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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 종속적 자영업자에서 플랫폼 일자리까지 ㅣ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전혜원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11월
평점 :
“한국처럼 저임금·불안정·비공식 노동시장이 광범위하게 확대된 나라에서는, 드나듦이 경직적인 정규직 일자리와는 다른 ‘액화 노동’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고임금 개발자와 저임금 육체노동으로 대표되는 숙련의 양극화는 이 경향을 더 촉진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뿐 아니라 직업교육과 같은 정책적 개입도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세 풍경은 닮았다. 모두 기술이 밀어내는 일자리다. 기존 진입 장벽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기술이 대체할 일자리가 있다면 그 과도기의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 밀려난 이들을 다시 배치할 산업·고용정책이 있는지 묻고 있는 풍경이다.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김초엽 작가는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묻는다. 한국사회는 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사실 그 공정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뿐이다. ‘내 밥그릇을 빼앗아가거나 내 노력을 보상해주지 않아서 불공정하다’는 것이지 사회적 공정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들이대면서도 ‘절차적 공정성이 문제’라며 이를 은폐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을 흔히 웨포나이즈weaponize}(무기화)라고 한다. 담론 싸움에서 (공정성 같은) 특정 단어를 무기화하는 거다. 사실 공공의대가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가? 이 정책을 둘러싸고 검토해야 할 갈등이나 세부사항이 정말 많다. 인천공항 정규직화 역시 풍부하고 섬세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의제인데, 공정성이라고 말하는 순간 논의가 활발해지는 게 아니라 차단되어버린다.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고어 비달이라는 미국의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성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남들이 패배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성공이라면, 공정을 들고나오는 것은 단순히 소득 감소를 우려해서만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엘리트가 되고 성공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고생했고 고난을 거쳤지만, 그 경쟁을 통과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이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 증명해주는 서사로 작동한다. 그 과정을 못 이겨낸 사람들은 패배자로 있어야 자신이 정당해진다. 내가 소득을 많이 올려 성공하는 것보다 남들이 패배자의 위치에 있는 게 더 중요하다.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출발선이 다르므로 공정한 경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기사에 달린 댓글이었는데, ‘결과의 평등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출발선이 다른 건 사실일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경쟁의 결과를 인위적으로 비슷하게 만들려는 모든 시도는 거부하겠다는 ‘결의’가 읽혔다. 나는 진보가 싸워야 하는 전장이 있다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한다. 경쟁의 결과가 똑같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 격차가 너무 크면 모두가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경쟁 자체가 사람들을 구속하는 힘이 커진다. 이러면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 어렵다.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
“누군가가 안정감을 느끼는 울타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이 울타리는 학벌일 수도, 공채일 수도 있다. 때로 노조일 수도 있다. 어떻게 노조의 승리가 모두의 승리가 될 수 있을까. 이걸 해내는 데 공동체의 미래가 달렸다. -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