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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명주는 관리실에 집을 내놓고 짐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웬만한 건 다 버리고 필요한 것들만 챙겼다. 영원히 살 것처럼 희망을 품지도 않았지만, 살아 있는 한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명주는 새들이 앉았다 간 창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옛 기억을 봉인하듯 가만히 창문을 잠갔다. 명주는 엄마와 여기서 지낸 지난 시간들과 화해하고 싶었다. 지난 시절의 자신과도.
...그래서인지 비록 눈길이긴 해도, 지금 가는 곳이 얼마나 멀고 낯설든, 분명 그곳에서도 복귀 콜을 받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터무니없는 믿음이 마음속에서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축복하듯 차창 위로 소복소복 내려 쌓이고 있었다. 준성은 얼굴 가득 옅게 퍼지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만 들리도록 가만히 속삭였다.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