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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수
이현 지음, 김소희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평점 :
그동안 “머리가 많이 커졌다”는 이유로 동화는
아이들의 것으로 치부하며 살아왔다. 한땐 장편동화제목도 줄줄 꿸만큼 동화라는 동화는 모두 섭렵(?)하며 지냈는데 이 어른이란게 참 뭔지.
표지만 봐도 없던 에너지까지 왕창 끌어다줄것만같은 강렬한 노랑색. 희망의색 파랑이 믹스된조화.
#전설의 고수 , 이번 창비의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이 책이 유독 더 끌렸던 이유는 단순히 무쇠팔을 가진 여장군같은 누나 형은의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학교폭력과 더불어 각종 아동범죄가 들끓는 요즘, 그 사건들을 모티브삼아 이 용감한 남매가 , 힘센 누나가 (이부분에서 사실 더 끌렸..) 활약하는 이야기가 내마음을 사로잡아버렸기 때문이다.
그와중에 누나로 나오는 무쇠팔소녀 형은이가 마치 내가 된것만 같아서, 그 힘센 소녀가 나이고 싶어서,
책을 손에 쥔지 얼마되지도 않아 단숨에 읽어버렸다.
동화작가 이현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책은 가볍고 적당히 두껍고 신식동화답게 다양한 사회이슈가 요즘입맛(?)에 맞게 구현되어 있어 요즘 동화를 처음 접하는 나로선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도 참 구식이지.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들만 동화인줄 알았는데, 공주며 왕자님, 용궁 토끼자라 이야기만이 동화라 불릴줄 알았는데 요즘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스마트폰 얘기라던지, 유튜브얘기,
할머니가 운전을 하는 얘기등은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였다. (내가 아는 어른들의 대부분이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할머니,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운전을 하며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직업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형은이와 형수남매는
보는 내내 미소와 웃음을 자아냈다.
완전 현실남매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우리 남매모습과 오버랩되며
내동생 재남이가 생각나는 것은 물론,
마치 우리둘 얘기 같기도 했다.
치고 박고 싸워도 우리둘뿐이다.
가족뿐이다.
이야기를 읽는내내 그들의 사랑과 우애,
가족이라는 것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다.
형수(동생)는 약간 학폭(학교폭력) 비스무리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이녀석이 야무진게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덩치큰 친구 충호에게 도움도 청해보고 어떻게든 그 악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려고 혼자 애를 쓴다. 허나 알다시피 그렇게 단순해결하기엔 현실속에서도 너무나 쉽지않은 일. 당해본 나로서도 충격인게 아직까지도 이런일이 회자되고 있다는건 없어지지않고 계속 된다는 거잖은가.
다만 이책은 이런 현실의 답답함을 단박에 재깍재깍 해소해준다.
사이다같은책!
언제나타났는지 모르게 동해번쩍 서해번쩍
위기의 순간 누나 형은이가 나타나 동생을 돕는다.
힘이 장사라 쇠덩이로된 주차 표지판을 나뭇가지돌리듯 빙빙 돌리질않나 원숭이도 울고갈 점프실력을 보이질 않나, 책을 보는 내내 형은이의 초능력이 부러워 눈길을 뗄수가 없었다.
단박에 나쁜놈들을 물리치고 사건사고 처리하고
무서운 어른들에게도 기죽지않는 형은이의 힘.
그 초능력.
우리 모두에게 부여되었다는 그초능력!
으로 정의의 사도가 된 형은은 동생을 구하고 아동성범죄로 의심되는 인형뽑기방 사장까지 잡아낸다. 물론 동생 형수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일. 형수의 힘은 초능력이라 불릴만한 눈에 띄는 일은 아니었지만 포기하지않고 사건을캐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기. 그 힘이 형은이 말대로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태어난다는 초능력중의 하나가 아닐까? 바로 형수의 끈기초능력! 직감초능력!
이 책은 현대사회에 살면서 겪게되는, 한번쯤은 뉴스에서 나왔음직한 끔찍한 일들을 전개하며 이 두남매의 시의적절한 활약들을 아주 당차게 보여준다. 부왕부왕하지않고 읽는 내가 다 통쾌할 지경이라 악질범죄에 대한 분노의 감정과 울화 역시 삭혀준다.
최악의 범죄, 아동성범죄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요즘, 문득 형은이의 무쇠팔힘이 내게도 있었으면 나는 어떤 일들을 해낼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이미 갖고 있는데 나만 모를뿐 ,
과연 나의 초능력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아주 우연한 사건으로 형은의 초능력을 알게된 형수의 당혹스러움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생에 처음으로 남매가 된게 아니라는 누나의 말.
우리는 열세번째로 같은 생을 살고 있다는 것.
“돌았냐” 라는
형수의 너무도 지극히 현실적인 대꾸에 재남이(내동생)가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뭐야 이거, 완전 우리잖아.
그들의 생은 전생과 맞물려 신라 경덕왕때 쌍둥이 남매 이야기 , 슬픈 사연이 가진 오누이탑 이야기 등이 오버랩되며 이땅의 현실남매들이 흔히 겪고있는 어색한 사이에서 오는 건조함에 슬며시 온기를 가져다준다. 나도 내동생과 그런 관계로 다시 만난것이 아닐까? 지금은 서로 말을 아끼는 조심스러운 사이가 되었지만(이상하겠지만 우리도 왠지는 잘 모른다) 이책을 보며 동생에게 말을 걸고만 싶어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유괴를 하고
살인을 하고
죽여도 죄책함하나 갖지 않는 사람이 아닌 자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요즘,
유괴한 아이를 방에 그대로 놔두고 불을 지르는 일들은 더이상 범죄소설에서만 나오는일이 아님을 책을보면 잘 알수 있다.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적나라한 현실을 통쾌하게 꼬집었다.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전설의 고수” 장편동화를 보면서 각종범죄가 난무하는 세상으로부터 오는 분노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자,
(대리만족이라도 그게어딘가! ) 악당을 가볍게 때려부수고 통쾌함을 느껴보고 싶은자,
우리의 전생은 과연 뭐였을까 은근히 궁금한자-
모여라!
이런 다양한 에피소드들에서 오는 감정들을
온몸으로 맞아보고싶은 자들에게
#전설의고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