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 주어진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향을 찾아주는 안내서
나영웅 지음 / 지음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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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는 일종의 버릇이다. 버릇은 실천을 낳는다. 그런데 그 버릇은 사회적이다. 사회적이라는 것은 집단적이라는 것이며, 계급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성적 주체가 아니며, 나의 행위 역시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와 나의 행위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버릇에서 비롯되었다. 이 사회적 버릇은 개인으로서 나와 계급을, 행위와 구조를 매개한다.




...아비투스는 이처럼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적인 요인에 따라 자신의 선호가 몸과 마음에 각인된다. 아비투스는 단순히 가정의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삶에서 다양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나은 선택이 취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비투스는 결국 내가 가진 자본에 의해 결정된다.



...부르디외는 이러한 과정을 취향의 계급화로 정리했다. 문화, 자격, 인정, 권위 등 무형의 자본이 가지고 있는 힘은 단순히 개개인의 능력이나 타고난 기질에서 유발하기보다는 이들 무형의 자본이 필요에 따라 경제 자본으로 전환되거나 교환되는 과정을 증명한 것에 의미가 있다. 경제 자본은 오랫동안 다양한 형태의 문화 자본으로 전환되어 승계되었고 굳어진 계층 사회를 만들었다. 이는 자유 의지만으로는 바꿀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사회가 도래했음을 내포한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 계급을 확인한다. 하지만 상품을 계급화하며 남과 나를 구분하는 계급의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결국 차별과 선택의 제한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상징 권력은 이미지가 힘을 갖는 것이다. 자동차 계급도라는 이미지가 지표가 되어 개인의 선택에 한계선을 만든다. 이러한 억압을 때로는 스스로 행하고 때로는 타인에 의해 행해진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나의 취향이 아닌 사회가 요구하는 취향의 범위에 갇혀 스스로 선택을 정당화하는 것, 이 현상을 부르디외는 계급의 은근히 드러나는 지배, 피지배 계층의 자발적인 복종을 뜻하는 ‘상징 폭력’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의 마음 문제’라는 명제가 있다. 그 누구도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고 오직 자신의 경험에 기대어 타인의 마음을 추측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누군가를 이해해야만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오만은 접어두는 편이 좋다. 취향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누군가와 함께 삶을 공유하고 있고 또 누군가와 동일한 목표를 갖고 움직이고 있다면, 이미 서로는 상대를 받아들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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