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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감속노화 실천법
정희원 지음 / 한빛라이프 / 2023년 12월
평점 :
...이렇게 노화의 결과는 한편으로 질병 목록이 되어 나타난다. 흔히 진료실 수준에서 측정할 수 있으며 노화의 결과로 생각되는 질환은 관절염, 암, 부정맥, 만성 콩팥병, 만성 폐쇄성 폐 질환,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 치매, 우울증, 당뇨병, 골다공증, 뇌경색 등이 있다. 그러니 마흔이 되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처럼, 60~80대가 되었을 때 내가 가진 병의 목록들, 즉 만성질환의 목록은 어느 정도는 성인기를 거치면서 살아온 삶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약을 더하면 약의 부작용을 또 약으로 막게 되는 무한의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 경우 환자는 약을 먹을수록 점점 나빠지게 된다. 이 현상을 처방연쇄prescribing cascade라고 하는데, 노인의학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증상마다 개별 진료과를 전전하는 의료시스템의 특성상 아주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이러한 처방연쇄가 발생했을 때 그 메커니즘을 밝히고 악순환을 반대로 풀어내는 일을 탈처방deprescribing이라고 한다.
...30대 중반부터 두 번째 시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시기부터 초기 노년기까지 몸이 경험한 대사적 과잉의 총합이 곧 노화의 액셀러레이터에 가해지는 압력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노화 과학자들은 일생동안 대사 과잉을 견디느라 활성화되었던 인슐린의 총량이 결국 노화 정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실제로 지금까지 실험동물의 수명을 개선하고 노화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고 알려진 대부분의 조작(약물이나 생활 습관 변화 등)은 이 시기의 대사 과잉을 최소화하는 것의 변주곡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몸을 일찍부터 만들면 나이가 들더라도 근육이 빠지는 현상도 덜하고, 식욕이나 소화력, 배뇨 배변 기능도 가파르게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이 시기는 대사 과잉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전략이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두려워하는 것의 근본 이유는 바로 이 빠른 탄수화물 속도가 만들어 내는 인슐린의 요동이다. 사실 탄수화물 자체에는 죄가 없다. 우리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만큼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탄수화물이 문제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인슐린의 요동은 복부 비만과 당뇨병을 만드는 일을 넘어, 노화의 가속페달 그 자체다. 대사 과학자들은 심지어 치매를 제3형 당뇨병이라 부를 정도다.
...당뇨병 환자, 심한 비만인, 살면서 근력 운동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은 금식을 하면 지방이 타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 녹는 동화 저항 현상이 발생한다. 이 경우 시간 제한 다이어트가 적합하지 않으며 복합 탄수화물과 단백질, 건강한 지방을 섞어 세끼를 잘 챙겨먹고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6~12개월에 걸쳐 동화 저항 현상이 풀린다.
...제도적인 분류상 식품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전반적으로 특정한 의학적 효과를 주장할 수 없다. 정말 효과가 있는 무언가라면 이미 약으로 분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는 식품과 의약품의 규정 차이 때문이다. 의약품은 특정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위해 개발되며, 엄격한 임상 시험을 통해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반면 식품은 영양 공급과 맛을 제공하는 목적으로 섭취되며, 특정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주장하면 안 된다. 식이보충제는 이러한 식품의 범주에 속하므로 명확한 의학적 효과를 주장할 수 없다. 또한 영양제는 ‘보충제’로서의 역할을 할 뿐 균형 있는 식사와 건강한 생활 습관을 대체할 수 없다.
...인지 예비능을 보호하고 향상하는 것은 평생에 걸친 활동과 노력에 달려있다. 우리의 뇌를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노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나에게 익숙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뇌활용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인지적 활동에 참여하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평생 학습이 결국 인지 예비능을 쌓아주는 길이기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