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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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정지음

어릴때부터 Adhd를 앓아서 자신을 향한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이 익숙하다고 말하는 작가는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 혹은 자신을 대하는 자신의 자세 등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충고를 수용하기 보다는 깨부수는 방식으로 살아가기로 했다는 그녀는 어릴 적부터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판단에 저항하는 경우가 다수였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 였다.

그렇게 살면 사람들이 미쳤다 라는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의 미침을 허용해야 세상살이에는 조금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회사에 막내로 입사해서 처음에는 고분고분하다 못해 이런저런 일을 다했더니 아예 자기는 이미 정해지지 않은 허드렛일까지 다하는 사람으로 치부를 받았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자신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까지 여기는 것을 보고 어느날 음식물 쓰레기를 회의실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그리고 나서는 또라이 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오히려 또라이 라는 별명이후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유지로 조금 더 수월하게 회사 생활을 할수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애인을 만들때도 즉흥적으로 사람을 만나서 잠깐의 외로움을 때우다 보면 그런 방식에 익숙해졌고 실제로는 사랑과 진정한 연애관계라는게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고백하는 그녀는 헤어진후에 자신에게 독설을 날리며 꼭 너 같은 사람 만나 라는 구남친을 보며 오히려 그가 떠난 것이 축복이라고 여긴다. 그러다 진짜 자신을 닮은 남자를 만나 사랑에 열렬히 사랑했지만 종국에는 남자인 자신의 만나 그림자 복싱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언제나 다그치던 아빠에게 지지 않는 그녀였고 그런 그녀의 옆에서도 엄마는 언제나 그녀의 편이었다. 어릴적에는 ‘이왕 낳았으니 열심히 키워 달라’는 말도 하던 그녀는 지금에 와서는 조금더 좋은 딸이 되겠다는 반성도 한다.

트위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트위터리안이 되어서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도 친구가 되는 것이 시간에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동료들을 만나서 상사를 씹으며 밤새 술을 먹기도 하고 어느 날 회사를 퇴사한 이후에는 작가라는 명목으로 집에서 누워있는 생활을 반복하다가 온라인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결성해 함께 브이로그를 찍듯 청소도 하고 홈트도 한다.

이 책에는 이렇게 어느 날의 일기를 쓰듯 그녀의 생활의 에피소드 이야기, 생각 이야기, 친구를 향한 편지 등이 담겨져 있다.

너무나 젊은 그녀의 글의 전체적인 느낌은 통통 튄다 였다. 문체도 글도.

그녀의 글을 보며 일단 작가의 나이가 신선했고 요즘을 사는 젊은이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 좋았고 시대가 달라졌어도 그때의 나도 겪던 부모와 친구와의 관계,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 에서의 성장통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진부해지는 것일까.

어쩌면 나도 조금 미쳐있던 그 시절의 한 단면 속에 있었을 것이다.

서른이 되었다고 말하는 작가의 마지막 고민을 보며 조금 귀엽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제는 정말 나는 늙어버린 것은 아닐까.ㅎㅎ

조금 다르고 조금 미치면 어떠한가.

이제 비로소 펼쳐질 그녀의 광활한 인생과 무한한 성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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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넥스트 라이프를 만들어 가는 12인의 엄마들 이야기
최혜미 외 지음 / 시즌B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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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책은 육아에 지치고 앞길이 막막하다고 느끼는 다수의 엄마들에게 공감이 되고 동기가 되어줄 12명의 엄마 작가들이 글 모음집이다.


엄마가 자신의 인생을 찾으려면 멈춘 것이 아닌 가정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잠시 내려놓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아픈 아이를 위해 안전한 약병을 사주고 싶어 이윽고 개발하기에 이른 친환경 약병 쭙(Zzup)의 대표 최혜미씨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덤볐지만 창업의 길은 험난했다. 일만 할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육아는 늘 병행해야 하는 것이었으므로.

악기 연주의 경력이 있는 그녀가 지금은 완전히 동떨어진 경력을 쌓아가고 있지만 지금 이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며 새로운 경력이라 여기고 고군분투 중이며 ‘오늘도 무조건 Go’ 라고 이야기 한다.

암선고를 받고 나서 분노하고 좌절했지만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서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는 마인드 플래닛의 대표 배소이씨가 있다. 네이버 카페에서 진로상담 체험단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대학에서 진로 강의와 MBTI 강의를 하게 되었다는 그녀는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 절실한 마음으로 자신은 지금도 성장중 이라고 말한다.

어릴적 방앗갓진 손녀였던 김은진씨는 육아를 하고 경력이 단절된 상황에서 허기진 기분을 느끼던 차에 어릴적 방앗간집의 기억을 떠올렸고 떡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설기담의 대표인 그녀는 그녀가 만든 떡케이크를 통해서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떠나고 싶던 고향 제주도에 돌아가 잘 놀아주는 엄마가 된 마마오티움의 대표 안성은씨가 있다. 자연스럽게 놀이를 시작하고 놀이를 이어가는 아이들처럼 엄마들도 놀이를 즐겨야 하고 자신들만의 놀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열심히 꿈을 향해 직진하는 여러 명의 엄마들의 고군분투기가 나온다.

이들의 넥스트 라이프를 위한 플랜은 각각의 모양은 다르지만 본질은 다 같았다.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며 절실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잘하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찾고 열심히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 보고 실행해 내는 것 그것이 그녀들의 지금이고 미래이다.

공백이 길어지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의 나처럼. 코로나도 길어지고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일단 나를 좀 들여다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쉬운 것은 없지만 도전해 보려는 마음 그 예전의 뜨겁던 마음의 불씨를 살려봐야겠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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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육아 -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분 좋은 방식으로
이연진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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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육아- 이연진

빨간머리앤을 좋아하던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가 엄마가 되었다. 엄마의 일은 예외가 없다. 누구에게나 고되고 나를 잃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니까.

다정한 엄마가 되김 힘들지만 아이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엄마인 나를 잊고 너를 위해가 아닌 온전한 나 의 너에게 대하는 나만의 엄마의 방식.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육아의 방식이다.

이 책에서는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감수성이 예민한 엄마가 아이와 함께 생활해 가는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이나 글을 떠올려가며 그 작품을 대하던 그 마음을 떠올려 다시금 자신의 삶에 반대로 투영시켜보고 자신만의 느낌으로 생활하는 작가의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열해준다.

휴대폰 클라우드에 저장된 5년전의 자신의 모습을 문득 보고 지금과는 동떨어진 그 사진속의 자신을 객이라고 느끼며 윤동주의 자화상을 떠올린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도 그 객이 보는 관점에서는 빛나는 미래였으리라. 다시 못볼 손님처럼 자신을 대해보리라 다짐을 한다.

육아에 지쳐가던 그녀에게 지인이 선물해준 향수를 보고 영화 ‘툴리’의 마를로를 추억한다. 지친 육아에 도움을 주던 젊은 도우미 툴리에게 위안을 받다가 문득 떠난다는 말에 분노하는 주인공. 그러나 실제로 툴리는 마를로의 상상속의 인물이었을뿐. 영화속 툴리처럼 과거의 환영을 마주하고 복잡해 하던 작가는 이제 과거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명확히 깨닫고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말한다.

코스모스가 피는 계절에 마네의 그림을 떠올리며 이불 빨래를 한다. 아이와 함께 이불을 널고 비가 안 와 꽈리에 힘이 없다며 물을 주고 들어온다는 아이의 말에 미소 짓는다. 일상의 소소함을 함께하고 안도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다.

아이와 함께 티타임을 가지며 그 티타임을 함께 즐기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지시하는 방식이 아닌 조금 더 따듯한 기운이 담긴 말로 전달해 주려고 노력한다.

엄마인 내가 무리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지금의 순간 순간을 아이와 함께 느끼려고 노력한다.

-공기로 우유를 부풀렸네. 먹어보고 싶어요

따뜻한 아이스크림 같아.

-따뜻한 구름 같기도 하지?

작가와 아이의 대화이다.

이런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라면 치이는 것 같은 일상도 살만하다 라는 생각이 들 것도 같다.

그 외에 다양한 작품들과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작품을 떠올려가며 그녀의 고된 일상을 정화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가꾸어 가고 있었다. 이것이 그녀 취향의 그녀 방식대로의 육아.

나는 지금도 육아가 피곤해지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정화의 용도가 아닌 나의 지금 기분을 잊고 싶은 용도로 음악과 드라마 영화를 찾는다.

이왕 보는 거 그냥 기분을 잊는 것이 아닌 조금 정화하는 느낌으로 작품을 대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유를 나름 만들어 나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 어느 시절에 나도 내가 좋아하던 그림이 있었고 음악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도 자금의 나도 다 나이다.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면서 나만의 여유를 나만의 방식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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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 데 있는 新 잡학퀴즈 - 1600여 개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상식 퀴즈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시리즈
도나 호크 지음, 서나연 옮김 / 온스토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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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있는 신 잡학퀴즈- 도나호크

게임과 퍼즐이 삶의 일부였다고 말하는 지은이 도나호크는 잡지에 실리는 십자말 풀이를 제작했고 모바일 게임회사를 위한 상식퀴즈를 창작했으며 이후 뉴욕타임즈에서 십자말 풀이를 담당할정도로 대단히 방대하고 놀라운 상식의 내공을 보여준 사람이다.

이 책에서는 새롭고 다채로운 주제를 넘나 들며 다양한 상식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미국 문화권에 국한된 것이 많아서 타 문화권의 사람들이라면 조금 어렵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국가의 경계를 넘어 콘텐츠를 함께 즐기는 현대 시대에서 미드를 통해 다양한 미국 문화를 접한 독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드수 있을거라고 이야기 한다.

이 책에서는 역사 와 예술문학 ,식음료와 동물과 자연, 대중문화, 지리와 스포츠, 그리고 과학 분야로 나누어 문제를 제시해 주고 있으며 객관식과 주관식 혹은 보기를 주고 고르거나 나열하라는 식의 다향한 형태의 문제를 제시해 주고 있다.

미국과 세계의 역사 부분은 정말 어렵다.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역사적인 사실과 인문들이 있으므로. (이건 철저히 역사를 싫어하는 나의 상식이 짧아서 일수도 있다. )

Q. 아르헨티나 지도자 에바 페론의 생애를 담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은 ?

A. 알렉산더 헤밀턴

반면 식음료나 대중문화 이런 부분에서는 간혹가다 풀 만한 문제들이 등장한다.

Q.달걀노른자와 마스카포네 ,코코아, 술이 들어간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케이크이다.

A. 티라미수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밖에 영화에 관한 문제는 관심 있는 것들은 조금 알 수도 있겠다.

과학은 여전히 어렵다.

문제수가 굉장히 많고 단시간에 훑어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중간중간 몰랐던 역사나 시사 부분들이 흥미롭기도 한다.

그 외에도 최저기온 기록에 의해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은 남극보스토크 라고 하고, 인간에게 46개의 염색체가 있는데 양이 더 많은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선글라스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이며 스위스와 벨기에의 초콜릿은 맛이 좋지만 초콜릿 수출국 1위는 독일이다. 등등

답안지가 딱 붙어 있어서 답을 보기가 조금 어렵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한 파트씩 다시 한번 퀴즈의 형태로 도전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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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 일인칭 4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 지음, 신효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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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

샤(Sha)로 가세요. 주인공 나는 누군가의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향한다.

잊혀진 기억의 도시 샤에는 모여든 기억을 다듬어 정리해주는 까마귀가 산다.

그 옆에는 쓸모없는 기억들을 먹어치우는 달팽이도 있다.

지극한 노인의 얼굴을 한 것 같은 샤의 주인 까마귀는 잊혀진 기억들을 정리해 준다. 쓸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분하여 날려주고 말을 병에 담아 둔다.

누군가에게 잊혀져 새로 오게된 유령들은 눈물을 먹이로 삼고 옷장에 숨어 산다.

까마귀는 버려진 알들에게는 오래된 사진속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너무나 방대한 양의 장난감들은 숨을 곳이 없어 샤의 꿈속에 보관이 된다.

밤이 되면 샤에 모여진 집들이 각기 춤추며 오래된 집들은 가라앉고 새집으로 대체가 된다.

집들이 자리를 잡으며 요란한 꿈들이 자리를 잡고 까마귀가 그 꿈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그제서야 샤는 조용한 도시가 된다.

샤의 주인은 매일 아침 진지하게 기억을 선별하는데 그 주인도 거울 앞에서는 잊혀진 무언가를 보는 것만 같이 멈칫하게 된다. 잠시 무슨 생각에 젖은 듯 하다가 이내 우물 아래 사람들에게 거울을 가져다 주며 잊혀진 그들의 기억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그 반복되는 도시에 작은 행성이 온 날이 있는데 그날은 샤의 반복적인 일상들이 멈추어버렸고 까마귀가 행성의 상처안에 있는 가시를 뽑다가 행성은 폭발하게 된다. 이후 샤의 도시에는 기억의 폭풍이 일어나고 까마귀는 사라지게 된다.

결국 샤에는 내가 남았고 나는 이전의 기억은 없어도 이제는 남아서 그곳으로 모여드는 기억들을 돌보고 있다.

그림도 내용도 굉장히 몽환적이고 어려운 내용인 것 같아서 몇 번을 곱씹어 보았다.

모여드는 기억과 까마귀 달팽이와 가시모양의 똥. 그리고 남겨진 주인공 나 .

기억이란 나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듯 해도 알아서 잊혀지고 남는다.

원한는 기억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기억도 남아 나에게 가시똥과 같은 마음의 생채기로 남아있다. 기억은 재단해나가는 듯 하여도 결국은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어느 순간에 치유가 된다.

그림이 내내 어둡다. 그 지나간 깜깜한 과거 속에 서 있던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바라보기엔 겁이 난다. 나를 만들어온 나의 과거가 긍정적인 기억의 아주 좋은 것들만 있는 것들은 아니므로. 그러나 어느 순간 받아들이며 그것이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되고 그 기억은 나를 옭아매는 속박된 것이 아닌 자유로운 것이 될 수 있다.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고 기억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기억의 정돈자는 나이지만 결국 기억의 정돈자가 내가 아닐 수도 있다.

사실 나는 처음에는 내 기억을 내가 만들어 오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으나 지나온 기억을 그저 바라보는 자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기억은 그렇게 잊혀지고 지금은 또 다시 기억 속으로 잊혀진다.

남의 나는 지나간 샤의 주인 까마귀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책을 읽는 말미에 문득 나도 모르게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의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조금 슬퍼지는 것 과 동시에 조금 안도하게 되었다.

이것도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상상일뿐.

글밥이 많이 없지만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같고 굉장히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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