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신화 마로 시리즈 (Maro Series) 6
김보영 지음, 김홍림 그림 / 에디토리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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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멀리 떠나보낸 사람들은 새나 말이 되기보다는 풀꽃이나 망부석이 되어버린다. 생물이 자신이 원하는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형상으로 변하는 경향성이 있음은 또한 흥미로운 일이다.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다닌다는 믿음이 환상임을 아는가. 그들은 해를 동경하여 거대한 꽃을 만들었으나 꽃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고개를 숙이고 만다. 아마 나 역시 그러하리라. 내가 날개를 달고 어딘가로 멀리 도망쳐버리기를 기원하므로, 나는 배를 땅에 붙이고 기어 다니는 무거운 몸뚱이를 갖고 죽어 갈 것이다. - < 진화 신화, 김보영 저/김홍림 그림 > 중에서

예부터 이르기를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 우리 몸의 세포는 매순간 계속 태어나고 죽어 간다. 혈관에서 피는 계속 만들어지고 사라지며, 오래된 세포는 죽고 그 자리를 새로운 세포가 메워 간다. 그러다 보면 이전에 자신의 몸을 구성하던 세포는 결국 하나도 남지 않는다. 그건 사람이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완전히 다른 생물이 된다는 뜻이다. 생물은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살아가는 도중에도 몇 번씩 죽고 다시 태어난다. - < 진화 신화, 김보영 저/김홍림 그림 > 중에서

“본연의 모습이란 것이 무엇이냐.”
  호랑이가 되물었다.
  “네 말대로라면 모든 생물은 일평생 갓난아기의 형상으로 살아야 하겠구나. 너는 자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났다고 말하지만 네 선조는 한때 곰이었고 호랑이였고, 뱀이었고 물고기였고, 새였으며 식물이었다. 네가 지금은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하나 의미 없는 일임을 알게 되리라.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죽는 것이 무슨 가치 있는 일이냐.  - < 진화 신화, 김보영 저/김홍림 그림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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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질문 - 나를 깨닫는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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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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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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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 종속적 자영업자에서 플랫폼 일자리까지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전혜원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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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저임금·불안정·비공식 노동시장이 광범위하게 확대된 나라에서는, 드나듦이 경직적인 정규직 일자리와는 다른 ‘액화 노동’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고임금 개발자와 저임금 육체노동으로 대표되는 숙련의 양극화는 이 경향을 더 촉진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뿐 아니라 직업교육과 같은 정책적 개입도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세 풍경은 닮았다. 모두 기술이 밀어내는 일자리다. 기존 진입 장벽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기술이 대체할 일자리가 있다면 그 과도기의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 밀려난 이들을 다시 배치할 산업·고용정책이 있는지 묻고 있는 풍경이다.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김초엽 작가는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묻는다. 한국사회는 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사실 그 공정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뿐이다. ‘내 밥그릇을 빼앗아가거나 내 노력을 보상해주지 않아서 불공정하다’는 것이지 사회적 공정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들이대면서도 ‘절차적 공정성이 문제’라며 이를 은폐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을 흔히 웨포나이즈weaponize}(무기화)라고 한다. 담론 싸움에서 (공정성 같은) 특정 단어를 무기화하는 거다. 사실 공공의대가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가? 이 정책을 둘러싸고 검토해야 할 갈등이나 세부사항이 정말 많다. 인천공항 정규직화 역시 풍부하고 섬세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의제인데, 공정성이라고 말하는 순간 논의가 활발해지는 게 아니라 차단되어버린다.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고어 비달이라는 미국의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성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남들이 패배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성공이라면, 공정을 들고나오는 것은 단순히 소득 감소를 우려해서만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엘리트가 되고 성공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고생했고 고난을 거쳤지만, 그 경쟁을 통과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이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 증명해주는 서사로 작동한다. 그 과정을 못 이겨낸 사람들은 패배자로 있어야 자신이 정당해진다. 내가 소득을 많이 올려 성공하는 것보다 남들이 패배자의 위치에 있는 게 더 중요하다.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출발선이 다르므로 공정한 경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기사에 달린 댓글이었는데, ‘결과의 평등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출발선이 다른 건 사실일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경쟁의 결과를 인위적으로 비슷하게 만들려는 모든 시도는 거부하겠다는 ‘결의’가 읽혔다. 나는 진보가 싸워야 하는 전장이 있다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한다. 경쟁의 결과가 똑같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 격차가 너무 크면 모두가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경쟁 자체가 사람들을 구속하는 힘이 커진다. 이러면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 어렵다.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누군가가 안정감을 느끼는 울타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이 울타리는 학벌일 수도, 공채일 수도 있다. 때로 노조일 수도 있다. 어떻게 노조의 승리가 모두의 승리가 될 수 있을까. 이걸 해내는 데 공동체의 미래가 달렸다.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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