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 -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
임찬묵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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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 지도를 펼치지 않고는 지금의 세상을, 다가올 세계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1
에밀리 오브리 외 지음, 이수진 옮김 / 사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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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에 가입하지 않았어도 스웨덴은 경제적으로는 서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 중립주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강력한 방위산업을 발전시켰다. 이 나라의 거대 산업체들은 스웨덴을 세계의 주요 무기 판매 국가 중 하나로 만들었다. 스웨덴의 강력한 군사력은 수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두려움, 즉 ‘러시아에 대한 공포’의 대비책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이 군사력이 최근 다시금 깨어나고 있다.




....폴란드는 사실상 러시아를 상대로 최전선에 놓이게 되었다. 폴란드는 자국 역사를 통해 지도에서 지워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또한 공산주의 모델에서 자유주의 경제 모델로 전환한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확실히 찾지 못하는 등 국민들의 일상은 혼란스럽다. 여기에 더해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산 탄화수소 및 독일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함께 폴란드에 동화되는 데에 진통을 겪는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폴란드 경제를 더욱더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그곳은 바로 ‘가난의 세계’와 ‘번영의 세계’가 가장 직접적이고 적나라하며 동시에 거의 물리적으로 마주보고 있는 티후아나일 것이다. 티후아나는 ‘동서의 양극화’가 ‘남북의 양극화’로 대체된 현재, 새로운 지정학적 진영의 ‘체크포인트 찰리’(냉전 당시 베를린 장벽의 가장 유명한 국경 검문소)와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해수면 위로 드러난 섬이나 군도는 사실상 세력 다툼의 장이 되고 있다.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거나 주민이 거주하게 된다면 그 섬을 기준으로 새로운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권리가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가 주기적으로 일본과 중국 양국 함대의 마찰의 현장이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뉴델리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타지마할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로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다. 하지만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인 인도의 집권 세력이 돌에 새겨진 코란 글귀와 아름다운 첨탑을 가진 ‘이슬람 예술’의 보배인 이 타지마할을 끔찍이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랫동안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산 무기 구입과 미국과의 지속적인 군사적 협력을 통해 자국 안보를 지키고자 하는 동시에 중국이 수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강대국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고려하고자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스콧 모리슨은 여러 차례에 걸쳐 ‘경제적 이득’과 ‘전략적 이득’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다.
“중국은 우리의 고객이고, 미국은 우리의 친구입니다.”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종파 갈등은 지역 패권을 쥐고자 하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쟁구도를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한 것일 뿐이다. 두 나라의 갈등은 두 민족의 역사, 수적으로 열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이란에 비해 약 세 배 적음), 그리고 서로 다른 정치 체제에서 기인한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지만 국민 주권을 구현하는 공화국 체제인데 전제군주제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실제로 아브라함 협정은 아랍 세계(그리고 전 세계)에서 팔레스타인 대의를 배척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할 목적으로 트럼프가 내세운 평화 프로세스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이 협정을 토대로 본 미래의 팔레스타인은 무력화되고 제한된 주권을 지닌 채 도시와 지역은 분절되어 언제 통행이 차단될지 모르는 교량과 터널로 이어져 있으며 예루살렘마저 빼앗긴 모습일 것이다. 이 지역 전문가인 프랑스 정치학자 장 폴 샤놀로에 따르면 이 같은 트럼프의 계획은 유엔 안보리 제242호(1967년)부터 제2334호(2016년)에 이르는 모든 결의안들을 위반하며 국제법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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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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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은 자신이 대상을 편견 없이 대하는 태도에 작은 만족을 느꼈다. 타고난 성정이라기보다 수양의 결과였다. ‘어렸을 땐 정말 타인을 시시콜콜 판정했는데……’ 지난 세월, 시간의 물살에 깎이고 깨지며 둥글어진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이십여 년간 이연이 여러 인물에게 자신의 몸을 빌려주며 깨달은 사실은 단순했다. 그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오해와 갈등이, 드라마가 생겼다.




...그런데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 기본욕구, 생존 욕구 할 때 그런 작은 것으로요. 그런데 그곳에 생존이란 말을 붙여도 될까, 그런 건 좀 염치없지 않나 자책하다가도, 자본주의사회에서 모두에게 떳떳한 선이란 과연 어디까지일까 반문합니다. 얼마 전 남편이 내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잘살게 되면 남을 돕고 살자.” 그런데 여보, 우리가 잘살게 되면 우리가 ‘더’ 잘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때도 이웃이 생각날까?





...실제로 기태의 젊은 시절 꿈은 훌륭한 어른은 못 돼도 산뜻한 중년은 되는 거였다. 청결한 옷을 입고, 타인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젊은 세대를 지지하고, 주변에 해가 되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 긴 시간이 지나 기태가 진심으로 놀란 건 자신이 어쩌면 그렇게 자신할 수 있었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기태는 자신을 둘러싼 좌표는 그대로되 ‘나’라는 점만 이동하리라 착각했었다. 점과 더불어 좌표도 같이 움직이는데다 다른 그래프와 충돌하며 곡선과 직선이 찌그러지고 휠 거라 예상 못한 까닭이었다.




‘삶은 대체로 진부하지만 그 진부함의 어쩔 수 없음, 그 빤함, 그 통속, 그 속수무책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인생의 어두운 시기에 생각나는 건 결국 그 어떤 세련도 첨단도 아닌 그런 말들인 듯하다’고 했다. ‘쉽고 오래된 말, 다 안다 여긴 말, 그래서 자주 무시하고 싫증냈던 말들이 몸에 붙는 것 같다’고.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시몬 베유의 『신을 기다리며』(이창실 옮김, 복있는사람, 2025)에 따르면, 전설의 성배는 심각한 부상으로 고통받으며 그걸 지키고 있는 왕에게 처음으로 이렇게 물어보는 이의 것이 되었다고 한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습니까?’ 이웃을 사랑한다는 건 그저 그렇게 묻는 일이라는 게 베유의 생각이다. 오늘의 우리는 한국어로 이렇게 묻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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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
발타사르 그라시안 지음, 하와이 대저택 편역 / 논픽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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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 폭의 긴 두루마리 그림이 아니라, 붓끝이 종이에 닿는 매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완성되는 법이라네. 그리지 못한 여백, 칠하지 못한 색채들이 훗날 다른 그림에서 다시 살아나기도 하지. 오늘이라는 이 ‘눈부신 하루’를 지혜로운 자의 마음으로, 하지만 소처럼 묵묵히 독서하며 채워가게나. 당신이 그려나가는 획 하나하나에 영혼을 담는 것.
그것이 곧 당신의 일생이 될 걸세.




...소가 풀을 뜯어 천천히 되새김질하듯, 한 줄의 문장을 읽더라도 그것이 당신의 피와 살이 될 때까지 씹고 또 씹게나. 머리를 비워야 비로소 영혼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는 법이야. 책 속에 갇힌 죽은 지식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관통하여 행동으로 분출되는 살아있는 지혜를 열망하게나.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함보다 중요한 것은, 깨어 있는 찰나에 무엇을 감각하느냐라네. 지혜로운 자는 새벽의 미세한 공기 변화나 사람들의 미묘한 눈빛에서 시대의 거대한 징조를 읽어내는 예민함을 가진 사람이지. 둔감한 근면함은 시키는 일을 잘하는 자의 덕목일 뿐이지만, 예민한 감각은 역사를 새로 쓰는 이의 강력한 무기라네.




...세상에는 함께 살기 괴롭지만, 그렇다고 없이 살 수도 없는 고약한 인물들이 존재하지. 지혜로운 자는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순간이 오기 전에, 미리 그들의 단점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한다네. 처음에는 혐오감이 들겠지만, 점차 무뎌질 걸세. 깊은 성찰을 통해 그 혐오감을 다스리거나, 혹은 풍경의 일부로 수용하게나.




...강력한 재상 리슐리외가 “나에게 단 여섯 줄의 문장만 주면, 그 안에서 단 한 단어만으로도 그 사람을 교수대에 보낼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했듯, 말이 많아질수록 당신의 위엄은 깎이고 치부는 드러나는 법이지. 지혜롭지 못한 모든 모습 중에서도 자신에 대해 떠벌리는 것이 가장 어리석다네.
침묵 속에 당신의 위엄을 갈무리하게나.




...당신의 혀가 당신의 무덤을 파지 않게 하게나. 사소한 대화에서부터 단어를 아끼는 연습을 해야만, 결정적인 순간에 당신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힘을 얻을 걸세.




...행운의 어머니는 바로 ‘속도’라네. 내일로 미루지 않는 자가 이미 절반의 승리를 거둔 셈이지. 고대 로마의 격언인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를 기억하게나. 생각은 차갑고 깊게 하되, 기회가 포착된 순간에는 전광석화처럼 움직여야 하네. 운명은 망설이는 자를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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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이제 어느 때로 돌아가면 될까. 난 내가 기억하는 모든 순간으로 다 돌아가본 것 같아. 다시 돌아갈 가치가 있는 순간이 아직 남아 있을까. 남아 있지 않더라도, 새로운 장면을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해 나는 또 과거로 도망치게 되겠지.




... ‘바뀐 건 장소일 뿐 사람이 아니다. 바닥에서 위로 올라왔지만 그 아래 있던 사람들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동일한 인간들이다. 만약 우리에게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우리 능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지옥을 재현할 것이다.’




...최주상은 이 믿음에 흔들림이 없었어요. 이경선은 완전히 반대였죠. ‘우리는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지옥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온 사람들이다. 그것도 혼자서 살고자 하는 욕구를 누르고 다른 이를 도와 함께 살아 돌아왔다.’ 라고요. 바닥을 기억하려는 사람과 바닥을 이겨냈다고 생각하려는 사람의 차이죠. 이 둘의 비극은 두 사람의 생각이 달랐다는 데에 있지 않아요. 거기서 그쳤다면 어느 누가 다른 한쪽을 척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비극의 원인은 두 사람이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어떤 공통된 생각 하나 때문이에요.
‘세상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할 것이다.’




...그녀는 헐레벌떡 뛰어온 저를 보는 그의 시선을 받아내기가 버거웠다. ‘왜 그래, 왜 여기 편인 것처럼 굴어요?’ 그 말이 그의 눈에 새겨져 있었다. ‘이런 데에서 도망치는 데에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요.’ 여준의 말이 혓바늘처럼 입안에 고였다. 죄책감을 가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오히려 끝까지 도망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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