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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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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리커버)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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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 데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갖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좋은 경제제도는 1619년 서서히 부상한 정치제도에서 비롯되었다. 정치 및 경제 제도의 상호작용이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우리가 제시하는 세계 불평등 이론의 골자다.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는 경제성장을 저해하거나 심지어 발목을 잡는 착취적 정치제도를 기반으로 착취적 경제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의 선택, 즉 제도의 정치가 국가의 성패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라는 것이다. 일부 사회의 정치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포용적 제도로 이어진 반면 역사를 통틀어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대다수 사회의 정치가 경제성장의 숨통을 죄는 착취적 제도로 이어진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사례처럼 착취적 정치제도에도 불구하고 경제제도가 포용적 성향을 띤 덕분에 성장이 가능하다 해도, 경제제도가 더 착취적으로 바뀌거나 성장이 멈춰버릴 위험이 상존한다. 정치권력을 장악한 이들이 결국 그 권력을 이용해 경쟁을 제한하고 자신들의 파이를 키우거나, 심지어 다른 이들로부터 훔치고 약탈하는 것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방법이라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정치제도가 착취적 성향에서 포용적 성향으로 바뀌지 않는 한 권력을 분배하고 행사할 능력은 언제든 경제적 번영의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격리된 생명체의 개체군이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과정을 통해 임의적인 유전적 변동으로 서서히 멀어지듯이, 다른 모든 면이 유사한 사회라 하더라도 제도적인 면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유전적 부동과 마찬가지로 제도적 부동 역시 정해진 경로가 없으며 반드시 축적되는 것도 아니지만, 수 세기를 거치며 두드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중요한 차이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도적 부동으로 초래된 차이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사회가 결정적 분기점에 직면했을 때 정치·경제적인 상황에서 비롯되는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절대왕정을 뿌리 뽑았는데 에스파냐에서는 오히려 그 입지가 강화되어 꾸준히 유지되었다는 사실은 결정적 분기점에서 작지만 중요한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라 할 수 있다. 작은 차이는 대의기구의 힘과 성격이었고, 결정적 분기점은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었다. 이런 작은 차이와 분기점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에스파냐는 제도적으로 잉글랜드와 사뭇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잉글랜드에서는 비교적 포용적인 경제제도가 만들어져 전례 없는 경제성장을 구가하며 산업혁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에스파냐에서는 산업화 가능성이 희박했다.




...남아프리카의 이중 경제는 개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태동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만들어낸 것이다. 남아프리카에서는 경제가 발전하더라도 낙후된 부문의 가난한 사람이 근대 부문으로 자연스레 이동할 방법이 없었다. 오히려 근대 부문의 성공은 낙후된 부문의 존재를 전제로 했다. 미숙련 흑인 노동자에게 푼돈을 쥐여주면서 백인 고용주만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구조였다.




...프랑스군이 유럽 대륙에 큰 고통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이들이 유럽의 형세를 획기적으로 뒤바뀌어놓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봉건질서가 자취를 감추었고 길드가 무너졌으며 군주와 제후의 절대권력 역시 송두리째 흔들렸고 경제, 사회, 정치 등 모든 면에서 권력을 틀어쥐고 있던 교회마저 맥을 못 추게 되었다. 태생적 지위에 따라 인민을 불평등하게 대우했던 앙시앵레짐의 기반이 무너진 것이다. 이런 변화 덕분에 해당 지역에서 훗날 산업화가 뿌리내릴 수 있게 해준 포용적 경제제도가 수립되었다.




...트러스트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정치인이 발 벗고 나서게 된 데는 머크레이커의 역할이 컸다. 강도귀족은 머크레이커에 이를 갈았지만, 미국의 정치제도 때문에 이들을 짓밟거나 입을 틀어막지 못했다. 포용적 정치제도하에서는 자유언론이 번성하고, 자유언론은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에 대한 위협을 널리 알려 저항의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착취적 제도, 절대주의 체제, 독재정하에서는 그런 자유가 불가능하다. 착취적 정권은 애초에 그런 제도와 체제를 이용해 반대 세력이 심각한 위협이 되기 전에 짓밟아버리기 때문이다. 20세기 전반, 미국에서 자유언론이 제공한 정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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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영화 특별판)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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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위험에 대하여...너의 심중을 타인에게 고하지 말고 신을 두려워하는 현자에게 조언을 구하라. 젊은이와 낯선 이를 멀리하고 부자를 찬양하지 않으며 유명인과 만나지 말라. 그보다 가난하고 소박하며 독실하고 고결한 이를 친구로 둘지어다.





“내가 올바른 일을 했을까요, 엑토르? 추기경 생각은 어때요?”  “양심을 따르는 이는 절대 잘못하지 않습니다, 예하. 결과가 생각과 다를 수 있고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잘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이끄는 이정표는 당연히 양심이어야죠. 주님의 목소리를 제일 잘 듣는 곳이 바로 양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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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철학은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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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품은 세계 - 삶의 품격을 올리고 어휘력을 높이는 국어 수업
황선엽 지음 / 빛의서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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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어 subscription에는 정기구독 외에도 정기적으로 내는 회비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따라서 subscription economy가 ‘일정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신개념 유통 서비스’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를 구독경제라고 번역한 것은 명백한 오역입니다. 물론 subscription economy에 대한 마땅한 번역어가 없고 이미 구독경제나 가전제품 구독 같은 표현이 너무 일반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단어의 의미 변화는 대부분 이렇게 시작되어 기성세대의 거부감과 당혹감에도 불구하고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의미가 안착하게 되지요.



...돼지와 고양이는 원래 새끼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에 와서 성체를 뜻하는 말로 변한 것이지요.  옛날에는 돼지와 고양이가 새끼를 뜻하는 말이었다면 성체를 뜻하는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예전 사람들은 돼지를 돝이라 하였고 고양이는 괴라고 하였습니다.




...비슷하게 발음되는 단어에 유추하여 비슷한 형태로 변화하지요. 버들강아지와 강아지풀도 이러한 경우라 생각됩니다.  15세기에는 가야지란 말이 강아지의 의미로 쓰인 예가 없어 버들가야지의 가야지가 강아지와는 관련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근대국어 시기에는 가야지와 발음이 거의 유사한 개야지나 개아지가 강아지의 의미로 쓰였지요. 사람들은 흩날리는 하얀 버드나무 씨를 버들가야지라고 부르다가 당시 강아지를 뜻하는 말로 함께 쓰이던 개야지, 개아지, 개지를 연상하게 되었고, 버들강아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버들가야지가 버들강아지로 바뀐 것은 가라지가 강아지풀로 바뀌는 것에도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이것을 언어학에서는 과도 교정(hypercorrection)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과도 교정의 결과로 사투리로 오인된 짐치가 김치로 바뀌게 된 것이지요. 즉 구개음화 및 모음의 변화, 또 구개음화에 따른 과도 교정의 결과로 딤ᄎᆡ가 김치가 되어 그 원형을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상의 설명은 어미, 아비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어미, 아비는 기원적으로 ‘엄, 압’이었고 여기에 접미사 ㅣ가 나중에 붙은 말입니다. ‘엄, 압’에 접미사 ‘ㅣ’가 결합하여 어미, 아비가 되었어도 관형격과 호격에서는 ‘엄, 압’의 형태가 여전히 쓰이고 있었으므로 15세기에는 ‘어믜, 아븨, 어마, 아바’라는 형태로 실현이 되었지요. 그러다 현대국어로 오면서 관형격에서는 더 이상 ‘엄, 압’이 쓰이지 않게 되었고 호격에서만 나타나게 되었는데 형태까지 변해서 엄마, 아빠가 되었고 급기야는 이것이 호격만이 아니라 단독 명사로까지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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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3-24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어요 ~
지하철로 이동할때마다 조금씩!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