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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를 것이다 -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평점 :
▶ p.65
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어느 날 밤, 아내가 뜬금없이 내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여보, 아프더라도 오래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 p.119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편네'가 '옆에 있네'에서 온 말이라고 하던데, 나에게는 지금 '여편네'만큼 큰 사랑은 없다. 하지만 이 말도 나는 아내에게 전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현재 7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중이며, 이 책은 투병중에 쓴 수필이다. 수필뿐 아니라 병상에서 쓴 소설까지 있다보니, 찡한 마음으로 루게릭병 환자들에 대해 더 마음 깊이 공감 또는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맨 앞쪽은 루게릭병 발병 후 발견했을 당시, 그리고 그 이후 작가의 삶을 그려놓았다. 중간쯤엔 병상에서 쓴 소설을, 그리고 마지막에는 에세이를 실어놓았다.
나는 다른 부분보다 맨 앞쪽 일기와 같은 수필에 중점을 두어 읽었다. 소설은 소설이다보니 소설이 시작하고 끝날때 만큼은 마음이 찡하지만 그 후로는 그 주인공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적어도 수필보단 말이다. 아니면 내가 수필을 더 좋아하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나는 작가님이 투병중에 쓰신 수필에 더 마음이 갔다. 그 중에서도 아내에게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더 마음이 갔다. 아무래도 작가님 연세가 부모님 연세와 비슷해서일까. 어쩐지 우리 부모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에 더 마음이 갔고,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을 더 파고 들었다.
담담한 듯 써내려간 수필에서 무언가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아내분도 담담한 듯 하시던 말씀들에 조금은 힘들었던 마음들과 안타까운 마음이 보이는 듯 했다. 물론 수필을 보고 있으면 작가님이 만나는 많은 사람을 나도 만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많은 분들을 만나고 만은 분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 많은 대화를 다 담아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 많지않은 문장과 대화에서도 그분들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즐겁게 보내다 가셨는지 조금은 느낌이 온다. 그러나, 나는 그 많은 것들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왠지 나는 아내분의 입장에서 더 바라보고싶었는지도 모르고, 부모님의 연세가 비슷한 연세라서 그런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나는 아내분이 궁금했고, 아내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담담하게 하시면서도 힘들어하셨을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하기도 했다.
나중에 언젠가 우리 부모님도 병을 얻으시고 힘들게 생을 지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맘때쯤 이 책에서 본 관경과 비슷한 모습을 보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담담한 듯 아닌 듯 하면서도 서로가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그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듯 하고 눈을 뗄 수 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음에 맴도는 아련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나도 모를 이 감정이 책을 덮은 이후에도 계속 남아있다. 묘한 이 감정을 풀어쓰고 싶어 이렇게 길게 글을 썼음에도 나는 이 감정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듯 싶다. 아주 나중에 나중에, 내가 작가님 나이가 되면 이해가 될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