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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수업 - 낯선 아내를 만나러 갑니다
김준범 지음 / 북레시피 / 2018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p.5
폴란드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아내는 가장 가장 가까웠던 부모와 가장 멀어지게 되었고, 남이었던 남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부부가 되었음을 그제야 실감한 아내에겐 설렘도 두려움도 있었을 겁니다.
▶ p.55
"여보, 축하해요. 당신에게 고마워요. 다시 해외에 나가 외롭게 살 자신이 없어서 한국에 있자고 말 했을 때, 당신의 앞날을 막는 것 같아 미안했어요.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가장의 역할을 다해주셨어요. 오늘은 우리 가족 모두가 무척 기쁜 날입니다. 행복을 가져다준 당신이 나에게 복덩이예요."
▶ p.88
"선물을 할 때는 무엇을 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받고 싶어 할까를 고민해야해요. 오늘 남편은 나에게 서툰 밥상을 선물했지요. 예고되지 않아서 기뻤고, 보이는 마음이어서 행복했습니다. 밥맛이요? 달달한 마음 볶아 내놓은 밥상인걸요. 꿀맛이었습니다."
▶ p.167
"당신과 심하게 다툰 날 나는 갈 곳이 없습니다. 집에 있자니 우울하고, 친정으로 가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한 번씩 다툴 때면 이 세상에 아내의 공간만 없다는 걸 절감합니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가끔 자신의 존재가 머물 곳이 필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남편에게는 직장이라는 피난처가, 아이들에게는 학교라는 피난처가 있지만, 나에게 허락된 피난처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가족이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가끔 가족이 상처가 될 때도 있으니까요. 남편은 아내의 공부를 지지해주세요. 아내에게도 허락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한줄기 빛과 같은, 숨 쉴 틈을 찾아주세요."
이십대에 들어선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그러다보니 점차 나도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아내수업'이라는 이 책 또한 눈이 갔었다. 책 제목이 '아내수업'이라니. 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있을까 싶어서 설명을 쭈욱 훑어봤다. 아내가 병으로 아픔을 겪고, 그로 인해 곁에 있는 것이 당연했던 아내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그런 내용이라고 설명되어있었다. 에세이다보니 더더욱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은 마음에 책을 들었다.
첫 장은 참으로 마음 찡한 내용들이었다. 10년을 같이 지낸 부부는 이제는 서로가 너무도 당연한 듯 했고, 그로 인해 서로의 소중함을 잠시동안 잊은 듯 했다. 물론 대부분의 글이 남편 관점이기에 아내는 그 시기에 어땠는지 정확하지는 않다. 다만 남편은, 조금 아내의 소중함에 대해 잊은 듯 했고, 그로 인해 서로 상처를 참 많이 주고받은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에게 큰 사건이 생겼다. 바로 암이라는 병을 얻게 된 것이다. 남편은 이전에 암이라는 병으로 가족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 때만 생각하면 남편은 아찔해지는 듯 했다. 그러한 큰 병으로 부부는 서로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는 거대한 산을 함께 손 맞잡고 넘어가는 듯 했다. 그렇게 서로 두 손 맞잡고 산을 넘는 동안 부부는 한 단계 더 성장했으며,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남편의 입장에서 쓴 글과 아내의 입장에서 쓴 글을 차분히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아직 나는 이 부부에 비하면 어쩌면 한참은 어린 나이지만, 나의 부모님을 보며 그리고 나의 미래를 그려보며 하나하나 남편과 같이 이해해나갔다. 어머니가 왜 그렇게 공부를 원하셨는지, 그리고 부부 사이의 오묘한 그런 느낌들, 그리고 작은 행복을 알아가는 방법 등에 대해 참 많이 배우게 되었다.
결혼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그리고 행복한 부부 생활을 조금 더 이어가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아내수업'이라는 에세이를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배려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