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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 -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 푸른숲 / 2023년 6월
평점 :
...비록 앨커트래즈 점거는 실패로 끝났지만 많은 원주민에게 영감을 줬다. 미국에서는 유럽에서 건너온 청교도들이 미 대륙에 정착한 것을 기념해 11월 넷째 주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해 기리지만, 이날 원주민들은 앨커트래즈로 와서 반추수감사절Unthanksgiving Day 행사를 연다. 청교도들에게 칠면조 구이와 호박파이를 전하며 환영했지만 결국 죽임을 당한 원주민 선조들을 기리는 행사다.
...투치족으로 대학살 당시 아버지를 잃은 르완다 민중 가수 키지토 미히고 역시 카가메와 RPF를 비판하는 노래를 불렀다가 옥고를 치렀다. 그는 2014년 3월 발표한 ‘죽음의 의미’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세상에 좋은 죽음 따위는 없다. 제노사이드로 죽든, 전쟁으로 죽든, 복수를 위한 살육의 희생자가 되든, 사고나 병들어 죽든 간에 죽음보다 더 끔찍한 건 없다. 학살이 나를 고아로 만들었어도 그것이 나를 사람과 공감하지 못하는 존재로 만들지는 못한다. 그들(후투족)의 삶도 (RPF에 의해) 잔혹하게 희생됐지만 집단학살로 다뤄지지 않는다. 형제들, 자매들. 그들 모두 인간이고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들을 위로하고 기억한다. 나의 존엄과 사랑은 속세의 삶과 부가 아니라 인간이기에 나오는 것. ‘나는 르완다인이다’가 ‘나는 인간이다’를 앞서게 두지 말자.”
...소련과 베트남의 지원을 받는 새 정부를 인정할 수 없었던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크메르루주를 비난했지만, 비공개적으로는 크메르루주가 계속 국제사회에서 발언할 수 있도록 여론을 만들어나갔다. 브레진스키는 “내가 중국에게 폴 포트를 지원하라고 권했다. 태국에게도 민주캄푸치아(크메르루주)를 돕도록 부추겼지만, 문제는 캄보디아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였다. 폴 포트는 혐오 대상이었고, 미국은 결코 노골적으로는 그를 지지할 수 없었지만 중국은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독일 학자 하랄트 뮐러는 《문명의 공존》에서 헌팅턴이 문명이란 매우 큰 개념을 지나치게 ‘종교’로 축소시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명이란 끊임없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고정된 것으로 생각해 문명 간의 전쟁을 상정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지전의 대부분이 문명 간의 단층선에서 일어난다는 헌팅턴의 주장과 달리 전쟁의 대부분은 같은 문명권 내에서 발생했고, 이슬람권이 다른 문명권과 유난히 전쟁을 많이 해왔던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땅의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화이트 타이거에서 발람의 말에 따르면, ‘닭장의 원리’가 지배하는 지금 인도에는 두 개의 카스트만이 존재한다. “예전에는 천 개의 카스트가 있고, 천 개의 운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두 개뿐이란다. ‘거대하게 배가 나온 부자’와 ‘굶주린 가난뱅이’다. 그게 바로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의 진짜 모습이라는 것이다.
...물론 당시 기아 사태에 대한 책임을 IMF나 세계은행에만 지우는 건 불공평한 일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말라위 정부의 과오가 결코 가볍지 않다. 30년 독재 정치가 끝나고 ‘민주 정부’를 표방하며 들어선 물루지 대통령이 국제기구와 국제정치에 휘둘리며 국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영화 속 주인공의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민주주의는 수입한 카사바 같아. 금방 썩지.”
...영국의 그랜드 마스터 대니얼 킹은 소련의 체스 육성정책에 대해 “볼셰비키의 체스 장려 동기는 이념적이면서 정치적이다. 그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이 게임이 러시아 대중을 종교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국가들에 대해 소련의 지적 우월성을 입증하기를 원한다. 즉, 체스는 (소련의) 세계 지배의 일환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CIA는 남미의 가장 잔혹한 일부 정권들에게 부정한 수법으로 조작된 통신장비들을 제공했으며,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의 잔인무도한 만행을 인지하는 데 있어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74라고 비판했다. 또 독일은 1990년대 초 손을 뗐으나 CIA는 2018년까지 암호기계 공급 및 정보갈취 작전을 계속했으며 한국도 1980년대에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