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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심상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민노당원도 아니며 심상정 의원을 인간적으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민노당원들 중에 그래도 괜찮은 사람을 꼽는다면 심상정 의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아는 바도 별로 없다.
나는 휴가기간을 맞아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서 심상정 의원이 쓴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을 읽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 책을 읽고 난 후 ‘참 잘 읽었다’는 자평을 했다.
이 책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정치인 심상정이 오늘의 한국을 만든 ‘일하는 이들’과 함께 25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들어간 이후 지난 10여 년의 진보 정치를 돌아보며, 진보를 둘러싼 숱한 편견, 오해, 한계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한다.
저자는 서민을 위한 진보 정당이 무너진 이유를 ‘진보의 핵심 기반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가 와해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보 정당을 만드는데 헌신했고 지지해온 생산직, 사무직 노동자층이 지지를 유보하거나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진보 정당만의 차별성이 약화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심상정 의원은 1978년 서울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해 1980년 서울대 최초로 총여학생회를 만들고 초대 총여학생회장이 되었다. 그는 최근의 현실에 대해 “진보가 위기라고 하는데, 사실 위기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라고 반문한다. 중요한 것은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져있다. ‘보수’ 하면 흔히 반공주의, 재벌 중심 시장경제 인정, 강력한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보수 진영은 자신들을 한국 경제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들이라고 평가한다. 반대로 ‘진보’ 하면 남한과 북한의 화해, 복지 확대, 민주화 확대 등으로 사회를 변혁하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진보 진영은 자신들을 과거 권위적 정치를 없애고 민주화를 이끌어낸 민주화의 주역들이라고 평가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보수는 보통 현 상태를 고수하려는 세력부터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세력까지 아우른다. 진보는 새로운 비전을 갖고 현 상태를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개혁하고자 하는 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p.194)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보수’일까? ‘진보’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현재 안정된 생활을 원하고, 변화하기를 꺼려하는 나 자신을 볼 때 ‘보수’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화를 원하고 있고, 개혁되어야만 한다.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글 귀는 “실패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반드시 이것을 하고 싶고, 내가 이것을 해야 한다’라는 마음이 분명했으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있습니다.”(p.50)라는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패를 통해서 얻는 것도 많다. 이 책을 통해 정치의 본질, 진보의 존재 이유, 한국의 시민들이 가져야 하는 긍지, 그리고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원칙과 희망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정치 교과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