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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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달리기를 통해 얻는 것들
김세희 지음 / 빌리버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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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의 상태나 감정을 말하는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가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달리기를 할 때 ‘바라보는 나’가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나’를 관찰하고 있으면 ‘에잇 힘들어, 그만해야지’ 하고 쉽게 멈추지 않게 된다. 달리기를 하면서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을 주시한다. ‘힘들다’가 아니라 힘들다고 하는 ‘마음’을 주시하고 있으면 힘은 들지만 그만두거나 멈추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달리기를 계속할 수 있다. 그것을 인내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기력감도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살다가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한다. 사는 동안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희열과 성취 뒤에 허탈과 상실을 경험하기도 한다. 젊고 건강하던 몸이 늙어가고 여기저기 탈이 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미리 알고 있으면 당황하지 않는다... 이미 올 거란 걸 준비했기 때문에 ‘괜찮다’, ‘지나갈 것이다’ 다독이며 무기력한 시기를 견뎌낸다. 어둠 속에 머무르더라도 희미한 빛의 방향을 느끼고 찾을 수 있다. 머지않아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출구도 결정할 수 있다.




...달리면서 숨이 차고 힘이 들 때 고비를 넘기는 방법은 불신과 불안을 멈추는 것이다. 불안을 멈추는 방법은 신체에 느껴지는 감각을 주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흡이나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로 공중에 띄웠다가 땅에 닿았다가 반복되는 느낌에 집중한다. 왼팔과 오른팔이 앞뒤로 움직이는 자세도 들여다본다. 그렇게 오롯이 신체 느낌을 관찰하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쉽게 끼어들지 않는다. 호흡을 다듬고 발이 땅에 디뎌질 때 리듬에 집중하면 마음이 고요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호흡을 알아채고 마음을 읽는 좌선 명상이 정적인 것에 비해 달리기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마음의 생각을 읽는 동적 명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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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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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킬 때는 주저하지 말고 숨을 쉬자. 타인을 실망시켰다는 절망이 목을 조여 오지 못하도록, 들이쉬고 내쉬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내가 또 네 마음의 허리를 꺾었구나. 이 세상이 오와 열에 맞추어 잘 굴러갈 수 있게끔 헌신하는 사람을 내가 불편하게 만들었다.




“혼자서 입안에 저질 재료를 넣는 희생은 감수해도, 남들에게 도둑질로 비난받는 일은 절대로 감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산다는 거예요. 똑똑한 사람들은 겁이 많거든요.”
“그건 그냥 도덕적이라는 뜻 아닌가요?”
“겁이 있어야 도덕을 지키죠.”




...선하고자 하는 도덕적 욕망을 추구하는 일은, 가끔 패배가 정해진 게임에 참여하는 일처럼 불합리했다.






...우리는 결여된 존재로 남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결여를 채우는 게 가끔은 버겁다. 있는 그대로 수용되길 원한다. 비록 내 도덕성이 상대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내가 이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지 못해도, 심지어 그 정의에 균열을 만드는 존재라 할지라도. 그냥 살아 있고 싶다. 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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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당신이 반드시 물어야 할 삶의 의미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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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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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이가 비록 그 경험은 다를지라도 각자의 고통을 겪었음을 알게 될 때, 그래서 시집을 붙잡고 울 때, 그 열띤 고통은 잠시나마 진정된다. 시인의 단어들로 시의 몸이 되어본다. “내게 칼을 겨눈 그들은 내 영혼의 한 터럭도 건드리지 못했어.”소리 내어 읽어본다...그러니까 늘 꿈꾸다 말고 마시는 자리끼처럼 나는 시를 필요로 했던 것 같다. 악몽과 꿈 사이에 청량한 물을 흐르게 하고, 꿈이 혈관에 스며들게 해서, 그토록 땀 흘리며 삼키던 열도 잠시 내려놓게 하는 것. 대체 이것을, 시가 아니면 무엇이 해줄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속에서만 자신의 몸 밖으로 나가볼 수 있다. 누구든지 태어나서 해볼 수 있는 경험보다 해보지 못하는 경험이 까마득하게 많기에 우리는 함께 있을 때만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 그래서 함께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 혹은 예술만이 서로의 연장延長이 된다.



...책 300페이지를 읽는 일. 40분짜리 피아노 협주곡을 듣는 일.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일. 미술관 내부를 아주 천천히 걷는 일. 그러는 동안 나의 편견과 아집을 내려놓고 마음을 활짝 열어두는 일. 그럴 때 왠지 인류의 일원이 되었다고 느낀다. 표현하고 경청해온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한 발짝씩 다가선다고 느낀다. 이 바쁜 세상에서 시간을 견디는 인내심이란 진화에 불리한 성정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 인내심이 없다면 내가 꿈꾸는 다정한 사람들의 세계는 그 꿈의 흔적조차 파르르하게 사라질까 두렵다.



... 한 책에서 다른 책으로 이행해가는 그 모든 과정에서 ‘읽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그 연속적인 열린 과정만이 책의 경이를 담보한다. 그는 책과 책을 거치며 계속해서 다른 사람이, 더 넓은 사람이 되어간다. 이것은 단순한 ‘갈아타기’가 아니라 인간의 애석한 운명을 넘어 다른 이의 몸을 입어가는 ‘확장하기’의 과정이다. 그리고 ‘확장’은 필연적으로 홀로 성공하기보다 여러 삶을 끌어안기를 요청한다. 그렇기에 동일하게 맞부딪히는 주문 속에서 “인간이라면 모두를 제치고 성공하라”라는 주문은 유일하게 힘을 잃는 주문이 된다.



...죽음을 맞이할 때는 아침의 찬 바람이 깨운 서늘하고 명징한 정신이었으면 한다. 매일같이 축하한 작은 부활의 순간처럼 날카로웠으면 한다. 죽음 앞에서마저 미몽에 사로잡혀 있지 않았으면 한다. 무너지게 될까. 포기하게 될까. 신체의 고통 앞에서 다른 것은 모두 부질없어지게 될까. 나는 이토록 허약한데.



...삶에는 의미가 없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과제로 부과되어 있기에, 한 가지 답이 없기에 삶이란 피곤한 것이라고. 삶은 우리와 합의를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삶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기에 합의에 응해주지 않을 것이다. 삶은 인간에게 마음대로 통제되고 라벨이 붙을 만큼 약하지 않다. 삶은 혼돈이고, 무질서는 승리하며, 성취는 무너진다. 삶은 인간의 자존감이 편안히 기댈 수 있을 만한 곳이 아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우리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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