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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세계의 농담 - 삶의 모퉁이를 돌 때 내게 다가와주는 고전들
이다혜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2월
평점 :
“오슨 웰스가 일러 주었듯 해피 엔딩인지 아닌지는 어디서 이야기를 끊느냐에 달려 있다.” 《살림 비용》의 첫 문장은 이 책의 저자이자, 동시에 우리 모두의 삶이 처한 당연한 처지를 생각하게 한다. 죽기 전까지 삶은 이어지고, 어디에서 이야기를 멈추느냐에 따라 그것은 행복한 이야기일 수도 비극일 수도 있다.
... “나보다 뭔가 나아 보이는 누군가가 멋진 말로 나를 이끌어주길, 그래서 나에게 깨달음을 주길, 그래서 내 삶이 조금 더 수월해지길 바라는 마음 자체를 버리십시오. 그런 마음을 먹고 사는 무리들이 이 세상에는 존재하니까요. 그런 무리의 먹잇감이 되지 마십시오.” 이 말조차 “나보다 뭔가 나아 보이는 누군가가 멋진 말로 나를 이끌어”주는 성격의 ‘졸업식 축사’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는 일은 열여덟 살의 싱클레어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독하더라도 탐색을 멈추지 않고 과거와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영토를 찾기를 멈추지 않는 일. 그 길 위에 더 오래 서고 싶다.
...환상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만, 환상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삶은 언제나 기대보다 무겁다. 어느 나이에도.
...걱정에 시달리며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설명된다. “최악을 상정한 다음 이를 개선하려 들지 않으며, 난파선의 잔해에서 인양할 수 있는 것들을 건져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회복해보려고 애쓰는 대신, 억울함에 가득 차서 ‘최악의 경험과 격렬한 싸움’에 몰두한다. 결국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생각이 고착된 우울증의 희생자가 된다.”
a-1. 정보가 없는 사람에게 묻기보다 답을 전혀 모르는 편이 낫다.
b-1. 사람들은 의견을 사실처럼 주장하는데, 이런 의견을 사실로 오인하지 마라.
c-1. 한복판에서는 언제나 타 죽을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때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때까지 결정을 미뤄라.
d-1. 내가 고전에 대한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은 중요하지만 훌륭한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e-1. 점을 찍는 데 집착하는 대신 선을 긋는 법을 익혀라. 사소한 것에서 중요한 것을 구분해내고, 특정한 사건을 과대평가하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하나의 사건에서 많이 배울 수 있음을 잊지 말 것)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피로 덮인 막 너머로 사랑하는 아이를 보고 시선이 멈췄다. 에스타는 벨루타의 무언가가 미소 지었다고 생각했다.
입은 아니었지만, 다치지 않은 어딘가가. 어쩌면 그의 팔꿈치가. 아니 어깨일지도.
경위가 질문을 던졌다. 에스타의 입이 네, 라고 답했다.
어린 시절이 발끝으로 살금살금 나가버렸다.
침묵이 번개처럼 미끄러져 들어왔다.
누군가 불을 껐고 벨루타의 모습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