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면 연락해
백인경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p.34

네가 거짓말을 내놓으라고 소리쳐서

사랑했다고 말했지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았어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아픈 사람이어야 했다.

철창 사이로 돌이 던져져 올 때

나는 사실 거기 없었어

- 바스티유로부터 中


▶ p.51

만성비염을 앓는 엄마는

이제 그 놈의 고양이 제발 좀 갖다 버리라고 하고

나는 어차피 엄만 여기 안 오잖느냐

새파랗게 대든다

싸가지 없는 딸년

때리러 오라고

- 흉 中


▶ p.62

죽은 고양이가 어느 날 새벽, 내 명치 위에 올라앉아있다.

살갗 아래 개미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내가 세탁소 옆에서 오래 밥을 줬던

잡아다 키우려 했지만 번번이 달아나던 고양이

죽은 새 같은 거 물어다 준 적 없던 고양이

며칠 전 전봇대 옆에서 한참을 토하다 죽어버린 고양이

지저분한 털 사이로 쏟아진 그쪽의 개미와 내 쪽의 개미가 만난다


...


이건 다 환각일거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를 본다

용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


나보다 고양이 몸에서 더 많은 개미들이 나온다

누운 내가 고양이의 그림자처럼 새까매지자

만족한 듯 그르릉 거리는 소리가 났다

- 아토피 中




  글을 참 어렵게 생각했던 나는, 시와는 정말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해하기 쉬운 책만 찾곤 했었다. 예를 들면 바로 실천하기 쉬운 자기 계발서 책들이라던가, 혹은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쉬운 이야기의 소설책이라던가. 그러던 어느 날, 취미로 시를 쓰는 분들을 알게 되었고 그 분들로 부터 시를 하나 둘 받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던 시들이 이로 인해 하나 둘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시를 읽으며 배우게 되는 표현들이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시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게되었다.

  그렇게 시의 매력에 살짝 빠져있을 쯔음 '서울 오면 연락해'라는 책을 알게되었다. 시집인 이 책은 평소라면 그냥 넘겨버렸을 책이었으나, 시가 자꾸 눈에 들어오던 요즘엔 이 책 또한 나의 눈길을 끌었다. 다른 것 보다 직설적이지 않은, 굉장히 숨은 뜻이 많은 듯한 시들에 끌렸다. 어쩌면 알듯한, 하지만 다시 읽어도 완벽히는 알 수 없는 굉장히 매력적인 시들. 백인경 시인님의 시를 이렇게 접하게 되었다.

  첫 장을 넘겨 천천히 시를 읽어나갔다. 첫번째 시, 두번째 시, 그리고 세번째 시... 두 번, 세 번 반복해 읽으며 천천히 시를 읽어나갔다. 뜻을 완벽히 이해하기는 쉽지않은 시였지만, 그것대로 참 매력이 있었다. 이해가 안간다며 두번 세번 읽는 시가 있는 반면, 그렇게 제대로 이해해보겠다며 맘잡고 읽기 시작했다가 움찔 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물론 작가의 의도와 내가 이해한 방향이 같은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어떤 표현을 알고싶다면, 그리고 있는 그대로 멍하니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렇다면 이 시집을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걸 이렇게 표현할수도 있겠구나 하는 표현들이 문뜩 문뜩 나를 놀래켰고, 어느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멍하니 그렇게 읽었던 시들이었기 때문이다.

  작고 얇은 이 시집을 통해 많은 표현을 배웠다. 아무래도 시집인 만큼 두 번, 세 번 다시 읽겠지. 잊을 쯔음 다시 꺼내 표현을 다듬는데 쓰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