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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평점 :
...이반 일리치가 지나온 인생사는 가장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
...키제베터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 논법의 예를 따르자면 카이사르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는다, 고로 카이사르도 죽는다, 라고 했다. 그는 평생 이것이 카이사르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지 절대 자기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리라고 여겨 왔다. 카이사르는 보편적 인간이므로 이것은 완벽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카이사르 같은 보편적 인간이 아니라, 항상 모든 사람들과 다른, 완전히 특별한 존재였다.
...그를 괴롭힌 것은 거짓이었다. 즉 모두가 그들 자신도 알고, 그도 아는 사실을 부인해 가며 오히려 그의 끔찍한 처지를 두고 거짓말을 하려 들 뿐 아니라, 그에게마저 거짓에 동참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거짓, 그의 죽음을 코앞에 두고 일어나는 저 거짓, 저 무섭고 장엄한 죽음이라는 사건을 병문안과 커튼과 만찬의 철갑상어 수준으로 격하해 버리는 저 거짓이야말로……
‘저항할 수 없다.’ 그가 자신에게 말했다. ‘단지 대체 왜 이런지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런데 그것마저 불가능하다. 만약 내가 잘못 살았다면 그나마 설명이 될 법하다. 하지만 그건 벌써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자기 삶이 얼마나 정당하고 올바르고 점잖았는지를 회상하면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건 용납할 수 없지.’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입술을 씰룩거렸다. 아마 누가 보았다면 그가 정말로 미소 짓는 줄 알았으리라. ‘설명이 되지 않는군! 고통, 죽음…… 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