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지평선 - 우리가 우주에 관해 아는 것들, 그리고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
아메데오 발비 지음, 김현주 옮김, 황호성 감수 / 북인어박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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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따옴표 없는 빅뱅이 있었고 온 우주가 극단적으로 뜨겁고 밀도가 높아 공간이 팽창되었고, 이 팽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뿐이다. 어쩌면 아주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단계는 과거의 어느 한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추정으로 볼 때 약 138억 년 전에 발생했다. 하지만 공간과 시간에 시작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모른다. 그런데도 편의상 가상의 특이점을 시간을 카운트하기 시작한 순간으로 보고 “‘빅뱅’ 후 3분”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은 외삽법(外揷法, Extrapolation)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를 알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볼 필요가 있다.


...우주의 평균 밀도는 임계값과 같다. 여러분이 평균 밀도를 기하학적인 방식으로 보고 싶다면, 우주 공간의 곡률은 큰 규모에서 0이다. 우주의 모든 원자는 임계 밀도의 약 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우주의 95퍼센트는 우리가 잘 아는 원자 물질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의 내용물 중 약 25퍼센트가 비원자 유형의 암흑 물질이다. 우주의 내용물 중 약 70퍼센트는 빈 공간의 에너지(혹은 우주 상수)다. 이것은 우주가 팽창하는 방식에서, 즉 팽창이 가속화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때문에 우리가 알게 된 것이다. 원시 우주에는 대규모 구조의 기원을 아주 잘 설명하는 작은 불균질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이 초창기 불균질성의 출현을 설명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급팽창 모형이다.


...지각적 한계와 함께 우리의 인지적 한계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특정한 방식으로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놀랍지만, 그 너머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저 너머에 있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다. 인간 중심적 사고가 죄악일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과학은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Thomas Nagel, 1937~ )이 ‘어디에나 있는 시선’36)이라 부른 것, 즉 특정한 관찰 지점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갈망한다. 편견이나 개인적인 취향, 열망에서만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공간이나 시간의 어느 한 위치에서 갖게 되는 관점으로 변질되지 않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원하는 것이다. 직관이나 즉각적인 경험이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이게 만드는 수많은 것들이 실제로 근거가 없거나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해준 것이 바로 이 명확하고 왜곡되지 않은 비전에 관한 연구 덕분이다.


..또한, ‘발생 가능한 모든 일이 일어난다’는 식의 모호하고 포괄적인 예측 너머로 가기 위한 모든 시도가 지평선 밖의 시공간을 관측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시작부터 좌절될 수 있다...그래도 관측 가능한 우주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남아 있다. 지평선 밖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적으로 구현할 수는 없다 해도, 우리에게 있는 이론적 모형들이 상상하게 해주는 다양한 가능성은 우리 우주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방식에 영향을 끼치니까 말이다. 따라서 과학적 가설이 없다면, 다중우주는 철학적 선택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과학은 문화와 사회적 계급의 장벽을 초월해 범세계적으로 공유되어야 하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찾은 최고의 방법이다. 그리고 지식과 진보, 민주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위대한 수단이기도 하다. 주머니 속에 진실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렇지 않은 것을 확실하다고 전달하는 사람들, 권위나 권력, 폭력을 동원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설령 의미와 확실성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열망을 충족시켜주려 한다 해도, 우리는 이들을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비교와 대화, 관찰,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존재의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을 주려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을 독려해야 한다. 우리는 인간과 인간을 탐구하고 이해하려는 타고난 욕구를 말살하는, 연민이 없는 견해들과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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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독서 - 오직 읽기로만 열리는 세계
미사고 요시아키 지음, 하진수 옮김 / 시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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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삶이 순조로울 때는 책이 그다지 시야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생겼을 때, 실패했을 때, 눈앞이 캄캄해졌을 때 ‘인생의 책’을 만납니다.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의 명저인 《그리스 철학자 열전》에는 “교양은 순경順境에서는 장식이고, 역경에서는 대피소다”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실려 있습니다.


...악의가 없고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이 사실 제일 무서워요. 난 평소에 늘 생각했어요. 세상에는 차가운 비가 계속 내리고 있고 우리에게는 그것을 멈출 방법이 없지요. 하지만 상상력이라는 우산이 있다면, 그것을 펼칠 수 있어요. 우산이 작으면 나밖에 쓸 수 없지만 우산이 크다면 넓게 펼쳐서 많은 사람이 비에 젖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고요.


...현실 세계의 ‘수직 관계(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와 ‘수평 관계(동네 친구, 학교 동기)’에서 ‘진심’을 토로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았다. 나카지마 다케시는 직장에서의 ‘수직 관계’와 주거지에서의 ‘수평 관계’는 아무래도 이해관계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진심으로 무엇이든 말할 수 있을 리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를 수반하지 않는 비스듬한 ‘경사傾斜 관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결핍을 해소하는 것이 바로 ‘공유’라는 개념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물리적인 사물, 사적 소유, 자기 정체성의 관계성이 근본부터 진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가정은 절반가량, 즉 약 5,000만 가구가 전동드릴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인의 대다수는 전동드릴을 생애 단 6~13분밖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레이철 보츠먼과 루 로저스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전동드릴을 갖는 것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설령 당신들의 운명이 환경미화원이라고 해도 부디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린 것처럼 도로를 청소해주길 바란다. 부디 헨델이나 베토벤이 음악을 만든 것처럼 도로를 쓸고 닦아주면 좋겠다. 셰익스피어가 시를 쓴 것처럼 청소해달라. (중략) 부디 앞으로 하늘과 땅의 모든 군대가 멈춰서 ‘이곳에는 일찍이 자기 일을 훌륭하게 해낸 위대한 청소부가 있었다’라고 할 정도로 자신이 맡은 일을 훌륭하게 해주었으면 한다. 실제로 하네다공항이 ‘세계에서 제일 깨끗한 공항’으로 선출되는 데 일조한 전문 청소부 니쓰 하루코新津春子는 저서 《세계에서 제일 깨끗한 공항의 청소부世界一淸潔な空港の淸掃人》(2015)에서 “청소부를 마치 하인이나 투명인간으로 여기는 사회의 가치관 자체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동화작가 고미 타로五味太郞는 《쇼핑 책買物繪本》(2010)에서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를 이야기로 엮었습니다.
돈으로 ‘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돈으로 ‘돈을 쓰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돈으로 굳이 ‘검소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즉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대인이 생산성을 향상시켜 획득한 ‘지루함’이야말로 고뇌의 본질이라고 갈파한 철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블레즈 파스칼입니다. 그는 인간의 고독한 실존을 다룬 고전 《팡세》(1670)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인간의 불행은 모두 단 하나의 일, 즉 방 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파스칼은 ‘제아무리 훌륭한 자리에 오른’ 왕이라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스릴과 흥분이지 결과 자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소란 속에서 춤을 추다 보면 인생은 어느새 끝나버린다”는 파스칼의 지적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무서울 정도입니다.


...나카지마 다케시는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과거 우리는 ‘전통’에 따라 죽은 자와 연결되고, ‘상식’에 따라 죽은 자와 대화해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이 전에 없는 자산과 지식,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불행한 것이 이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며, 우리가 외로운 것은 ‘현대는 우리에게 기대어 있는 죽은 자死者를 죽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손을 뻗고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죽음으로부터 세상을 바라보면 거기에는 무한한 삶밖에 없다.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었다.” 이런 대단한 문장이 단바 테츠로의 영화 〈대영계〉에서 시작될 줄은 몰랐습니다. 책을 펼치면 첫 문장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그래서 책 읽기를 그만둘 수 없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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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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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자유나 사회적 자유 등의 다른 자유가 경제적 자유와 충돌을 일으키면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경제적 자유를 우선순위에 둔다. 밀턴 프리드먼과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가 살인을 일삼았던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 정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것도 바로 이런 사상적 배경에서 나온 행동이다. 그들은 피노체트 정권 때 이른바 ‘시카고 보이스Chicago Boys’라고 부르는 경제학자들의 도움으로 시행했던 자유 시장 정책이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책으로부터 경제적 자유를 보호한다고 믿었다.


...규모가 큰 생산, 복잡한 테크놀로지, 국제 규모의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19세기 말 이후의 환경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노력—개인의 노력보다—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기업의 리더뿐 아니라 노동자, 엔지니어, 과학자, 전문 경영인, 정부의 정책 입안자, 그리고 심지어 소비자의 노력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다양한 개념의 자유가 존재하는데, 그 모든 자유가 논란의 여지 없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인 양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자유 무역에서 ‘자유’라는 개념은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거래가 해당 정부의 규제(예를 들어 수입 금지 조치)나 세금(예를 들어 관세)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바로 이 때문에 자유 무역 1기(19세기와 20세기 초)에 ‘자유’ 무역은 거의 전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나라들, 다시 말해 식민주의와 불평등 조약 등으로 자국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한 나라들에서만 행해졌다. 국가들 사이에 형식적인 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인 현재의 자유 무역 2기에서조차 자유 무역은 모든 당사자에게 평등하게 혜택을 주지 못한다. 국제 무역의 규칙이 강한 나라들에 의해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만들어지고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국적 기업이 진출한 나라에는 그 나라의 나머지 경제와 별도로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들이 이른바 ‘스크루드라이버 오퍼레이션screwdriver operation’이라 부르는 조립 작업만 하는 방식으로 섬처럼 존재하는 ‘엔클레이브enclave’ 현상이 벌어진다. 지역 기업들에는 거의 하청을 주지 않고 대부분 수입된 부품을 완제품으로 조립하기 위해 그 지역의 값싼 노동력만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얼마간의 단기적 헤택이 있을 수 있지만(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지역 기업에서 구입한 낮은 기술 수준의 부품 등), 다국적 기업의 진출로 인해 거둘 수 있는 진짜 혜택(고급 기술의 이전, 선진적 경영 관행, 더 나은 기술과 테크놀로지를 노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습득하고 훈련받을 기회)의 대부분은 현실화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개발도상국들이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보호 무역, 보조금, 외국인 투자 규제 등을 주도하는 정부의 지원과 보호 아래 자국의 생산자들이 ‘성장을 해서’ 생산성이 더 높은 산업 부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신자유주의 전통에서는 완전히 부인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워싱턴 기구들이 제시한 ‘정책 권고 사항’들은 ‘쿠키 커터cookie cutter’접근법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될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내용이었다. 나라마다 다른 경제 상황이나 정치사회적 환경과 상관없이 똑같은 정책을 제시하고 거기에 따르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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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열린책들 세계문학 25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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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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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2023-05-2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작가 임승수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쓴 인문에세이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출간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진심을 담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열심히 썼지만 딱히 홍보할 방법이 없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저자가 이렇게 직접 나서게 되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책 여러 권을 가방에 넣고 무작정 지하철에 올라 승객분들에게 직접 육성으로 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그래서는 안 되겠지만요). 갑작스러운 댓글에 불편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여러 일로 바쁘시겠지만 1분 정도만 시간을 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문득 제 신간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의 내용이 <아버지의 해방일지> 21세기 실사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아버지가 빨치산 출신 사회주의자로서 신념을 버리지 않고 살아오면서 생긴 독특한 인간관계와 에피소드가 있듯이, 두 딸의 아빠이자 반백살의 남성인 저도 30년째 사회주의자로 살아오면서 그런 삶을 견지했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 사회주의자가 된 이후 인생이라는 여행의 경로가 대폭 변경되었습니다. 가치관이 바뀌다 보니 갈림길에서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인데요. 글치였던 공대생 출신이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서는 느닷없이 마르크스주의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선거 날 투표할 때면 지지율이 1%도 안 되는 후보에게 거침없이 한 표를 행사하고, 뜬금없이 와인에 홀딱 빠져서는 대한민국 검사뿐만 아니라 노동 조합 간부들을 대상으로 와인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인생 경로는 명승지 투어 같이 잘 차려진 패키지 여행과는 결이 달라서, 오지 탐험에서나 맞닥뜨릴 돌발 장면들이 순간순간 펼쳐졌습니다.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에는 제가 사회주의자라는 여행 경로를 선택하게 된 이유, 그리고 이 경로를 선택했을 때만 접할 수 있는 풍경, 경험할 수 있는 사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전히 이 여행이 제법 맘에 들어서 설사 구부러질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사회주의자로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 이야기에 공감하리라 기대한다면 과욕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오지 탐험 여행서 같은 흥미진진함을 제공하리라 작은 기대를 해봅니다.

이 책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쓴 건 아닙니다.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삶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썼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제 책도 ‘실사판’으로서 무척 흥미롭게 읽으시리라 확신합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권의 여행서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어주기를 바랍니다. 아래에는 출판사의 책소개 일부를 발췌해서 옮깁니다. 귀중한 시간 할애해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인터넷서점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9181643

”우리는 과연 사회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사회주의는 생각보다 훨씬 우리의 일상 가까운 곳에 스며들어있다. 일례로 전 세계가 주목한 코로나19 감염병 대처 방식도 지극히 사회주의식이었다. 국가가 앞장서서 공공 재원과 행정력을 동원해 감염병에 대처했으며 코로나 진단 검사와 치료를 누구나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보건 의료 정책과 더불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공립학교, 국공립어린이집, 무상 급식, 공공 임대 주택, 부자 증세 등등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복지 및 재분배 정책은 모두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졌다. 그런데 복지를 확대하길 원하면서도 왜 사회주의에는 유독 반감을 가질까?

저자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본격적으로 해소한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가 대세이면서 동시에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30년 차 사회주의자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아낌없이 들려준다. 또한 자본주의의 은폐된 착취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를 해설하고, 역사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태생과 최후를 통찰한다.

사회주의로의 강요는 없다. 다만 질문이 시작될 뿐이다. 최악의 빈부 격차, 극심한 이윤 지상주의, 유례없는 환경 파괴,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가 지배하고 있는 이 땅에서 우리는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지켜나갈 것인지. 증오와 배척, 불평등와 불공정 너머의 세계를 꿈꾸며, 우리 삶의 지표에 진중한 화두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