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심상치 않은#부림지구 벙커X코로나로 인해 원래 집을 사랑하는 내가 더더욱 집이라는 곳에 애착을 가지게 된요즘 따끈따끈한 창비의 신간이 도착했다. 벙커. 벙커라는 말을 들으면 옛날엔 나도모르게 떠오르는것이높으신 각하라 불리는 사람들이나 속칭 윗분들이라 칭하는 사람들이자기 혼자 살겠다고(?) 파놓은 곳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기생충의 여파인지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넓은집에 하나씩은 파놓을 수 있는 (그럴려면 대저택정도 되야겠지) 그런 방공호(?)가 떠오른다. 대량 와인이나 음식창고 를 넣어두는 것도 그렇고 어쨋든 좀 살긴 살아야겠으나 지상따로지하따로 공간이 분리되어있다는 것은 언제들어도 설레임과 약간의 긴장감을 주게마련. 부림지구벙커x 는 어떤곳일까? 처음에 책을 읽기전엔 어떤 외계집단 같은 낯선 생물체가 사는 곳이 아닐까 싶었는데 부림지구는 지진으로 인해 벙커안에 갖히게 된 우리 인간들의 이야기였다. 지진.지진은 결코 겪어보지 않은자 , 그 단어가 내포하는 것을 표현할 수 없다. 솔직히지진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일본만이 겪게될줄 알았거늘 세상에 아파트22층에 사는 울엄마도 혼자있다가 겪게 되었고,원룸살때 나역시 새벽3시 누가 내 침대를 옮기는 줄만 알았던 그때의 그 느낌을 잊을수가 없다. 침대가 옮겨져... (내 침대는 4인가족이 자도 되는 킹사이즈) 그새벽에 그누가 자고 있는 내침대를 옮길것인가. 그게 바로 지진이란거다. 두눈을 번쩍뜨고 한동안 움직일수가 없어 그냥 소리만 냈다. 거실서 자고 있는 가족에게 살아있음의 외침그리고 얼른 뛰어나가벽에 등짝을 딱 붙이고있는 거 외엔 아무것도 할수 없던 그 막막함. 전국이 난리였던 그 지진을 대한민국에서 겪을줄이야. 부림지구벙커x는 지진으로 모든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겪는 헤프닝들그들이 느끼는 삶의 모양들냄새들온기들이 주인공의 시선으로 전달된다. 때론 매케한 냄새와 함께때론 허기짐을 동반한 우울과 함께 그렇게 우리에게 강렬한 시사점을 은근슬쩍 스리슬쩍 안겨준다.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퇴근후 마시는 맥주와 보잘것 없어 보이는 땅콩안주가 지금 너무나 빵빵해서 고마운줄 모르고 당연하게 되버린 와이파이로 연결되어우리 고막에 들려주는 갖가지 음악의 선율들이 반송장이 되버린 부림벙커안의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그리운다시는 들을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 무엇이라는 것을. 코로나로 세상이 부산하고철저히 고립된것만 같은 이 기분. 불안은 사방을 떠다니고사람과의 거리두기로 가뜩이나 낯선이들에게 날선 기분이 되야하는 찝찝함을 넘어 기분더러운 요즘. 부림지구벙커x 안의 사람들을 만나며 지금 처한 그들의 상황과 그 울타리안에서도 누구는 뭔가를 열심히 찾고 누구는 전과 같은 생활을 영위해나가며, 누구는 웃음과 미소를 누구는 현실을 은폐하고 누구는 지난 날들을 그리며 그렇게 그렇게들 각자의 삶의 방식대로 치열하게 살고 있음을. 늘 지나는 길. 유독 인적이 드문 골목 어귀 아무일도 없단 듯이 가만 서있는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너무나 똑같아 기형적이기까지한 그안에서도 누구는 꽃을 심고 누구는 빨래를 개며누구는 음악을 듣고누구는 뭔가를 조사하고누구는 끊임없이 먹으며 누구는 답답해하고 누구는 재미난걸 찾고 누구는 귀찮아하고누구는 잠을 자며누구는 깨어있다. 우린 그렇게 세상에 던져진 존재처럼 보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삶을 기꺼이 각자 라이프 스타일로 살아갈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진 전후 삶의 패턴이 바뀌긴 했지만 이들 역시 주어진 삶을 살아감에 틀림없는 것은 증명된일. 다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우울한 반면 누군가는 정확히 그 반대로 느끼며 같은 공간다른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 무엇이 살아감일까. 무엇이 진정 살아있음인가.2020년판 지금#부림지구벙커x 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한번쯤 보면 신박하게 다가올 그런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