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츠 1
김의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시원한 피서법을 원하는 이들에게~

 난데없는 폭우로 인해서 한 달 넘게 한반도를 축축하게 만들었던 요즘, 내일부터는 열대야가 다가온다는 일기예보에 하늘의 야속함에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이제는 열대 더위로 눅눅해진 우리나라를 말리려는 것일까. 장마가 끝났지만, 내일부터 시작되는 진정한 여름의 화력 때문에 피서를 걱정하게 되었다. 팥빙수가 시원한 바다 그리고 빵빵한 은행 에어컨, 선풍기 바람을 쐬며 배에만 이불 덥고 대(大)로 청하는 단잠 등 각종 피서법들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피서법의 최강은 시원한 곳에서 소파에 누워서 재미있는 만화책 한권 잡고 가끔 심심한 입을 위해서 과일을 포크로 집어 먹는 그 순간이다. 아~생각만 해도 닭살이 돋을 정도로 추워라! 흐흐

 무더운 여름에도 끄덕 없이 만들어 주는 최강 피서법이 초초초초~ 집약된 만화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김의정 작가의 [푸르츠]. 레몬 샤베트 색 바탕에 알록달록한 젤리가 뿌려진 표지 그리고 판박이 스티커처럼 볼록 띠어 나온 만화 속 주인공들로 이루어진 표지는 달콤한 밀크 쉐이크를 연상시킨다.

  단, [푸르츠]의 맛이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의 일상의 신 맛, 짠 맛, 매운 맛, 쓴 맛 등 다양한 맛깔로 미각을 요리한다. 오렌지, 체리, 멜론, 사과, 토마토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차례를 보면 과일에 갖고 있는 이미지를 짧게나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과일에 대한 이미지는 대략 이러하다. 오렌지는 상큼한과 달콤함에 함께 한 쿨한 과일 이미지이고 체리는 새침데기 여성, 멜론은 마음 푸근한 어머니, 사과는 왠지 가을의 쓸쓸함 속의 쾌거, 토마토는 그냥 먹기에는 맛이 없지만 음식의 서브 재료로 사용될 때 발휘되는 강한 힘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작품 속 과일 이야기는 다르다.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다시 발견한 기쁨, 첫 키스에 대한 추억, 가족애, 어릴 적 추억, 뒤늦게 알아버린 사랑이 작품 속에서 은은한 맛을 내고 있다.

 다섯 가지 과일 이야기 중 독보적인 작품 토마토는 실로 놀랍다.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다. 과일보다는 채소로 분류되고 있다. 토마토는 과일 세계에서 비주류인 것이다. 과일과 다른 존재로 여기진다. 인간사에서도 떳떳하게 과일이라고 할 수 없는 토마토와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살고 있는 한 트랜스젠더, 그녀의 이야기는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무거워진다. 그녀의 사랑은 솔직하다. 그리고 그녀를 지켜봐온 그녀의 친구의 시선은 아련하다. 토마토를 자신과 같다고 느끼는 그녀의 진솔한 혼잣말 장면은 마음 속 어딘가를 때린다. 울먹울먹 올라오는 감정이 물리적이라고 느껴진다. 과일 세계 이방인 토마토, 마음 속 삿갓을 쓰고 다녀야 하는 그녀의 삶을 솔직하고 드라마틱하게 담은 이야기 토마토. 눈물샘이 오랫동안 메말랐던 이들에게 촉촉한 단비를 내려 줄 것이다.

 [푸르츠]의 다섯 가지 과일 이야기는 잔잔한 웃음과 깊이 있는 울음을 당신에게 던져 줄 것이다. 더위를 피해 잠시 [푸르츠] 세계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지. 시원한 과일 한 조각을 “와싹” 베어 먹고 시작하는 것 잊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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