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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베를린 - 분단의 상징에서 문화의 중심으로
이은정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평점 :
어디든 떠나고 싶었고 이왕이면 이곳으로부터 많이 멀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하지않고 표를 끊었고, 눈을 떠보니 베를린에 도착해 있었다. 낯선 이방인 기분을 느끼기 딱좋은 그런 늦은 밤이었다. 적당히 축축한 습기를 느낄수 있는, 한겨울의 베를린. 난 베를린에 와있다.
숙소를 찾아 헤매야 할 시간. 난 폰맹에 길치인데.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어두운그림자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춰갈때쯤 설렘은 어느새 두려움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커다란 짐가방이 야속하기만 할뿐.
차창밖의 베를린은 어두웠고, (물론 밤이라 그랬겠지만)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버스차창 밖으로는 어두운 가죽잠바를 단체로 맞춘듯한 검은형체들이 습기와 뒤섞여 왠지 모를 스산함까지 자아내는 -
그렇게 나는 베를린에 와있었다.
베를린의 첫인상은 습기, 안개, 어두움, 미지-
이번 창비의 신간
<베를린베를린> 은 일찍 베를린으로 떠나 오래 그곳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이은정 교수가 쓴 베를린역사기다. 지금의 베를린과 비교하며 사진까지 첨부되어 제 2차세계대전이 막 끝나고 베를린의 민낯까지 섬세하게 들여다 볼수 있어 좋았다.
더욱이 우린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지 않나. 장차 우리가 통일된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많은 생각도 하게 되고.
베를린에 가보면 여러 박물관이 섬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관광객의 입장에선 한번에 그 많은 곳을 다 관람하기에 하루이틀 날잡고 편히 돌수 있는 것도 매력적인 루트였고.
또 개인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 도시라는 느낌을 받은게 도시구석구석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느낄수 있게 그대로 놓아둔것. 꾸미거나 재해석 없이 그냥 남아있는 그 모습 그대로 -
그건 인정의 다른 이름이었다.
건널목 하나를 두고 베를린장벽과
위용을 뽐내고 있는 벤츠나 BMW회사건물들
지금의 삶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않고 우리가 먹고 마시고 숨쉬는 곳곳에서 지난 분단역사를 오롯히 느낄수 있던 점이 참 신선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다보면 내가 받았던 그 설명하지 못했던 느낌들의 이유를 온전히 알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역사의 문외한인 나도 베를린과 단박에 사랑에 빠졌는데 누군들 이 도시를 그냥 지나칠까-
분단이 되었어도 장벽이 있기 전까진 소통과 왕래 , 서신까지 주고 받고 서에서 동으로 동에서 서로 출퇴근까지 했던 이 특이한 도시.
당시 전쟁의 폐해로 가난함에 허덕여 감자로 연명해야했지만 지금은 세계최대 강대국이 되어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나라, 독일. 그안에 베를린은 그때나 지금이나 흙속의 진주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곳을 떠날때 나.
울었던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던 베를린의 묘한 마력의 의미를 제대로 추적해보고 싶은 자에게 추천.
베를린의 역사와 그 당시의 상황, 분단의 아픔과 우리에게 들려줄 희망의 메세지까지 <
베를린,베를린>에 모두 담겨있다.
오늘은 그유명한 불금.
베를린 영화나 깊숙히 파고들어야겠다.
아, 그립구나
그 축축함. 그 습기.
그 어둠속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