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재미있다 - 그림책의 다섯 가지 표현 기법
다케우치 오사무 지음, 양미화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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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

『그림책은 재미있다』(다케우치 오사무지음/양미화 옮김/문학동네 를 처음 본 순간 그림책을 ‘분석적으로 읽어야 한다’ 라는 필자의 말에 ‘왜 그래야 되지?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만 있으면 되지 않나?’하고 응수를 했다.

하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분석적으로 읽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애정어린 노동인지 어렴프시 하게 알게 되었다.

 1장에서 6장까지 다양한 그림책의 표현에 대해 아주 자상하게 설명해 놓았다.

우선 시점의 문제와 연속성 그리고 글의 역할과 화자의 존재, 다양한 시간 설정을 고찰하며 그림책 읽기의 방법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림책 속에 숨어 있는 나름의 드라마를 읽어내는 상상력을 가진 독자의 역할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단지 즐기는 것이 아니라 분석적으로 보기를 바란다. 이러한 자세는 그림책뿐 아니라 매체를 대상화하고 때때로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중략)

세상사는 두 개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이해하며 사랑하는’ 태도는 소중하다. 냉정하게 대상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대상을 깊이 사랑하는 것, 이러한 접근 방법이야말로 대상과 자신의 관계를 향상시킨다고 확신한다. .....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것과 냉정하게 지켜보는 것, 둘 중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위험하다. 그림책을 볼 때도 이처럼 이성과 감성이 유연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많은 그림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또한 이 책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각자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러면 반드시 지금까지는 보지 못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림책과 더 멋지게 사귈 수 있을 것이다.(109면)


이 책을 읽고 '그림책이 더 재미있어졌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다시 그림책을 들고 본다면 시점이나 연속성, 화자, 그림책 속의 시간과 같은 요소들이 다양한 표현으로 겹쳐있음을 찾아보고 그 복합적인 모습을 양파 껍질을 벗기듯 조금씩 읽어낼  것이다. 

그런데 좀 더 알고 싶은 것은 공간과 화면의 문제이다.

다른 시각적 매체인 영화나 만화 사진에서 보여주는 공간의 개념과 아름다움을 찾아본다면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더미를 만들며 좌절하고 기뻐했을 작가의 마음과 그 창조의 비밀을 알 수 있을까?

또 그림책 속에 또 다르게 숨겨진 이야기, 화자가 가진 내면의 상태를 읽어낼 심리학적 접근도 같이 읽어봐야겠다.

좀 더 넓게 이런 책을 낼 수 있는 일본 어린이문학의 앞선 현실도 읽혀진다.

책 속에 들어있는 기본 개념과 그 개념을 나타내는 용어의 문제는 좀 더 고민하며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문예학을 제창한 사이고 다케히코는 그림 이야기책을 예로 들면서 그림책의 시간 처리에 대해 흥미로운 지적을 하였다. 에마키나 에조시에 자주 보이는 표현 기법으로 ‘같은 그림 다른 시간’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102면)

시간 개념 뿐 아니라 자신들의 언어로 풀어놓은 다양한 시점에 대한 정의도 무게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이런 개념들이 서양이론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림책 『커다란 순무』나 『창 너머』를 분석한 글은 그림책의 새로운 읽기를 경험하게 했다.

『그림책은 재미있다』 이 책은 재미있고 훌륭한 길잡이다.

2008.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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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라 마음의 붓을 들었네 - 심홍 선생님 따라 산수화 여행
이소영 지음 / 낮은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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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갑자기 내리는 비에 체육을 못하고 대신 도서관에 갔다. 1학기 때와 다르게 조용히 책 읽는 아이들을 보며 혼자 즐거워하는데 사서선생님이

“작년에 선생님이 가르쳤던 1학년 아이들이 요즘도 도서관에 제일 많이 옵니다.” 하며 칭찬을 했다.

“제가 가르친 거 하나도 없는데요.” 했더니 “도서관에 데려와서 풀어놓는 게 공부랍니다.” 했다. 어릴 때 보여주고 들려주고 느끼게 해 주는 것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9월 한 달 미술시간은 먹을 갈고 붓을 잡고 그려보고 줄을 긋는 공부를 한다. 물론 판본체도 익힌다.

아이들이 가지고 온 붓은 거의가 중국산 짧은 그림붓이었다. 단소선생님께서 붓글씨와 산수화에 조예가 있는 분이라 미술 시간 전에 이런 저런 걸 여쭤보았더니 그림붓과 글씨 쓰는 붓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셨다. 또 수묵화를 그릴 때와 채색화를 그릴 때 쓰는 붓도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붓이 클수록 오래 긋고 많이 칠할 수 있는 것은 큰 붓일수록 모세관의 수가 많고 모세관의 길이가 길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붓은 물을 공중에 잡아두는 장치인 셈이다. 그래서 수묵화용 붓은 입자가 가늘고 비중이 작은 먹을 쓰므로 붓의 길이와 굵기가 크면 그만큼 함수력이 증가하지만 채색화용 안료는 입자도 크고 비중도 크므로 힘 있는 가는 털로 맨 짧은 붓이 좋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듣긴 하지만 결국 내가 한 번 체험해보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도무지 설명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해 보는 먹 갈기나 붓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진지했다. 조상들이 어떤 마음으로 먹을 갈았는지 상상을 해 보았고, 영산회상도 들어보았다. 뭔가 잘 모르겠지만 느낌이 다르다는 것쯤은 아이들도 느꼈다. 아이들은 붓을 가지고 여러 가지 모양을 그렸고 어떤 화가보다 자유롭게 붓을 사용했다. 모두가 다 잘 그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때를 맞추어 옛 사람들이 그린 그림을 어떻게 감상하고 어떤 눈으로 보아야 하는가를 자상하게 일러주는 그림책 한 권을 찾게 되었다.

『산에 올라 마음의 붓을 들었네/이소영/낮은산』

 



 

 지난 9월 5일에 처음 찍은 책이다. 지은이는 심홍 이소영선생이고 그는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아이들을 천천히 산수화 속으로 이끌어간다.

진정한 ‘참살이’는 자연과 더불어,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지혜롭게 사는 삶이에요. 바로 옛사람들의 삶이지요. 오래된 글과 그림을 보면 옛사람들이 자연과 인간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옛그림을 보며 그 마음을 여러분도 느껴 보면 좋겠어요. 그러니 제가 책으로 보여 드릴 그림이 어떤 시대에 누가 그린 것인지부터 외우려고 하지 마세요. 그 대신 마음으로 읽어 보세요. 그림 속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본다면 어렵지 않고 재미나기까지 할 거예요.(머리말에서)

이렇게 안내를 하고는 모두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아주 자세하게 산수화를 설명하고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옛사람의 눈으로 바라보기에서 고분 벽화 <수렵도>와 백제시대 <산경무늬 전돌>, <경흥전>을 보여 주며 우리 옛그림의 시점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어 사진으로 고원법, 평원법, 심원법을 설명하고 지리산 화엄사 모과나무 기둥과 전남 담양의 소쇄원을 통해 옛사람들이 산수화를 그린 이유를 아주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이렇게 자연과 어울려 사는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연과 사람이 한 풍경 속에 녹아든 산수화를 보며 행복해 했고, 산에 가지 못할 때는 대비해서 산수화를 그렫고 즐겼답니다. 이런 것을 와유라고 '누워서 즐긴다’는 뜻이지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붙여놓고 감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어요(본문 22면)

진경산수화에 대한 설명과 사계절을 물들이는 우리 색은 흰 접시에 짜낸 동양화 물감과 이름들을 설명하고 있다. 색을 설명한 다음 옛그림으로 보는 우리나라 사계절을 봄에는 매화, 여름은 버드나무, 가을은 소나무, 겨울은 대나무를 다양한 산수화로 보여준다.

<몽유도원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안평대군이 꿈에 보았다는 빈 배를 찾아보라고 한다. 또 도원 끝에 대나무 숲에 둘러싸인 초가집들과 몇 가지 시점들이 들어있는가도 알아보라고 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애쓴 흔적이 보인다.

정선의 <금성평사>는 금성의 모래펄로 200여년 전 서울 난지도 일대를 그린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다. 참 고요하고 아름답다. 울창한 버드나무 사이로 돛단배가 드나드는 모습과  탁 트인 저 멀리 유장하게 흐르는 모습을 그렸다. 지금의 서울 난지도 모습과 견주어보면 아이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화가의 눈에 비친 대나무를 가까이서 본 대나무 잎, 좀 떨어져서 본 대나무, 멀리서 본 대나무 사진으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대나무를 그리는 법보다 앞서 대나무를 보는 눈을 키워주는 좋은 공부가 되겠다. 이 책이 좋은 점은 그저 보여주는 것만 아니라 내가 직접 그려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산수화는 솜씨있게 잘 그리는 것보다 마음을 담아 그리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려면 자연을 보고 느끼는 체험을 먼저 해야겠지요. 가까운 산이 있다면 직접 가서 관찰해 보세요. 그럴 수 없는 친구라면 식물을 기르며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랍니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무럭무럭 자라라.” 하고 말하면 더 잘 자란다고 해요. 참 신기하죠? 사랑하는 마음으로 키운 식물을 잘 관찰한다면 좋은 그림이 나올 거예요(본문 76면)

우리 곁에 있는 소나무를 가지와 줄기 그리기를 직접 그려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굳이 붓이 아니라 간단한 붓 펜으로 그려보아도 좋겠다. 또 솔잎 그리기를 하고 나서 짙은 곳고 옅은 곳을 따로 칠한 뒤 여러 그루 그리기와 정선의 <금강전도>를 보며 자세히 살펴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워크 북으로 되어 있다. 김홍도의 <오류귀장도>와 민화 <까치호랑이>도 그려 볼 수 있다.

다섯째 부분에서는 민화의 발랄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만물상도>와 <만물초도>를 본 아이라면 나도 한 번 그려볼 수 있겠다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산수화 여행을 마치는 아이들에게 지은이는 산수화에는 자연을 아끼고 사랑한 옛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으니 옛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감동하는 까닭이 그것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묻고 있다. 여러분도 힘을 보태달라는 부탁도 한다.

이 그림책을 보니 반듯한 글씨쓰기에 매달려 아이들을 윽박지르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구나 싶다. 그저 가까운 학교 뜰로 나가 식물이나 돌을 자세히 보고 붓으로 그려보고 선과 색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느껴보게 해야겠다. 그리고 그림 옆에 글씨를 쓴다면 아이들은 그림과 글씨가 서로 노는 모습을 느낄 수 있겠지. 

2008. 09. 23. 흙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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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공부 못해 창비아동문고 244
은이정 지음, 정소영 그림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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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거기 서! 찬이 뭐 하는 짓이야? 공부해야지.
담임이 상황을 파악했는지 벌떡 일어섰다.
"난 원래 공부 못해! 난 할 일이 있어!"
찬이가 교실이 왕왕 울리도록 크게 소리 질렀다.
쾅!
뒤쪽 교실이 문이 닫혔다. 한참 동안 미닫이 나무 문이 부르르르 떨렸다.
<난 원래 공부 못해! 137면>

 

그래, 이렇게 박차고 나가는 거야. 찬아. 아니 우리 아이들아, 내 안의 아이야.
 

창비아동문고 244  난 원래 공부 못해 (은이정 장편동화/정소영 그림)

제목은 불량스럽다. 그림은 환하고 맑다. 건강하게 웃는 남자아이가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손가락을 쫙 피고 두 팔을 날개처럼 앞 위로 흔들며 건강한 다리로 성큼성큼 하늘을 걷고 있다. 까맣고 작은 아기 염소가 웃고 있고 숲 길을 따라 가면 푸른 기와집 한 채가 동그마니 서 있다. 산벚나무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작은 새가 노래하고 있다. 아, 그림 좋다.

책을 읽는내내 십 수년전 첫 발령을 받은 가곡초등학교가 떠올랐다. 그 때 만났던 스무명 아이들과 같이 걸었던 과수원길과 산길, 가재잡던 금실내가 떠올랐다. 고소하고 알싸한 쨍쨍한 햇볕에 말린 이불냄새 같은 향기가 내 주위를 감쌌다.

'스물 셋 어린 여선생은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연달아 갈아타고 꼬불꼬불 산길을 넘어 일월산 밑 가곡리를 그렇게 찾아갔었지.'
아마 멋진 연희샘도 그러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해 본다.

그런데 연희샘이 처음 만난 아이는 책을 많이 읽고 심하게 공부를 잘 하는 진경이다.

바로 주인공 '나'이다. '나'는 멋진 연희샘이라 불러달라는 '밑동이 발길질당한 나무의 이파리처럼 말소리가 부르르 떨리는' 초보선생을 '그 여자'라고 부른다. '여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내가 보기에 처음인 걸 너무 티내는 담임의 행동과 이에 장단 맞추는 같은 반 아이들이 다들 유치했고, 진짜 이유는 끝까지 같이 있을 것처럼 말했던 3학년 담임이 아무 말도 없이 전근을 가 버렸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냥 좋았던 선생님. 잘 생긴 남자선생님이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해 주었는데 .......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에 선물까지 준비한 '나'는 3학년 담임이 다시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새로 만나 담임에게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진경이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아이들에게 선생님과 관계는 참 소중하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참 많다.
"선생님, 어때?" 하고 물으면 "어떤 선생님요?" 하고 되물을만큼 그래서 이별도 쉽다.
학원은 맘에 들지 않거나 사정이 생기면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으니 그렇고 학교도 일 년만 버티면 또 다른 아니 다르지 않은 그저그런 교사를 만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기 선장초등학교는 시골학교이고 6년내내 똑같은 반에서 같은 동무들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특별하다. 아니 특별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반짝거리는 얼굴로 인사하는 '멋진 연희샘'은 좋아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여자'도 곧 작은 시골학교를 떠나 큰 학교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왕초보 연희샘과 연희샘을 너무 좋아하는 그러나 지독하게 공부를 못하는 찬이와 4학년 아이들의 관계는 <오오오대작전>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멋진 연희샘은 최대한 많은 관심을 여러분한테 쏟을 거야. 그래서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도시 아이들처럼 똑똑한 아이가 되도록 할 거야." 라고 선언을 한 다음 이렇게 쓴다.

 
영어 단어 다섯 개 외우기
수학 문제 다섯 개 풀기
한자 다섯 개 외우기
(위 책 53쪽)

 

이름하여 오오오 작전과 오오오 공책이 나누어진다.

 
연희샘의 논리는 이렇다.

영어 단어를 많이 알면 앞으로 어른이 돼서 많은 일들을 잘 할 수 있다.
수학문제를 꾸준하게 풀면 연산 능력이 좋아져서 중고등학교 가서 문제를 빨리 풀고 논리적인 사로를 할 수 있다.
한자 공부를 하면 어려운 책을 읽을 때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와~ 우. 지금 우리 학교에서 하는 각종 인증제에 나오는 말이다. 영어 스텝 점프 과정, 수학 단계별 학습, 장원급제 한자 인증제, 아, 여기다 줄넘기 급수제와 리코더 단계별 연주장까지 더 하면..... 아니지 아니지 독서지도 단계장도 있구나. 그리고 동시 100선까지.

우웩~ 생각만 해도 멀미가 나는데 3학년만 되면 이런 저런 인증장과 급수장 그리고 해법 수학, 왕수학, 토플 시험까지 봐야 하니 .......
 

오오오작전이 아이들의 반발과 울음으로 삼삼삼 작전까지 내려왔지만 찬이는 여전히 숙제도 과제도 시험도 다 못한다. 멋진 연희샘이 '왜 안 하니?' 하고 물으면 "난 원래 공부 못하는데...." 라며 우물쭈물거린다.
이런 찬이를 위해 담임은 차까지 사고 나머지 공부를 시킨다. 담임의 무모한 열정에 아이들은 숨을 쉴 수 없고 고통스러워 한다.

 

담임한테 한바탕 욕을 해 주고 싶었지만, 흔한 욕 한마디 떠오르지 않았다. 피곤에 지친 얼굴로 시험지를 넘기는 모습을 떠올리면 담임도 찬이만큼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삼삼삼 대작전은 아이들을 위한 것도, 그렇다고 담임을 위한 것도 아닌 괴상한 괴물로 변해 버렸다.

(같은책 107면)

 

아이들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교사.

"왜 공부를 못해? 하면 된단다. 노력도 안 하고 못 한다고 하는 건 게으르다는 거야. 게으른 건 죄악이야."

아마 교사가 된 많은 사람들이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일 것이다.

나도 처음엔 이해를 못했으니까. '왜 공부를 안 하지? 왜 책 읽기를 싫어할까? 이렇게 선생이 열심히 가르치면 따라와 줘야 되지.

하려고도 안 하는 그래서 너무 바보같고 게을러 터진 아이들이 불쌍하고 안쓰럽고 내가 아니면 누가 구제하나!' 싶어 어떨 땐 회초리를 들기까지 했지.

 

아~ 내 경험으로 비춰 볼 때, 나는 딱 한 달만에 이 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4월 5일 우리반은 전체가 모여 가정방문을 다녔다. 숲길을 걸어 윗 마을과 아랫마을을 거쳐 공동묘지를 지나고 삼밭을 돌아 고추밭과 담배밭을 지나며 아이들이 사는 산골집으로 가 보니 몸으로 알겠더라. 공부란 거 ...... 꼼짝 달싹 못하게 해서 달달 외우는 거.... 살아가는 데 몸을 움직여 부지런히 삶을 보듬는데 최소한 필요한 만큼만 하면 된다는 것을.

그런데 멋진 연희샘은 차까지 사고 찬이가 교실을 뛰쳐나가게까지 만들다니.... 쩝. 맘이 아팠다.

그래도 다행이다. 찬이네를 찾아간 연희샘과 담임의 맘을 알게 된 찬이, 산길을 걷다 넘어진 연희샘은 학생인 '나' 앞에서 속옷을 보이기까지 하고 도움을 받게 되고 그런 담임을 보며 상처를 걱정하는 '나'. 이렇게 셋은 아프고 쓰라린 상처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된다.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된다.

그리고 멋진 연희샘은 그냥 연희샘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음~ 그래 나도 아이들이 은경샘이라 아니 은경쌤이라고 부르는게 정말 좋아...... 가끔 이쁜 우리 쌤이라 불러주면 입을 닫지 못할만큼 바보 같지만 말이야.)

 

'나' 진경은 3학년 담임에게 주려 했던 책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다시 풀어서 편지를 쓴다. 연희샘에게 술술 잘도 쓰이는 편지.


내일 아침 일찍 연희 샘 손을 내밀 때 손 대신 책을 내밀어야지 마음 먹었다. 그런데
악수 아님 포옹?하고 물어오면 어쩌지? 확 포옹해 버릴까, 여자끼린데 어때.

 

이만큼 성큼자란 '나'와 여전히 활기차게 계란삶아서 할아버지께서 오신다는 이야기를 꺼리낌없이 하는 찬이와 욕심장이에 거짓말까지 했다고 고백하는 '연희샘'까지 그들과 함께 자랄 열 여덟명의 아이들이 환하게 다가온다.

 
정말 동화다운 결말이다. 내가 가는 길말고 다른 길도 있음을 알려주려는 작가의 소망이 느껴진다.  다음 주가 개학이다. 다시 파도처럼 밀려올 학교 현실을 생각하니 <난 원래 공부 못해>는 정말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관계가 변화의 시작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 생각해 본다. 

방학 내내 같이 공부한 새발가락이 했던 말이 가슴가득 차 오른다.


"나는 아이들을 가만 앉혀놓지 않을거야. 자꾸 움직이게 할 거야. 아이들 곁에 바짝 붙어있을거야. 아이들 이야기를 솔깃하게 듣고 눈을 맞출거야. 그리고 노래하고 자꾸 놀거야. 이렇게~"

 나는 새발가락만큼 아이들 곁에 바싹 붙어있진 못해도 손을 잡고 같이 생각하고 또 생각할거다.
난 원래 공부 못 해 하는 아이들의 말도 솔깃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일거다. 그리고 눈도 맞추고 가끔 뽀뽀도 할 거다. 히~


2008. 08. 22. 쇠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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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이어져 있다 - 평화를 향한 이야기의 행진 낮은산 키큰나무 7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지음, 문연주 옮김 / 낮은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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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이어져 있다 부제는 평화를 향한 이야기의 행진이다.
시작하는 글에서 후루타 다루히는 자신을 머지 않아 여든이 되는 늙은이로 소개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만주사변'을 일으켰던 일본제국주의 어린이로 일본이 점령한 도시에 작은 일장기를 세워 나간 기억을 꺼집어 낸다.

일본이 패전하고 7, 8년이 지난 어느 날, 어른이 된 작가 후루타 다루히는 문득 그 일을 생각해내고 그 일장기 아래, 일본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담벼락 옆에 더러워진 얼굴로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중국 어린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야말로 침으로 찔린 듯 가슴이 따끔하게 아파 왔다.

이윽고 작가는 가슴속 중국 어린이들의 모습은 공습으로 불탄 자리, 왼쪽으로 불탄 벌판에 서 있는 일본 어린이의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고 했다.


그리고 묻는다.

"어렸을 적 나는 왜 집이 불타고 파괴된 중국 어린이들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일까. 나는 그 때 읽던 어린이 잡지나 책에 그런 기사, 그런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때 '이 전쟁은 어떤 전쟁인가', 그리고 더욱 넓고 깊게 '전쟁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기사나 이야기는 '전혀'라고 할 만큼 없었다."고 고백한다.

 어린이문학 작가다운 고백이다.

분단 국가인 우리 나라, 이라크 전쟁, 지금 와선 낭만적이라 할 만큼 소중한 6.15선언들.
우리가 멈춰서 뒤돌아 볼 것을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묻기를 시작하라고 한다. "일본 자위대가 이라크에 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까? 혹은 한국군이 이라크에 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까"
그 물음에 대해 열 한 작품이 빼꼭하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읽어 주면 좋을 <주걱할아범>은 대포에서 주먹밥이 날아와 군인들이 그 주먹밥을 먹고 눈물을 흘리며 총과 칼을 놓고 고향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농사를 짓는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에니타 노벨의 그림책 <어머니의 감자 밭>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단지 주걱할아범이 너무 판타지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싸움을 그만 두게 되는 절실함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단 한 사람의 능력으로 싸움이나 전쟁이 사라진다는 것, 그것이 마법의 세계라 할지라도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와 영향을 줄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문제지만, 한 사람의 마법으로 전쟁을 그만두게 된다는 서사는 너무나 비약적이다.
 

표제작 하마노 쿄코의 <하늘은 이어져 있다>는 여러 가지 의미를 준다.
이라크 전쟁이 나자 프린랜서 사진 기자인 다다시 삼촌은 어머니께 말도 하지 않고 그곳으로 떠난다.

삼촌, 지금 나는 시부야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려서, 4월인데도 한겨울처럼 추워요. 바람도 강해서, 대때로 우산을 날려 버릴 것 같이 세차게 불어요.
삼촌, 나, 차도를 걷고 있습니다. 이렇게 길게 늘어서서 차도를 걷는 것은 처음이에요. 혼자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과 함께예요.
형형색색 깃발이 비를 맞으면서도 좌우로 나부끼고 있습니다. 메시지가 쓰인 현수막을 든 사람도 있습니다.
옆에서 걷는 사람은 할머니와 유키 씨입니다.
삼촌 지금 어디에 있어요? 왜 메일을 보내지 않는 거죠?

 

이 작품의 첫 구절이다.

2006년에 쓰인 작품으로 1956년 생 저자가 이라크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치카와 할머니 그리고 삼촌을 좋아하는 같은 활동가 유키씨가 어떻게 한 마음이 되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할머니가 무거운 한숨을 내리쉬었다.
"왜 그런 거죠? 전쟁 같은 걸 하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텐데."
"생각해야 한다."
갑자기 할머니가 말했다.
"생각해야 해. 계속 생각해야 한다."
혼잣말처럼 반복하는 할머니, 고개를 끄덕이는 유키 언니. 할머니의 말을 통해 작가가 들려주는 생각한다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전쟁을 하고 싶은 사람은 있어. 전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전쟁을 하기로 정한 사람이 전쟁터에 가는 일은 없지. 모두 알고 있을 텐데 마리야, 말하지 않으면 찬성이 되어 버린다는 것. 내 나이 정도의 사람들은 모두 비참한 경험을 했을 텐데도 말이다."

 
"이 하늘은 이어져 있겠구나."
할머니의 말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

 
100째 계속 되어 온 촛물집회가 떠오른다. 처음 촛불을 들었던 소녀들도 치카와 같은 어린 소녀였다. 우리는 촛불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거센 정치적 물결을 뜨겁게 마주하며, 예술은, 문학은, 또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배워애 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어린이문학은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켜든 촛불들을 어떻게 받아 안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애초 어린이문학이 여타의 예술, 문학에 비할 때 한층 더 명료한 정치적 자질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은 어린이문학은 주제가 그 어떤 문학, 예술 장르보다 명료하기 때문이다. "

 
어린이와 문학 2008년 8월호에 <어린 민중들의 앞길을 밝히는 촛불들>에서 김상욱교수는 작가들은 기꺼이 이들의 나팔수 구실을 자신의 소명으로 끌어안을 일이라고 했다. 그것이야말로 촛불이 형형하게 거리를 밝히는 이 시대,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배워야 할 바가 아닐까? 기꺼이 촛불을 밝혀들 작가들조차 없다면 누가 재갈 물린 이 어린 민중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인가하고 묻고 있다.

 

 이 물음에 대해 <하늘은 이어져 있다>는 큰 시삿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에게는 벼락치듯 상상력의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현장에선 교사들은 이 책에 실린 이야기의 속 뜻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나누며 생각하고 또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깨비 딸기를 먹은 날부터>는 졸업식 막바지에 미쿠와 바보미치, 시바켄, 가나에가 도화지에 커다라 글씨로 쓴 '전쟁반대'를 들면서 '이런일을 해도 괜찮을까.   그렇지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싶었다. 전쟁은 그 누구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는 또렷한 자각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그 아이들의 마음처럼 떨렸고 자신을 믿고 떨쳐 일어설 수 밖에 없는 네 아이에게 희망을 보았다.

 
미쿠는 덜덜 떨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반'의 글자를 높이 들었다. 회장이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지는 가운데 왼쪽 앞에서 시바켄이 일어서는 모습을 미쿠는 보았다.

 
그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아이들의 손도 꼭 잡고 함께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야겠다.

 

2008. 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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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말고 바이크 낮은산 키큰나무 6
신여랑 지음 / 낮은산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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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산 출판사를 좋아한다.

옹골차게 곧은 이들이 모여 좋은 책을 만들어 보자고 애쓰는 것을
낮은산에서 나오는 동화를 읽어주면 아이들은 슬픔과 만날 수 있었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작가 신여랑을 좋아한다.
뒤끝이 있는 글을 쓰기 원하는 그이가 좋다. 자꾸 이야기되는 <화란이>를 가슴에 안고 살았던 그이.
지금 열몇 살로 살아가는 아이들 삶을 누가 어떻게 뭘로 재단할 수 있을까?

 

내 딸은 열 세살 6학년이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아이가 자라는 것이 아깝다. 안 자랐으면 좋겠다.
입시의 광풍과 줄 세우기 속에 아이는 지금껏 가지고 있던 우정에 대해 동무들과 같이 나누던 믿음과 사랑에 대해 또 얼마나 큰 상처를 입게 될까?

 
고향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도시로 진학하게 된 나는 처음 시험을 치루고 나서 얼마나 놀랐던지?
"나, 공부 하나도 안 했어. 몰라, 공책도 없고.... 어떻게 하지?"
동동거리던 친구들을 위로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걸 안 순간.
곁에서 같이 웃고 예술제를 준비하던 친구들, 같은 합창단을 했던 많은 친구들이
시험 때만 되면 서로 적이 되어 싸워야 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낯이 뜨거워진다.

 

<자전거 말고 바이크>를 읽은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책을 읽고 난 아이들(고등학생)은
뭐 흔한 얘기네요. 우리 반에도 이런 애들 있어요. 낮에 학교와서 공부하고 밤엔 아르바이트 하고......
이건 약해요, 이것보다 더 한 것도 많은데.
이런 말을 했다.

 

그렇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상처를 작가의 예민한 감성으로 끌어올려
'그래 너희들 한 번 맘껏 하고 싶은대로 살아봐. 세상은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어.'
'이런 글을 쓰는 나도 두려워. 아파!'
하는 언니가 있다는 거.
우리 아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될 책 한 권이 있다는 것이
그리하여 자람을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6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장래에 수탁이처럼 화란이처럼 겨우 십오 년을 살았는데 백 년을 산 것처럼 삶이 지겨워질
위태로운 아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아이들의 삶은 누가 보아도 힘든데 학교에 오면 뭔가 배울 수 있는 기쁨보다 주눅 들 것이 더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아이들도 운동장에 나가면 펄펄 살아 움직이는 몸으로 햇살아래
푸른 나무처럼 싱싱해지는 걸 본다.

 

운동장을 달리는 수탁이를 그려보며
나는 열 세살 때 만난 어린 제자를 떠 올랐다.
그리고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졌고, 녀석의 폰 번호를 찾아 문자 한통 넣었다.
'잘 지내지?' 하고

그런데 까망의 왼쪽 가슴이나 서랍 속의 아이를 읽으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아이들은 발이 땅에 닿지않아 혼자 아프고 말 그런 시간을 보내진 않을까해서다
정희가 욕망했던 까망의 세계나
서랍 속 아이가 겪었고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혼란해 할 것들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이를 낳아 서툴게 키우면서 부모가 되는 법을 왜 배우지 않았을까?
아이들고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건강하고 행복한 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열 다섯, 열 여섯 이팔 청춘에 그 시기를 통과한 선배들에게
다양한 관점으로 성에 관해 묻고 대답을 구하지 않았을까?
온갖 질문이 떠 올랐다.

서랍 속을 읽는 아이들이
"이거 답답하니까 솔직하게 말해욧. 우리도 알 권리가 있고 잠 좀 자고 밥 좀 먹자구요."
큰 소리로 외쳐줬으면 좋겠다.
아니 지금 많은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그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자전거 말고 바이크는 남자 아이들의 로망을 잘 드러냈다.
바이크라.... 오감의 절정을 치닫게 할 바이크.
비읍은 연애 고수이자 친구인 미음으로부터 <자전거 말고 바이크> 여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강한 의지와 추진력을 전수받는다.
하지만 여자친구 니은을 만나면 늘 허둥거리기만 하고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것이 재미있다.

 
십대 커플들의 연애가 투투데이를 기념할 만큼 사귀는 기간이 짧다는 것. 그 이유가 무척 사소하다는 것.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파도처럼 밀려와 정신을 못 차리게 하더라도
그 시간 그 경험이 인간을 이해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길인 것을
좀 더 머뭇거리며 멈춰서서 되돌아보기를 할 수 있게
그들의 현재를 옹호하는 이 책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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