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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시어머니 유품정리 - 카키야 미우
도쿄에 사는 주인공 모토코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시어머니 호리우치의 집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시어머니의 집을 방문하면서 책의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특별히 남긴 재산도 없으신 어머니가 작은 평수의 낡은 빌라에 잔뜩 남겨놓은 짐들을 마주하면서 모토코는 어머미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자신의 어머니 생각을 함께 하게 된다.
모토코의 어머니는 깔끔하신 성격으로 쓸데없는 말도 하지 않는 편이었고 항상 중도를 지키시며 돌아가실때도 자신의 물품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가셨는데 이에 반해 시어머니는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다 하시고 이것저것 자신의 어머니와는 너무나 반대의 모습이셨다.
집을 치우기 시작하며 그릇이며 죽은 시아버지의 옷가지며 가구며 너무나 많이 쌓여져 있는 짐을 보고 화도 내고 짜증도 내게 된다. 일을 하며 집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치워야 하고 업체에 맡기기엔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신이 혼자서 끙끙대면서 치우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이웃집 여자가 토끼를 가져오고 어머니의 유품이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집을 치우는 내내 이상하리 만큼 온기가 느껴지는 집에서 누군가 왔다갔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후에는 동네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큰 가구를 치우기도 하고 짐을 좀 덜기도 하며 옆집 여자와 사람들에게서 어머니의 생전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머니는 생각보다 인정이 많고 주변인들에게 더 따뜻한 분이셨고 자신의 아들 내외는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보다 주변의 사람들을 많이 챙기는 분이셨다. 옆집 아이의 엄마가 싫어하는 아이의 토끼를 손수 맡아 먹이를 사서 길러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돈도 빌려주는 등 시어머니의 몰랐던 비화를 알게되면서 모토코는 그녀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한다.
문득 동생내외가 자신의 친어머니가 살던 집을 팔고 이사하겠다는 계획을 듣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어머니 생각을 하다가 동생의 와이프에게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어머니의 수첩도 받게 된다. 시어머니와는 달리 남긴 것도 기억할 것도 없는 친정어머니는 꽤나 엄격했고 잘 모르겠는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죽은 사람의 집을 치우는 이야기가 별로 심심하게 이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처음부터 손을 놓을수가 없을 정도로 빨려 들어갔다.
특별한 서사는 없지만 유품 정리를 하면서 두 어머니의 과거를 떠올리고 또한 그들과의 관계를 떠올리고 많은 감정을 얻기도 하고 덜어내기도 하며 주인공은 특별한 정리의 시간을 보낸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도 나의 두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고 아직은 오지 않은 그 이후의 모습까지도 상상해 보기도 했다.
자신의 입장이 아니면 그 속은 모르는 것이며 한 사람의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자신만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 그리고 혼자인 노인의 이야기.
노인 인구가 늘어가는 요즘에 서로를 되돌아보기에 좋은 책인 듯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