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라.이 전체가 내기다.이것이 내 최후의 사기극이다. 일생 거짓말로 살아온 자가, 죽음에 이르러 마지막으로 벌이는 연극이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로, 무슨 연극을 하는지도, 관객이 누구고 내가 고른 배우가 누군지도 모르고, 각본이 뭔지도 모르고. 누구와 싸우고 어떻게 이기는지도 알지 못하고. ...“너는 또 거짓을 말하겠지. 나를 속이고 희롱할 것이다. 내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너를 믿을 생각이다. 이것이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신뢰이며 마지막 믿음이다. 평생에 다시없을 것이다.” “…….” “거짓을 입에 담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 내 단 한 번의 신뢰를 이용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 ...모든 것을 잃고도 내가 나일 수만 있다면. 어느 세계에서 어떤 기억으로 살든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내가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기억은 결코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