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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 -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선생님의 문장 교실
이수연 지음 / 마리북스 / 2024년 2월
평점 :
...이는 ‘‒고’와 ‘‒며’의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고’는 ‘‒며’에 비해 의미상 더 밀접한 내용을 연결하는 데에 쓰입니다. ‘오고 가는 정’, ‘높고 낮은 산봉우리’로 쓰고 ‘오며 가는 정’, ‘높으며 낮은 산봉우리’처럼 쓰지 않는 이유도 그래서라고 봅니다. ‘오다‒가다’, ‘높다‒낮다’는 반의어인데 반의어는 딱 하나의 요소에서만 차이가 나고 다른 부분은 같은, 의미상 가까운 사이입니다.
...사실 대명사 ‘저희’를 써서 ‘저희 나라’로 쓰는 경우가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굳이 그 예를 찾자면 잘 아는 외국인 노교수와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때에 ‘저희’를 씀으로써, 자기보다 높은 사람인 ‘외국인 노교수’를 상대하여 말하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교수님의 나라인) 미국은 어떻습니까? 저희 나라는 이러한데요’와 같은 경우입니다...요약하면 공식 석상에서는 ‘우리나라’로 쓰면 되고, 개인적으로 자기보다 높은 사람을 상대하여 말하는 경우에는 ‘저희 나라’를 쓸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충 파악해서 알려 줘.˝
‘대충’은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 ‘대강’은 “자세하지 않게 기본적인 부분만 들어 보이는 정도로”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파악하다’는 “어떤 대상의 내용이나 본질을 확실하게 이해하여 알다”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대충, 대강’과 ‘파악하다’는 의미가 부딪치므로 ‘대충, 대강’이 ‘파악하다’를 수식하는 구조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파악하다’만 쓰거나, 수식어를 쓴다면 ‘정확히’, ‘확실히’, ‘철저히’ 등을 써서 ‘정확히/확실히/철저히 파악하다’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문’은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기구에 의견을 물음”이라는 뜻입니다. 즉 ‘자문’은 간단히 말하면 ‘물음’입니다. 따라서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는 ‘전문가의 물음을 통해’, ‘전문가에게 물음을 구했다’, ‘전문가의 물음을 받아’가 되어서 전문가가 나에게 묻는 셈이 됩니다.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를 많이 보아서 익숙하지만 의미에 맞게 바꾸어야 합니다. 이때 동사 ‘자문하다’를 쓰면 되지요. ‘자문하다’는 ‘누가 누구에게/어디에 무엇을 자문하다’ 문형으로 쓰이므로 아래와 같이 표현하면 됩니다.
˝그 문제는 전문가에게 자문하여 해결했다.˝
...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전통도 변하여 부모보다 윗분에게도 부모를 높이는 것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으므로 현실을 인정하여 ‘할머니/할아버지, 어머니/아버지가 진지 잡수시라고 하셨습니다’와 같이 부모를 부모의 윗사람에게 높여 말할 수도 있다...직장에서의 압존법은 우리의 전통 언어 예절과는 거리가 멀다. 윗사람 앞에서 그 사람보다 낮은 윗사람을 낮추는 것이 가족 간이나 사제 간처럼 사적인 관계에서는 적용될 수도 있지만 직장에서 쓰는 것은 어색하다. 따라서 직장에서 윗사람을 그보다 윗사람에게 지칭하는 경우, ‘총무과장님께서’는 곤란해도 ‘총무과장님이’라고 하고 주체를 높이는 ‘–시–’를 넣어 ‘총무과장님이 이 일을 하셨습니다’처럼 높여 말하는 것이 언어 예절에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