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쉬워 놓쳐버린 삶의 다섯 가지 비밀 - 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존 이조 지음, 박윤정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서평의 대상인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된 『너무 쉬워 놓쳐버린 삶의 다섯 가지 비밀』의 원래 영어 제목을 직역하자면, <당신이 죽기 전에 반드시 발견해야 하는 다섯 가지 비밀>이다. 이 책의 본문 중에도 제목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펴내려고 했을 때 거부감과 어려움이 많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혹은 공포 소설이 아닌 수필이었기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결국 우리나라 출간용 제목에서는 이 "죽음"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을 보면 말이다.




  오래전 아마도 어떤 공상과학영화였던가 임사체험을 다뤘던 영화인 것으로 기억되는 데, 거기에 나왔던 대사 중에,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이라는 말이 내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 구절의 원전을 마치 숨기려는 듯이 책의 목차 앞 간지에 인쇄해 놓은 것을 발견하고, 흐릿하게 해두었던 조명을 조절해 가면서까지, 읽어 본 것도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다. 나중에 혹시라도 이 책을 읽어 보게 될 독자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까, 하는 생각으로 여기에 옮겨 본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

모든 생명체가 나와 조화를 이루고

모든 소리가 내 안에서 합창을 하고

모든 아름다움이 내 눈 속에 녹아들고

모든 사악함이 내게서 멀어졌으니

오늘은 죽기 좋은 날

나를 둘러싼 저 평화로운 땅

마침내 순환을 마친 저 들판

웃음이 가득한 나의 집

그리고 내 곁에 둘러앉은 자식들

그래 오늘이 아니면 언제 떠나가겠나

- 타오스족 인디언들의 노래 -


  책 속에 소개된 5가지의 비밀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또한 누구나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것들이어서 전혀 새롭지 않다. 국내에 출간된 이 책의 제목이 알려주고 있듯이 너무나 쉬워서 놓치기에 딱 알맞은 보편적인 비밀(진리)인 것이다.


-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아라

- 후회를 남기지 말아라

- 스스로 사랑이 되라

-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 받기보다 주는 데 힘써라




  그래서 저자인 존 이조는 이 비밀들을 끊임없이 각자의 삶과 생각의 중심에 두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의식을 만들어서라도 삶 속의 기준 혹은 이정표로 삼고,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삶이 이것들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정한 목표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교정해서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있기를 권하고 있다.




  단 한 번도 예외가 없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을 위한 여행안내서와 같은 책이다. 늘 이 책을 곁에 두고서, 내 발걸음이 방황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붙잡아 주는 길잡이로 삼아야겠다.






※ 이 서평은 디지털감성 e북카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를 위한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지식 - IT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
이연우.양기철 지음 / 위키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I가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하는 특이점을 향해 달려가는 속력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렇게 점점 가속하고 있는 AI에 올라탄 초연결, 가상현실,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등의 기술이 얼마나 놀라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바로 이 최신 IT 지식을 알기 쉽게 정리해 주고,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두를 위한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지식』이라는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IT 세상에 관한 충실한 종합 안내서로 출간된 이 책을 살펴보기로 하자.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1장부터 4장까지 가장 많은 지면을 들여서 현재의 컴퓨터+IT 세상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수를 다루어 온 인류의 역사가 컴퓨터의 발명과 지속적인 성능개선과 개발, 그리고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초연결 사회로 진행해 온 과정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식들이 소개되어 읽는 재미가 있다.




  이후 이어지는 5장부터 8장은 컴퓨터와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서 다루기 위한 데이터와 정보에 대한 가공 및 처리, 소리, 문자, 영상 등을 이진수로 바꾸는 원리를 설명해 준다. 필수적인 개념인 정렬과 검색, 알고리즘을 소개해 주고,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어려운 내용인 7장의 2진과 8진 컴퓨터의 내부 동작 원리는 나중에 좀 더 이해력을 기른 뒤에 읽을 것을 권하고 있다. 


  끝으로 9장과 10장은 실전편이다. 실제로 프로그래밍을 배워보는 부분으로 블록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와 현재 널리 사용되는 <파이썬> 두 가지를 설치부터 사례를 따라 해볼 수 있게 해두었다. 아직 실천해 보지는 않았지만, 코딩(?)을 해보고 그것이 동작 혹은 실패하는 것을 보게 되면 프로그래밍의 매력을 실감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원전 2600년쯤의 것으로 알려진 수메르의 쐐기문자로 기록된 숫자로부터, 물론 기록 이전부터도 다루어 왔겠지만, 수를 다루기 위한 인간의 도구가 오늘날 양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읽어보는 경험은 매우 특별했다. 이제 막 탄생한 양자컴퓨터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PC처럼 진화를 거듭하게 되면 소설 『수확자』 혹은 『크루시블』에서 그려진 것처럼 인간의 손에서 출발하여 신적인 존재로 나아가게 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컴퓨터 과학자들에게는 꿈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을 느끼며 책장을 덮었다.







※ 이 서평은 디지털감성 e북카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콰이어트 리더십 - 섬세하게 이끌고 강력하게 성과를 내는 내향형 리더십 4단계 성공 전략 현대지성 리더십 클래스 2
제니퍼 B. 칸와일러 지음, 이한이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기에 내성적인 성격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동아리나 조직에서도 앞에서 이끌고 가는 회장 등 리더보다는 그를 도와주는 총무의 역할을 더 잘하고 많이 맡아왔다. 나에게는 리더가 아니라 참모가 어울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콰이어트 리더십』이라는 책이 내향형인 사람이 준비된 리더이며, 얼마나 훌륭하게 조직을 이끌 수 있는지를 알려주겠다고 하여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콰이어트 리더십』이란 책에 대해서 소개하는 첫 머리의 문장이 딱 취향을 저격하는 문장으로 시작되어 단 숨에 책 전체를 개괄적으로 읽어봤다. 이 책은 4장부터 9장 까지 6가지 분야별 워크북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분야를 저자가 제안한 4P 프로세스-준비하기Preparation, 존재감 드러내기Presence, 밀어붙이기Push, 연습하기Practice-를 통해 어떻게 수행하고, 조직을 이끄는 능력을 키워나갈 것인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다.


"책과 생각할 시간만 있다면, 

나는 홀로 있을 때 완벽한 행복을 느낀다."

- 아리아나 허핑턴


  조직의 리더가 헤쳐 나가야 하는 6가지 분야는 프로젝트 이끌기, 프레젠테이션, 회의 주도, 네트워킹, 커뮤니케이션, 상사 응대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부닥치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 이제 내가 생각하는 자아상과 책에서 밝혀주는 내향형 리더십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할 것이다. 이 책의 3장에 마련된 내향인 리더십 테스트를 해본 결과 개선이 필요한 59점이 나왔다. 스스로 느낀 부족함이 확인되었으니 워크북과도 같은 이 책의 곳곳에 담긴 조언과 격려를 연료 삼아서 내향형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한 여정에 나서봐야겠다.




다만, 이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거나 표준이 될 만한 기준은 아니다. 단지 이 책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자 가이드일 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좋은 상사란 "경청과 격려, 소통을 잘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들은 유머 감각이 뛰어나며, 공감을 드러내고, 결단력이 있으며, 책임감이 강하고, 겸손하고, 권력을 나눈다."

- <EQ 감성 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먼


내향인인 리더가 자신에게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극복하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즉, "제가 냉담하게 보인다면 내성적이어서 그렇다는 걸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먼저 말을 걸어주세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직장 환경에는 다양한 방해요소가 수없이 얽혀 있어서 눈에 띄는데 시간을 들이는 일이 벅차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정표 위에 또 일정을 덧쓰는 바쁜 상황이라 하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중요하다. 신뢰 구축과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크나큰 보상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 회사 안을 걸어 다녀라 중에서




  이 책에서는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상대가 외향인은 물론 내향인인 경우에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특히나 본인은 무례하게 생각될 수도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끼어들기나, 즉시 반응하지 않고 좀 더 시간을 두고서 생각을 정리하여 제시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참고가 된다.


  『콰이어트 리더십』에서 제시한 4P 프로세스 방식인 연습하기, 준비하기, 존재감 드러내기, 밀어붙이기가 순환하는 과정으로 모든 일을 행하고, 향상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습관이 된다면 자신만의 리더십에 이르는 길을 찾고 개척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나의 부족한 리더십을 보완하고 강화시켜 나가기 위해 곁에 두고 늘 참고할 만한 책이다.






※ 이 서평은 디지털감성 e북카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 배리 로페즈는 나의 어머님과 같은 해(1945년)에 태어났다. 세계적인 경제적 풍요로움의 증가와 폭발적인 개발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이다. 그는 미국 동부에서 태어나 3살인 1948년 로스앤젤레스 외곽 샌퍼낸도밸리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랜드캐년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태평양에서 헤엄치며 성장했다. 주류인 백인 남성으로 미국 사회에서 인종적인 고통은 아니었으나, 성적인 학대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면서 55년간 환경 및 생태계 보호와 사회 운동을 다룬 작가로 살면서 겪고, 느끼고, 생각했던 내용들이 차곡차곡 담겨있는 이 책과의 만남이 즐거웠다. 나와 많은 부분 경험의 유사함과 감정적 공감대가 있음을 확인했고, 현재 국내외를 막론한 사회에 대해서 내가 갖고 있는 걱정과 문제의식이 저자가 '공포의 시대'라고 부르는 선언에서도 하나의 울림이 되었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인 '하늘'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무섭도록 풍부한 물'에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발전(?) 혹은 개발(!) 과정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가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그의 부모 혹은 조부모 세대애서 부터 시작하여 거의 불모의 사막지대에서 관개농업시대를 지나 물의 공급이 확대 되면서 이루어진 산업화 및 도시화의 100년여에 걸친 이야기다. 그리고 이 긴 이야기는 단 하나의 문장인 "물이 풍부해지면서 사람도 풍부해졌다."는 글로 압축되어 있다. 45~88쪽에 이르는 이 부분을 읽고 나니 로스앤젤레스는 물을 끌고 와서 인공적으로 녹화와 도시화를 했다고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이 마치 옆 동네의 일처럼 좀 더 실감나게 이해되었다.


  그리고 이 '무섭도록 풍부한 물'에 기록된 변천사는 내가 서울의 동쪽 한강 이남인 변두리에서 무섭게 발전(?)한 지역인 강동구 천호동에서 성장하고 또 지금도 살고 있으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과 너무나 유사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족이 처음 천호동으로 이사 왔을 때 다리는 광진교가 유일했으며, 해마다 장마 때면 온 천지가 진흙 밭이 되었고, 한강의 얼음 얼어 터지는 소리와 강기슭에서 쪽대로 수초를 훑어 물고기와 미꾸라지들을 잡으며 놀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한데 지금 잠실부터 하남시 경계까지 놓인 다리는 7개이며 또 하나가 개통을 앞두고 있다.(한강 밑으로 5,8호선 터널 2개도 있음) 한강공원이 된 한강의 기슭은 편리하면서도 본래의 자연을 기억하고 있는 내게는 이질적이다.


  히스토릭루트66(미국 동부에서 서부를 잇는 국도66호선)의 일부 구간을 동서로 오가면서 성장한 저자가 자연 가까이에서 성장하다가 도시화로 점점 멀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나는 강동구의 올망졸망했던 구릉과 골짜기, 개구리 울음 소리 가득하던 논들이 있던 "개구리섬", 미나리를 키우던 물쿠렁이 있었던 "미나리깡",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한강 기슭을 향해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대화'의 장에 쓰인 저자의 반대 선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차라리 좀 더 불편하고 때로 어떤 것을 포기하더라도, 우리는 지구와 다른 생명들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저지르는 부당한 행위들을 중단하고 거부해야 한다. 또한 부패하고 비윤리적인 권력과 금력에 조력하는 것(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교묘하게 합리화 되는)이 고착화 되어, 결국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못 하는 인간들이 지구를 파괴하고 공멸의 길로 치닫고 있는 "인류세"가 끝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앞으로 내 생이 허락된 시간 동안 보다 많이 절약하고, 탄소발자국을 줄이면서, 두 발로 걷거나 페달을 밟으며 접하는 자연과의 선명한 만남과 교류를 최대한 가슴과 기억에 담아갈 것이다. 이 책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함께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디지털감성 e북카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문턱을 넘는 순간 오래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프리초프 카프라가 쓴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이다. 거의 50년 전에 출간된 이 책 역시 당시의 물리학자와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면서 고전물리학의 관점들이 폐기되고 동양적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2023년 연말에 역시 카프라와 마찬가지로 이론 물리학자인 로벨리가 쓴 이 책을 만났다. 양자역학이 문을 연 100년의 기간 동안 50년(1975년) 만에 동양사상의 많은 부분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 후 50년(2023년)의 시간이 지나 불교의 "공(空)"과 "연기설(緣起說)"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이론이 나왔다. 저자가 주장하는 "관계론적 그물망"은 불교의 "연기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으며, 물질의 속성인 "입자인 동시에 파동"은 "공" 다시 말해 "공즉시색, 색즉시공"과 너무나 닮아있다.




  카프라가 쓴 책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관심을 갖고 읽어본 뒤 잊고 살았던 세상의 본질에 관한 탐구가 로벨리의 책을 통해 다시 이어졌다. 이 책을 손에 들고 천천히 곱씹어가면서 읽은 며칠은 신선한 충격과 함께 뿌연 안개에 약간은 초점이 돌아오고 또 생각이 열리는 느낌을 갖게 해준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서평을 쓰기도 전에 네이버 e북카페에 올해 만난 최고의 책이라고 추천의 글부터 올렸던 것이다. 50년의 간격을 두고서 세상에 나온 두 책이 조금 더 이해가 깊어지고(여전히 알아가는 과정이 진행 중인 양자 물리학), 좀 더 대중적이고 쉬운 글로 다가오는 변모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양자 물리학의 세계에 헌신하고 있는 미천한 기계공(저자의 표현을 빌자면)인 로벨리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양자 간섭현상(양자 컴퓨터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해 주고, 또한 얽힘에 대한 설명에서는 한 쌍으로 맺어진 양자만이 아니라 그 관찰자인 제3의 대상도 속성의 발현에 관여하기에 둘이 추는 춤이 아니라 셋이 추는 춤이라는 비유를 들어서 풀이를 해낸다. 이론물리학자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는 못했어도 현상에 대한 설명과 철학적 종교적 사상을 엮은(얽힘과 비슷한) 설명을 통해 일반인인 내가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수준에는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우리 우주의 첫 순간>과 함께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도 내 곁에서 두고두고 함께 익어갈 책이다. 언젠가 다가갔으나 단단히 막혀서 돌아선 뒤 생활 속에 파묻혀 잊고 있었던 실존과 세상의 본질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 벽에 금이 가고 살짝은 넓어진 느낌이 든다. 언제나 좋은 책을 만나는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고 기분 좋게 쏟아붓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 이 서평은 디지털감성 e북카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