덜너덜하지만, 묘하게도 기분은 안정되어 있다. 공황과 극악한 혼란은 다 쏟아져 나갔다. 네가 도착해도 네가 떠나도 놀라지 않는다...그러면서도 어떤 수준에서는 네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거기에 반응한다는 것. 그녀는 네가 씨발 누구인지, 네가 뭘하는지, 심지어 너의 좆같은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동시에, 너를 알아보고, 너를 도덕적으로 심판하고, 네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수전의 방에 폴이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었는지, 수전의 신경세포가 폴을 기억하기 위해 연결했던 그 많은 가지들은 알콜에 의해 가지치기가 난도질 하였음에도 남아있었구나. 너무 힘들어서 의지할 다른 무언갈 찾다가 자신을 놓아버린 흐름. 미친 세상을 미쳐서 대응하는 그녀. 얼마나 힘들었을까..

p.352 안 그런가? 사물이란, 한번 사라지면, 되돌릴 수 가 없다. 이제 그는 그것을 알았다. 한번 날린 주먹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 한번 뱉은 말은 도로 삼킬 수 없다. 아무것도 잃지 않은 듯,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계속 살아갈 수는 있다. 그걸 다 잊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가장 깊은 핵은 잊지 않는다.
-그 핵이 수전에게는 폴, 폴에게는 수전. 누군가의 핵이 된다는 것, 혹은 다른 핵을 찾아 제 1전자 정도가 되어 핵 주변을 빙빙 돈다는 것. 뇌 활동 한참 활발한 청년기의 사랑은 그 자리를 차지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주워 담을 수 없는 말, 청자의 마음에서 언제고 둥둥 떠다닐 말.
조심해야겠다고 또 한번 느낀다.

p.358 "모험성은 스물다섯 살쯤 되어야 안정된다고들 하더라고요."
이 발언 때문에 그는 더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그래, 그는 생각했다. 방심할 수 없는 경주로, 물살 때문에 거의 영으로 떨어진 가시도, 나는 불사신이라고 느끼는데 남들은 소심한 상태, 아직 안정되지 않은 모험성 덕분에 죽어라 나아가는 것.그래. 그 모든 것을 너무도 잘 기억했다. 그것은 열아홉 살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일부는 사고가 나고 일부는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물론 수전을 사랑한 것은 절대 후회하지 않았다. 그가 후회한 것은 자신이 너무 어렸고, 너무 무지했고, 너무 절대주의자였고, 자신이 사랑의 본질이자 작용이라고 상상한 것에 너무 자신만만하다는 점이었다.
-열아홉부터 스물 중반까지. 나 또한 참 무지했고, 용감했고, 폭력적이고, 생각이 짧았고, 부족했다 창피할 정도로. 연애와 사랑 뿐만아니라 내가 보는 모든 것을 내 나름대로 정의하고 주장을 전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입장은 들으려하지도 생각해보려하지 않은 것은 잘못되었다.
x 사건 이후에 나는 정말 많이 컸고, 덜 폭력적이게 되었고, 말하는건 점점 어려워지고, 아직도 부족하고 창피하다. 세상을 통달하기엔 스물 여덟이면 아직 한참 젊은거니 어제보다 오늘 덜 창피해지도록 살아야징.

p... 나이가 들면서 그의 삶은 쾌적한 일상으로 바뀌어, 그를 지탱해주고 기분을 풀어주되 방해는 하지 않을 만큼의 인간 접촉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는 덜 느끼는 것의 만족을 알고 있었다...그는 자제와 평정을 소중하게 여겼으며..
-덜 느끼기. 난 이 나이에 단 한 번의 그 사건으로 깨달은 것인가.
감정도 정말 충분히 쓰고 나면 많이 배우는구나를 느낀다.
연애를 감정소모라 부르던 입버릇들. 지금은 너무나도 평화롭다. 평정.
너무 적응되지 않기를..감정소모라고 생각되지 않는 사람을 만나길..

p.367 "내 의견으로는, 모든 사랑은, 행복하든 불행하든, 일단 거기에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게 되면 진짜 재난이 된다." 그래. 그것은 여기 그대로 남아 있을 자격이 있었다...이것은 사랑의 최대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이 말한 사랑에 관한 진실이었으며, 여기에는 삶의 슬픔이 모조리 담겨 있는 것 같았다.
-헨리로드에서 술을 들이키던 수전을 보며 느꼈던 것이다. 실제로 이별로부터 깨달은 것과 상통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잃지 않는 것이 참 중요하지...그러려면 직장이든 가정이든 사랑이든 한 발치 떨어져있어야하지 않을까. 너무 매몰되지 않게. 나를 지키기 위해서. 잊지 말자. 자기 객관화. 이보다 좀 쉽게 말해보면..음..관찰자 시점? 아니면 뒷짐지고 바라보기?

책의 결말은 결국 사람들이 흔히 떠들어대는 가시밭길에서 마무리되었다.
여자는 망가졌고, 아니 어쩌면 그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뇌는 작동했고,
남자는 두려움 많은 채 회피형으로 늙어간다. 서로 다른 곳에서.
씁쓸하다. 이런 맛을 남기는 책이었다. 함께 구매한 "바깥은 여름"과 참 여러모로 비슷한 감정이 들고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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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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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심리학 서적의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답답했다.
메모해가며 생각해가며 읽고, 내 주변에서 예시를 찾아가며 읽는 그 과정은 분명 재미있는데 집중을 잘 하지 못했다.

이럴땐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내가 글을 천천히 읽는지, 이해력이 딸리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깔끔히 날려주는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에는 문외한이고 다가가려는.노력이 없었는데
용의자 x의 헌신이 발판이 되어 이번 책까지 선택하게 되었다.
역시나 책을 잡은지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이렇게 속도감있는 전개는 정말 가히.닮고 싶다.

반전..
처음에 그토록 태연한척 하는 다카유키.
그의 모습을 더 태연하게 풀어나간 작가에게 속았다.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속았다.
사랑이 참 무섭다. 믿을 놈 하나 없다고 또 한번 느낀다.
이래서 마음을 다 표현하면 안되는걸까..
아님 표현하고도 계속 줄다리기를 해줘야하는것인가..
어렵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끝이 더 길었으면 하는 생각을 품게한다.
마지막에 약 10페이지 남짓 남겨두고 다 보여준 후 그렇게 끝!
그 장면에서 끝!
내니 뭔가 아쉽고, 그러기에 뇌리에도 강하게 박히고, 여운이 많이 남는것 같다.

이제 속도를 좀 붙였으니 60쪽 남은 심리학 책을 읽고,
내일은 또 다른 소설책을 손에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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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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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부전장애.
듣고보니 나도 앓고 있는 것 같다.
책 중간중간 내담자의 말들 중 많은 부분에
˝어! 나도 그런적 있는데!˝ 하다가도 ˝난 이런 적은 없는데˝ 하면서 내가 조금은 자존감이 전에 비해 높아졌구나,
내가 나를 전보다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있구나 안도하기도 했다.

참..요즘이라는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이들이 마음 아픈채로 살아가고 있구나..
그래서 상처받은 많은 이들이 본인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책,
[말그릇],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방법]처럼 ‘말 좀 예쁘게 해라 상처주지 말고!!!!‘ 라고 이야하기하는 책을 많이 찾나보다. 나 역시 그렇고.

죽고싶고,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가도
배고프니까 떡볶이 먹으러 가자는 친구의 말에
벌떡 일어나는 가벼운 우울증을 앓는 ‘우리들‘.
오늘도 아침부터 화나고 상처받지만
다른 곳에서 웃음과 위안을 얻으며 살자.
우리는 저런 사람이 되지 말자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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