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드나들었어도나를 알아보는 이 하나 없고나 또한 얼굴을 익히고 있는 사람 하나 없는 곳.그래서내가 누구든 상관없이 맘 편히 찾을 수 있는 곳.만 원 안짝이면 원하는 것을 하나쯤 손에 넣을 수 있고누구도 다급하게 이 책 좀 사라고 소매를 잡아끌거나막판 떨이 70퍼센트 세일이라며 확성기에다 대고고래고래 소리를 치지 않아 좋은 곳......보나르가 왜 그런 여자를 사랑했는지 모르겠다고. 글쎄.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내 경험에 의하면 가치란 건 사랑을 함으로써 만들어지더라.하기 전에 고려된다면 그것은 조건이 될 뿐. ...나 자신을 가꾸는 일이 소중한 이유는 그 일을 함으로써 나와 내 삶이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믿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는 게 앞으로 가는 건지는 몰라도,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느낌. 그런 느낌을 가질 수만 있다면 하다못해 살이라도 몇 킬로 빼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게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 해도, 그런 작은 변화의 여지라도 있어 내 남은 생이, 내 몸과 마음이 이대로 정해져 버리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나는 노력할 거다. 언제까지고 결정되지 않을 삶을 위하여. ...이처럼, 세상을 보는 눈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이미 완성되어 버린 사람과 마주하게 되면 나의 입은 무거워진다....한없이. ...인간은 결국엔 혼자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혼자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그 사람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봤을 때 책의 가장 위대하고도 현실적인 효용성은혼자 있는 시간을 사람들과 있을 때 못지않게때로는 그보다 더욱 풍요로운 순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쉽게 말해,바로 이런 순간에책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