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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2 - 지리는 어떻게 나라의 운명을, 세계의 분쟁을,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ㅣ 지리의 힘 2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22년 4월
평점 :
시아파로의 개종은 페르시아에 대한 깊은 적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일은 민족주의적 정체성과 강력한 중앙 집권 정부뿐 아니라 수세기에 걸쳐 소수 민족 집단들에 대한 불신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결정은 훗날 이란을 지금의 나라가 되게 했고, 레바논에서의 긴장 형성, 예멘과 시리아의 내전,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충돌의 불씨를 제공했다. 이런 사태들의 근저에 깔린 정치적 경쟁의식을 아예 묵살할 수는 없겠지만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종교적 분열〉이 근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현재 이란의 종교적 정체성은 사파비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 < 지리의 힘 2, 팀 마샬 / 김미선 > 중에서
그가 보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탄생은 “하나의 실체임을 정당화할 수 있는 단일한 역사적 기억이나 민족적 유산이 없는 사람들에게 강요한 국가의 출현”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 논의가 중요한 것은 사우드 왕가의 지배력은 그 정통성에 대한 인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십 년 이래 풍부한 에너지 자원으로 얻은 막대한 부 덕분에 국민들 삶이 개선되면서 이 정통성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 < 지리의 힘 2, 팀 마샬 / 김미선 > 중에서
그리스는 더 이상 영국, 러시아 또는 미국의 것일 필요가 없다. 그리스는 그리스다. 그런데도 또다시 외부 세력에게 이 나라는 중요한 부동산이 되었다. 위기 상황에 처한 러시아 해군이 흑해에서 탈출해야 할 때 그리스는 2차 방어진지가 될 수 있다. 또한 그리스는 유럽의 난민 위기 최전선에 있는 데다 동부 지중해에서 나오는 가스 파이프라인의 핵심 경로가 될 운명으로 보인다.
이 세 가지 이슈 모두 가까운 장래에 전략적 사고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 < 지리의 힘 2, 팀 마샬 / 김미선 > 중에서
터키 군부 내에서 마비 바탄Mavi Vatan, 즉 〈푸른 조국〉이라는 개념을 지지하는 이들은 대체로 나토 회원국이라는 지위를 회의적으로 본다. 그들은 그리스가 동조하는 미국의 책략의 도구가 되는 것은 터키가 이 세계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로 올라서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연히 이 입장에 동조할 것이다. 푸른 조국이라는 관념에는 터키가 자신들을 둘러싼 주변 3개 바다인 흑해, 에게해, 동부 지중해를 지배할 것이라는 세계관이 담겨 있다. 이 생각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이면에는 오스만 제국이 영토를 잃고 오늘날의 터키로 쪼그라들게 만든 로잔조약을 파기하려는 장기적인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 < 지리의 힘 2, 팀 마샬 / 김미선 > 중에서
나일강 수계에 의존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게 물은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다. 우간다, 부룬디, 콩고, 이집트, 케냐,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르완다, 남수단, 수단, 탄자니아는 하나같이 그들의 국경을 통과하는 강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만큼 불안한 나라도 없고, 에티오피아만큼 덜 불안한 나라도 없다. 이집트는 발군의 나일강 권력자로서 한 세기를 풍미한 뒤에도 여전히 그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시대는 변했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나일강이 주는 것을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이 빼앗아가 버릴 수도 있다. - < 지리의 힘 2, 팀 마샬 / 김미선 > 중에서
트루먼이 프랑코를 만날 일은 없었다. 이 명예 아닌 명예는 후임자인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에게 주어졌다. 1959년, 그는 처음으로 스페인을 방문한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프랑코가 히틀러와 나란히 걸으면서 나치 의장대에게 파시스트식 경례를 하는 장면이 찍힌 지 채 20년도 안 된 시점이었다. 이제 프랑코는 미국 대통령과 함께 스페인 군악대가 연주하는 「텍사스의 노란 장미The Yellow Rose of Texas」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드리드 거리를 행진했다. 민주적인 스페인을 갈망하는 사회 각계각층에게는 쓰라린 일격이 아닐 수 없었다. - < 지리의 힘 2, 팀 마샬 / 김미선 > 중에서
양 진영의 우주비행사들이 함께 그랬던 것처럼, 우주 공간에서 〈창백한 푸른 점(pale–blue dot, 우리 지구)〉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태초부터 우리를 감염시켜 〈우리〉와 〈그들〉로 갈라놓게 한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길이다. 우주는 그 무한대 속으로 우리 인간의 정신이 뻗어나갈 기회를 주고 있다. 인간은 늘 위를 바라보았고 깜깜한 밤하늘의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면서 꿈을 꾸어왔다. 실제로 우리는 높은 곳에 도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높이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 < 지리의 힘 2, 팀 마샬 / 김미선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