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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 p.51
그녀의 아버지는 남의 험담을 들어주는 건 누군가가 내 험담을 하게 되는 거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었다. 리디아는 아빠가 아직 살아계셔서 여편네들에 관한 얘기를 들려드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 p.140
그러다가 네 엄마를 만났을 때 모든 게 변했단다. 네 엄마는 내가 생전 원해보지 않은 것을 갖고 싶게끔 만들었어. 안정적인 직업, 튼튼한 차, 주택융자 대출, 가족. 너는 네 방랑벽이 나에게서 물려받은 기질이란 걸 오래전에 알아차렸을 거야. 나는 언젠가는 너도 남은 생을 함께하도록 인연이 닿아 있는 사람을 만나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 쉼 없이 들썩이던 떠나고픈 감정이 마치 버터처럼 녹아 없어지는 느낌 말이야.
▶ p.231
그 멍청한 년이 남자애들이 그렇게 잔뜩 있는 데서 어떻게 겁도 없이 그런 식으로 술이 떡이 될 수 있어. 애초에 그 파티에 간 것부터가 그 계집애 잘못이야.
예쁜 여자들. 이 책은 정말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다. 예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주인공 가족의 여자분들은 정말 아름답다. 어떤 사람들이든 돌아보며 미소를 지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버러지는 정말 참혹하고 잔인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소설 초창기부터 주인공인 클레어의 가족은 정말 참혹한 경험을 했던 가족으로 나온다. 클레어의 큰언니인 줄리아가 실종되었으며 그녀가 실종된지 이미 2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찾을 수 없었으며 그 뿐만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 대해 웬만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 일로 인하여 많은 부분을 잃고 살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클레어의 어린 시절은 언니의 사건으로 인해 평범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정신 상태도 정상적이지는 못했다. 모든 것을 관찰하고 그리고 모든 것을 그저 수긍하며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하게 순하게 행동했다. 물론 그러한 겉모습이 그녀의 본모습은 아니다. 그녀는 아픈 어린 시절로 인해 그렇게 변했을 뿐이다. 그녀는 그런 어린 시절을 지나고 폴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폴이라는 남자는 클레어에게 거의 한순간도 떨어지지않으려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클레어는 폴에게 점점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상태가 되어가고 폴은 클레어를 최대한 배려하고 사랑하다가 결국 둘은 결혼하게 된다.
그 둘은 결혼 후 정말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게 된다. 부부는 부유하게 살았고, 그녀가 갖고 싶던 많은 것들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그녀의 언니를 잃었던 것보다 더 참혹하다고 말한다면 그럴수도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그녀의 남편인 '폴'이 죽는 장면을 그대로 목격하게 된다. 그 후 이게 우연일까 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남편이 죽고 난 얼마 뒤, 그녀의 집에는 강도가 들게 되고, 그저 집에 강도가 들었을 뿐인데 그 집에 FBI 요원이 와서 수색하는 모습을 그녀가 보게 된다. 또한 그녀는 그 집 지하실에서 그녀의 남편 컴퓨터를 보다가 어마무시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냥 일반 소설이겠거니 하고 읽어나갔다. 어머니도 이 책을 읽으셨는데, 나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정말 극악무도한 이야기였어. 영화로 만든다면 정말 못 볼 것 같더라." 처음에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던 말이었다. 반절이 지나도록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어머니가 나를 어린 아이로 보셔서 그런 말씀을 하셨나 싶었다. 그러나 점점 뒤로 갈수록 초반에 그녀의 가족 중 실종되었던 '줄리아'의 비밀이 밝혀지며 왜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책에 써있는 '스릴러'라는 말을 보고 책을 읽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된다면 한가지를 묻고 싶다. '당신은 어느 정도 잔인한 장면을 볼 수 있나요?' 혹은 '당신은 상상력이 그다지 풍부한 편은 아닌가요?' 만약에 두 가지 질문에 Yes 라고 대답한다면 이 책을 봐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의 범인의 극악무도함. 정말 어쩜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였으니...
그래도 나는 두 번째 질문에 Yes 라고 답하는 사람으로서 뒤로 갈수록 책에 빠져들었고 정말 정신없이 책을 읽게 되었다. 누군가 내 질문에 Yes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추천해 주고 싶으며 읽고나서 같이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극악무도함만 다룬 소설은 아니기에. 가족애뿐만 아니라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작지만 정말 여러가지의 교훈들이 숨어있는 책이기에, 같이 대화를 나눈다면 아마 여러 방면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