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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달의 날.
오랫만에 교단일기를 쓴다.
11월 3일날 재능 발표회를 하고 나서 아이들도 나도 많이 지쳤었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부쩍 자란 느낌이 들었다.
지난 주부터 <너 하고 안 놀아/현 덕 동화집/원종찬 엮음/송진헌 그림/ 창비>를 읽어주고 있다.
동화를 하루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읽고 이야기 나눌 때 아이들과 나의 관계가 평화로워지고
아이들의 생각이 자라는 걸 느끼게 된다.
지난 주 목요일에는 두 시간 꼬박 동화 <강아지>를 읽고 이야기 나누기를 했다.
<1939. 3. 5 - 3. 12>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글인데
수 십년이 지난 지금, 이 자리에서 읽어주어도 그 맛과 인물의 생생함은 그대로 전해진다.
위인이나 꾸며낸 인물이 아니라 우리 속에 살아있는, 우리 아이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 인물이 한 말과 행동을 견주어 성격을 알아보고 나와 동무들의 생각도 견주는 일은 참 좋은 공부가 된다,
아이들과 같이 하는 <현덕동화 공부> 내 안에 동화에 대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두 시간 읽어주고 나서 벤다이그램을 그려 노마와 기동이의 성격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나서 동화 제목 알아맞추기도 했다.
여기까지 하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책을 읽었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다고 하더니
몸으로 나타내기도 하고
작은 책도 만들고 만화 그리기도 했다.
작은 책 만들기는 내가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아이들 스스로 책을 만들어 동화 속 장면을 나름 열심히 그리고 색칠을 했다.
청출어람이다.
지난 8일이 입동이었다.
겨울이라고 한다.
아직 가을이라고 겨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학교 마당에 선 나무들은 저렇게 고운 단풍으로 반짝거리는데.... 겨울을 비껴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겨울은 영혼이 깨어나는 계절이라고 했다.
좋은 동화를 만나고 나누고 이야기 하면서 아이들과 나의 영혼이 부쩍 자라기를 바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꾸준히 하는 것이 겨울을 준비하는 또 다른 길인 것을 느낀다.
작가 현 덕이 가꾼 동화 세계 속에서 아이들과 나의 자람을 기대한다.
그냥 읽는 것과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느끼는 맛은 참 다르다.
<너 하고 안 놀아>가 그냥 보기에는 지루하고 똑 같은 글의 연속이지만
아이들과 읽고 나누는 순간에 이야기 하나 하나가 보석처럼 빛나게 된다.
이야기가 마술을 부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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