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오마이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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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강자들은 부와 권세를 절제해야 하고, 약자들은 인색함과 탐욕을 절제해야 한다. 이 같은 평등은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이론적 공론에 불과하다고 그들은 말한다. (…) 하지만 오류가 불가피하다고 해서 그것을 규제조차 하지 말아야 한단 말인가? 바로 사물의 추이가 항상 평등을 무너뜨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입법의 힘은 항상 그것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루소는 ‘전체 의사’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몽테스키외는 삼권분립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몽테스키외는 영국 대의제를 극찬했지만 루소는 정반대였습니다. 여기서 유명한 루소의 말이 나옵니다.

‘영국 국민들은 자기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원들을 선출할 때뿐이다. 의원들이 일단 선출되면 국민들은 노예가 된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다.‘





...《범죄와 형벌》에서 베카리아는 배심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무지한 자는 감각으로 판단하지만, 전문가는 학설과 의견으로 판단한다. 전자의 판단이 후자의 판단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안내자이다. (…) 재판관은 유죄판결에 익숙해져 있으며, 모든 것을 그의 전문지식에서 빌려온 인위적 개념요소로 환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재판관의 학식보다는 보통 사람의 상식이 증거판단을 잘못할 가능성이 더 적다. 법을 아는 일이 전문 학문이 아닌 나라는 얼마나 행복한가! 누구나 그와 동등한 이웃 시민들로부터 재판받도록 하고 있는 법제는 정말 경탄할 만하다.‘






...베카리아는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형벌의 잔혹성이 아니라 형벌의 확실성에 있다. (…) 형벌은 비록 온건하더라도 확실하기만 하면 형면제의 희망이라는 요행수와 결부된 무시무시한 처벌의 공포감보다 훨씬 더 큰 인상을 심어줄 것이 틀림없다. 처벌이 확실할 때는 최소한의 해악도 사람들의 마음을 떨게 할 수 있다. 반면 요행히 처벌되지 않겠지 하는 희망은 더 혹독한 처벌에 대한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설령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이는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전 인류를 침묵하게 할 권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어떤 의견의 표현을 침묵시키는 것의 특별한 해악은, 전 인류의 권리를 강탈한다는 것과 같다. 즉 현존 세대와 마찬가지로 미래 세대, 또 그러한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물론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권리까지 강탈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 의견이 옳다고 하면, 인류는 오류를 진리와 바꿀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반대로 그 의견이 그르다고 해도 인류는 마찬가지의 엄청난 이익, 즉 진리가 오류와 충돌함으로써 생기는 진리에 대한 더욱 명확한 이해와 더욱 생생한 인상을 상실하게 된다. <밀, 자유론>



...한편 밀은 “우수한 두뇌를 가졌으면서도 불경이나 부도덕이라는 낙인을 두려워해서 활기차고 자유로운 사상의 줄기를 철저히 탐구하려 하지 않는 비겁한 성격의 사람들”, “일단 권위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신조를 전수받게 되면 보통 그 신조에 대한 의문을 허용함은 무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판합니다.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진리란, 스스로 사색하지 않고 오로지 타인의 주장에 맹종할 뿐인 사람들의 진실한 의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연구와 준비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류에 의해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울프피쉬 호리’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서 키우면 1센티미터까지 자라는데, 연못에서 키우면 5센티미터, 강에 있으며 15센티미터, 바다에 있으면 50~60센티미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국가와 사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틀입니다. 이 틀이 우리의 사고를 속박하도록 짜여 있다면 우리는 그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그 틀이 짜여 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예링은 나아가 저항이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고까지 말합니다.
‘인격 그 자체에 도전하는 굴욕적 불법에 대한 저항, 즉 권리에 대한 경시와 인격적 모욕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형태로서의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다. 이것은 권리자 자신에 대한 의무다—이것은 도덕적인 자기 보존의 명령이며 또한 공동체에 대한 의무다—왜냐하면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불법에 대한 저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샤일록이 비열한 기지를 통해 그의 권리를 좌절시키는 판결의 중압감에 못 이겨 무너졌을 때, 그가 지독한 조소와 박해를 받으며 낙담하고 부서지며 그리고 비틀거리는 다리를 끌고 법정 밖으로 사라졌을 때, 그와 함께 베니스 법률도 굴복당했으며 법정에서 도망친 사람은 유태인 샤일록이 아니라 중세 유태인의 전형적 인물 내지 법을 향해 헛되이 외친 사회 천민 계급이었다는 데서 발생하는 감정을 누가 막을 터인가?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라는 정치공동체와 그 절차를 소중하게 생각했고 이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유죄평결과 사형선고는 ‘국법’을 잘못 운영한 사람의 탓이라고 본 것입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법률의 희생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희생물로서 순결하게 죽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악법도 법이다”로 요약하는 오류는 2000년대 초 대한민국에서 비로소 공식적으로 수정됩니다. 2002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은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정을 권고했고,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입니다. 2004년 11월 헌법재판소도 동일한 권고를 했습니다.

‘실질적 법치주의’와 적법절차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헌법체계에서는 준법이란 정당한 법, 정당한 법집행을 전제로 한다. 이 사례를 준법정신과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과거 권위주의정권 때는 헌법을 여러 가지 법 중 하나로 대접했고 ‘국민의 기본권’을 공동체를 위해 양보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했다. 이 때문에 교육이 권위주의 정권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준법정신이 잘못 기술되고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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