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홀릭 1
CLAMP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모든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CLAMP 사단의 위력은 역시나 강했다. 만화는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우리 곁에 찾아온 그녀들의 [XXXHOLIC]은 평범치 않은 오오라를 물신 풍기며 현재 국내에 8권까지 선보이며 부지런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혹은 다른

 

인도의 전설을 모티브로 담은 [성전]에서 아마겟돈을 연상시키는 [X] 그리고 우리 살고 있는 어느 곳에서 마법카드를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카드캡터 체리] 그리고 천사의 사랑 찾기를 담은 [Wish]와 미래시대 로봇의 진정한 자아 찾기를 다룬 [쵸비츠]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다양한 시대배경을 다룬 CLAMP의 작품에서 기존의 내러티브를 찾으려 한다면 헛수고이다. 역시나 [XXXHOLIC]도 기존과 다른 세계를 담았다. 이 작품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지만 친근한 향이 나지 않는다. 마치 또 다른 세계를 담은 듯하다. 기존의 CLAMP 작품에서 봐 왔던 캐릭터와는 달리 왠지 더 길쭉해지고 호리호리한 그들은 이공간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적합한 신체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냉혹한 세계의 마녀 유코  

 

표지부터 항상 검고 보랏빛이 나는 암울한 분위기를 물씬 풍풍기며 마치 금서(禁書)인양 외양을 꾸민 [XXXHOLIC]의 차별화는 혀를 내두를만하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이계의 것(thing)을 볼 수 있는 와타누키와 필연으로 만나게 된 마녀 유코와의 계약과 함께 시작된다.

4월 1일생인 와타누키. 그의 출생에 관련된 호기심을 곳곳에서 풍기는 이 작품에서 와타누키는 유코와의 거래로 할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마녀 유코와의 만남과 더불어 그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술 마시고 놀기 좋아하는 마녀 유코는 와타누키를 괴롭히기 좋아하는 단순한 쾌할 마녀같지만,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과의 거래는 확실하게 일을 수행하는 냉정한 마녀다움을 어김없이 발휘한다. 이 작품은 아키노 마츠리의 [펫 숍 오브 호러즈]와 비슷한 구조이다. 유코는 펫 숍의 D백작과 같은 인물로 그녀를 찾은 사람 혹은 요괴에게 필요한 물건을 주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꼭 받는다. 거짓이거나 악한 일을 할 경우 꼭 그 대가를 받게 되는 인과응보식의 결말도 [펫 숍..]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마녀 유코는 단지 손님들 뿐만 아니라 와타누키와의 거래도 걸려 있으며 그 밖에 CLAMP 세계의 또 다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쿠라 공주 일행과의 일도 수행해야 하는 굉장히 바쁜 사업가(?)라는 점이 다르다.

 왠지 마녀 유코는 CLAMP 세계의 비밀의 키를 쥐고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비춰진다. 유코가 CLAMP의 그녀들의 분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만화 칸에서 간간히 등장해서 등장인물과 소통을 직접적으로 하려는 [H2]의 작가 아다치 미치루와는 또 다른 작가의 작품 개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건 나만의 위험한 생각인지도...^^;;;)

 

따뜻함으로 무장한 그 녀석, 와타누키

 

마녀 유코가 이 작품의 차가운 현실을 담은 인물이라면 와타누키는 따뜻한 온기를 담은 인물이다. 물론 유코가 악인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천칭을 들고 있는 냉혹한 여신이다. 그에 반해 와타누키는 착하디착하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그의 정의로움이 비록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흑백으로 뚜렷이 구분되어 있는 지면을 부드러움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어리버리한 와타누키는 이공간의 세계에서 가만히 있어도 일이 저절로 일어나는 특이 체질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와타누키의 어리바리함과 솔직한 얼굴표정이 자아내는 웃음은 만화세계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황당 웃음이라 할지라도 이 작품세계에서는 균형을 이루는 중심축이다.      

와타누키는 ‘용서’라는 카드를 지니고 있다. 요괴와 신들은 와타누키에게 과한 관심을 표한다. 그러다보니 와타누키는 때로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들을 용서한다. 유코의 모토가 인과응보라면 와타누키의 모토는 희생이나 박애가 아닐까 싶다.

그럼, 와타누키에게도 감정의 출구는 없는 것일까. 항상 자신을 희생하고 당하지만 그에게는 도메키라는 친구가 있다. 무뚜둑하니 왠지 [카드캡터 체리]에서 체리의 오빠와 비슷한 이미지를 지녔다. 도메키는 말이 없지만 중요한 때에 그 역할을 한 번에 해내는 조력자인 샘이다. 요괴나 기이한 것들을 보고 끌어들이는 그의 보디가드 겸 주인인(아무튼 이 관계는 좀 복잡하다. ^^;;) 도메키는 중요한 순간에 그를 구해준다. 와타누키는 도메키에게 미안함을 감춘 화를 낸다. 도메키만이 와타누키의 억눌린 스트레스를 받아주는 소통의 창인 것이다.   


[XXXHOLIC]: CLAMP 세계의 연결 끈을 쥐게 될 것인가. 

  [XXXHOLIC]의 세계의 행보가 뿌리 깊이 퍼져나가는 CLAMP의 지하세계의 정점에 슬지 그 귀추가 궁금해진다.

와타누키, 힘내!

넌 아마 큰 인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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