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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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물이 더 크게 공명하거나, 우리의 손을 잡고 기존의 범주에 의문을 품게 합니다. 그 공명과 질문은 우리와 사물 사이의 연결 고리를 확장시키고,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저는 이것이 최고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섬세하게 제안하는 것이죠...과학은 이 일을 다른 수단을 통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드물고, 한계에 도달하고, 인식할 수 없는 것과 형언할 수 없는 것에 인접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의미 자체를 가지고 놀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우리가 너무 자주 잊어버리는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현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지루한 분류보다 훨씬 풍요롭다는 사실 말입니다.




...멋진 음악 작품에서 0.5초의 침묵은 우리를 숨죽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듣는 침묵이 다른 곳에서 그저 지루하기만 한 침묵과 똑같은 것이라고 해도요. 사물은 고립되어 고유의 속성을 가진 것이 아닙니다. 사물은 관계의 구조입니다. 원자들도 마찬가지죠. 원자들도 나름대로 음악과 같습니다. 그 자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다른 부분에 자신을 나타내는 방식에 따라 결정됩니다. 음악의 관계성은 음악에서만 나타나는 이상한 특유의 성질이 아닙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의 대다수는 지구온난화, 팬데믹, 빈곤 등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함께 대처하고 결정을 내리기를 원합니다. 유엔이 더 큰 역할을 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서방은 이러한 협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자기들 쪽에 무기가 있고 힘이 있으니, 모든 사람에게 명령하고 지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가 미국의 지도력 아래에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아름다운 단어들이 덧칠되어 있습니다. 민주주의, 자유, 국가 간의 존중, 평화, 국제적 합법성과 법에 대한 존중 등. 그 뒤에서 언론과 논설위원들이 좀비처럼 그 말을 그대로 되풀이합니다. 그야말로 회칠한 무덤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떨어뜨린 폭탄에 찢겨나간 수백만 명의 핏자국 위에. 히로시마에서 카불까지, 그리고 또 계속해서.




...그러므로 이제 인간에게 두 눈이 있는 이유를 다시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그리고 참이거나 거짓인 견해와 드높은 이념을 지닌 인간 자신도 자연의 작고 덧없는 현상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그런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을 빌리면, 인간은 단지 “부분의 부분”일 뿐입니다. 그리고 “세계의 작은 패러디인 인간이 스스로가 곧 세상이라고 착각하는 것”(괴테)은 가장 어리석은 일입니다.




...우리의 사고 체계는 결코 그 자체로 닫혀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외부를 향해 있으며 끊임없이 대화하고 교류합니다. 우리의 사고는 실재에 대한 사고이며, 예상치 못한 사실과 ‘우리의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어렵고 환원 불가능한 실재’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생각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결 속에서 우리의 사고는 성장하고 변화하며 배웁니다.
  차분히 대화하면 누가 맞고 누가 틀리는지 밝힐 수 있습니다. 고대와 현대를 막론하고, 과학의 역사 전체는 이성의 효력에 대한 하나의 긴 증명입니다....사실들의 실재성이 해석을 통해 걸러지더라도, 다양한 의견 그리고 외부 사실들과의 대결은 한 입장을 확립하고 다른 입장을 약화합니다. 아무리 지구가 평평하다고 해석하고 싶어도, 서쪽으로 항해를 떠나 동쪽에서 돌아온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배를 계산에 넣어야 하는 날이 옵니다. 실재에 대해 무언가를 배우는 것입니다.




...의미는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나옵니다. 의미를 만드는 것은 우리 본성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때로는 강렬하게 의미를 만듭니다. 우리는 배고파하고 목말라하고, 정열과 야망을 품고, 질투하고 너그러이 대하고, 자만하고 두려워하고, 이것을 원하고 저것을 피하고, 정의와 형제애를 추구하고, 분노를 쏟아내고 강렬한 사랑을 표현합니다. 이 모든 것이 계속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의미를 만드는 것은 생물학적 특성, 문화, 그리고 우리 자신 때문이지 외부의 어떤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평화는 한 번도 미국의 목표였던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직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즉 세계를 이끌 자신들의 신성한 권리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사실상 한순간도 전쟁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아무도 그들의 영토를 공격한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앎의 주체는 ‘세계와 다른 어떤 존재’가 아니라 ‘세계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의 안쪽으로부터 세계를 연구하며, 우리가 세계의 일부임을 인식합니다. 그러므로 세계란 우리에게 있어 하나의 만남, 하나의 관계입니다.
  우리는 자연 사물들의 형제이지 재판관이 아닙니다. 앎은 세계를 초탈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자체의 한 구성 요소입니다. 우리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입니다. 자연은 우리의 집입니다. 우리는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것과 가까운 형제입니다.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라고 자네가 물었을 때, 자네는 내가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네. 나는 여기 호수 위에서 알았지.” 앎은 영혼처럼 천상계 어딘가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앎은 바로 여기, 호수 위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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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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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제 그가 그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고 있는, 그녀 생각을 하고 있는 그를 그녀가 느낄 수 있는, 그녀 생각을 하고 있는 그를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대안 세계를 그가 떠올렸다면 거기에 어떤 진실이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과학적 진실은 아니겠지만, 입증 가능한 진실은 아니겠지만, 감정적 진실은 있을 것인데, 결국 중요한 건 오직 그것뿐이다.




...외로움은 사람을 죽여요, 주디스. 그건 사람의 모든 부분을 한 덩어리씩 먹어 치우다 마침내 온몸을 삼켜 버려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삶이 없는 것과 같죠. 운이 좋아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면, 그 다른 사람이 자신만큼 중요해질 정도로 가까워지면, 삶은 단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좋은 것이 돼요. 우리가 가진 것은 좋은 거지만 이제는 이 정도 좋은 걸로는 충분하지가 않아요, 어쨌든 나에게는 충분하지 않아요




...왜 다른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은 영원히 사라진 반면 우연히 마주친 덧없는 순간들은 기억 속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지 살펴본다든가. 예를 들어 고등학교 졸업식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고, 첫 자전거의 색깔은 지워졌고, 뉴스쿨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첫 학기에 일주일에 세 번 이른 아침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을 가르치던 수업에 왔던 학생들은 어떤 것도, 이름 하나 얼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반세기 전 기차에서 본 어린 소녀는 기억이 나고, 그 이후로 수백 번이나 생각하게 되었는지. 왜 그 소녀, 말도 나누어 보지 않은 그 아이는 남고, 그 열넷 또는 열다섯 학생은 한 명도 남지 않았을까?




...가장 힘든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가족을 내팽개쳤다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 때문에 평생 자신을 괴롭혔을 것이다. 옳은 선택이냐 그른 선택이냐는 없고, 둘 다 결국에는 그른 것이 되어 버릴 옳은 선택만 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바움가트너의 아버지의 경우 책임감이 자신을 위한 욕망을 이겼으며, 그 덕분에 그의 선택은 명예로운 것, 심지어 고귀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자기희생이 바보와 빈둥거리는 사기꾼 들에게 낭비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 선택은 불가피하게 원한의 원천이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영혼에 심각한 손상을 주게 된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는 거기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어. 영화에서 딱 한 장면에 나온 배우였는데, 나중에 아무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장면이 잘려 버린 거야. 그걸 뭐라고 표현하더라? 있잖아, 누가 영화에 출연했는데 영화관에 보러 갔을 때는 나오지 않게 된 거.
  편집실 바닥에 쓰러져 죽었다.
  그거야. 그 여자는 편집실 바닥에 쓰러져 죽었어.




...말할 필요도 없이, 필름 어디에서도 이리는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다시 출발점으로, 답이 없는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사실이라고 여겨지는 게 진실인지 진실이 아닌지 확실치 않을 때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시인이 나에게 한 이야기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정보의 부재 속에서, 나는 시인을 믿는 쪽을 선택한다. 그곳에 이리가 있었건 없었건, 나는 이리를 믿는 쪽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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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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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열린책들 세계문학 194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재혁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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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는 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기 죄와 함께 언제라도 저울 위에 놓여 저울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지기를 매수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이 아주 값진 것이라고 해도 기꺼이 내주었다. 문지기는 그 모든 것을 받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모든 것을 받는 것은 다만 당신이 무언가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함이오.》




... 「그 의견을 따른다면 문지기가 말하는 것은 뭐든 다 진실로 받아들여야 할 테니까요.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은 당신 스스로 세세하게 밝히셨는데요.」 「그렇지 않소.」 사제가 말했다. 「모든 것을 다 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오.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지.」 「꿀꿀한 얘기군요.」 K가 말했다. 「그러니 허위가 세계 질서가 된 거죠.」




...꺼져 가는 눈빛으로 K는 두 신사가 바로 그의 코앞에서 서로 뺨을 댄 채로 결정적인 순간을 지켜보는 모습을 보았다. 「개 같다!」 그가 말했다. 치욕은 그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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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순간이다 - 삶이라는 타석에서 평생 지켜온 철학
김성근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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