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말고 바이크 낮은산 키큰나무 6
신여랑 지음 / 낮은산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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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산 출판사를 좋아한다.

옹골차게 곧은 이들이 모여 좋은 책을 만들어 보자고 애쓰는 것을
낮은산에서 나오는 동화를 읽어주면 아이들은 슬픔과 만날 수 있었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작가 신여랑을 좋아한다.
뒤끝이 있는 글을 쓰기 원하는 그이가 좋다. 자꾸 이야기되는 <화란이>를 가슴에 안고 살았던 그이.
지금 열몇 살로 살아가는 아이들 삶을 누가 어떻게 뭘로 재단할 수 있을까?

 

내 딸은 열 세살 6학년이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아이가 자라는 것이 아깝다. 안 자랐으면 좋겠다.
입시의 광풍과 줄 세우기 속에 아이는 지금껏 가지고 있던 우정에 대해 동무들과 같이 나누던 믿음과 사랑에 대해 또 얼마나 큰 상처를 입게 될까?

 
고향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도시로 진학하게 된 나는 처음 시험을 치루고 나서 얼마나 놀랐던지?
"나, 공부 하나도 안 했어. 몰라, 공책도 없고.... 어떻게 하지?"
동동거리던 친구들을 위로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걸 안 순간.
곁에서 같이 웃고 예술제를 준비하던 친구들, 같은 합창단을 했던 많은 친구들이
시험 때만 되면 서로 적이 되어 싸워야 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낯이 뜨거워진다.

 

<자전거 말고 바이크>를 읽은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책을 읽고 난 아이들(고등학생)은
뭐 흔한 얘기네요. 우리 반에도 이런 애들 있어요. 낮에 학교와서 공부하고 밤엔 아르바이트 하고......
이건 약해요, 이것보다 더 한 것도 많은데.
이런 말을 했다.

 

그렇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상처를 작가의 예민한 감성으로 끌어올려
'그래 너희들 한 번 맘껏 하고 싶은대로 살아봐. 세상은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어.'
'이런 글을 쓰는 나도 두려워. 아파!'
하는 언니가 있다는 거.
우리 아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될 책 한 권이 있다는 것이
그리하여 자람을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6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장래에 수탁이처럼 화란이처럼 겨우 십오 년을 살았는데 백 년을 산 것처럼 삶이 지겨워질
위태로운 아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아이들의 삶은 누가 보아도 힘든데 학교에 오면 뭔가 배울 수 있는 기쁨보다 주눅 들 것이 더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아이들도 운동장에 나가면 펄펄 살아 움직이는 몸으로 햇살아래
푸른 나무처럼 싱싱해지는 걸 본다.

 

운동장을 달리는 수탁이를 그려보며
나는 열 세살 때 만난 어린 제자를 떠 올랐다.
그리고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졌고, 녀석의 폰 번호를 찾아 문자 한통 넣었다.
'잘 지내지?' 하고

그런데 까망의 왼쪽 가슴이나 서랍 속의 아이를 읽으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아이들은 발이 땅에 닿지않아 혼자 아프고 말 그런 시간을 보내진 않을까해서다
정희가 욕망했던 까망의 세계나
서랍 속 아이가 겪었고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혼란해 할 것들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이를 낳아 서툴게 키우면서 부모가 되는 법을 왜 배우지 않았을까?
아이들고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건강하고 행복한 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열 다섯, 열 여섯 이팔 청춘에 그 시기를 통과한 선배들에게
다양한 관점으로 성에 관해 묻고 대답을 구하지 않았을까?
온갖 질문이 떠 올랐다.

서랍 속을 읽는 아이들이
"이거 답답하니까 솔직하게 말해욧. 우리도 알 권리가 있고 잠 좀 자고 밥 좀 먹자구요."
큰 소리로 외쳐줬으면 좋겠다.
아니 지금 많은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그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자전거 말고 바이크는 남자 아이들의 로망을 잘 드러냈다.
바이크라.... 오감의 절정을 치닫게 할 바이크.
비읍은 연애 고수이자 친구인 미음으로부터 <자전거 말고 바이크> 여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강한 의지와 추진력을 전수받는다.
하지만 여자친구 니은을 만나면 늘 허둥거리기만 하고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것이 재미있다.

 
십대 커플들의 연애가 투투데이를 기념할 만큼 사귀는 기간이 짧다는 것. 그 이유가 무척 사소하다는 것.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파도처럼 밀려와 정신을 못 차리게 하더라도
그 시간 그 경험이 인간을 이해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길인 것을
좀 더 머뭇거리며 멈춰서서 되돌아보기를 할 수 있게
그들의 현재를 옹호하는 이 책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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