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 인생그림책 33
이수연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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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어린이 서포터즈 벗뜨리의 마지막 활동 도서는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예요. 그래픽노블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고른 신간이었는데, 벗뜨리 활동을 하며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긴 여운을 남길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둔 제 상황과 너무 잘 맞는 책이었거든요. 저는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말 이 일을 마음 속 깊이 원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떄가 되었어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지금까지 간절히 원하고 계속 붙잡았던 것은 무엇인지 생각했답니다.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에는 가구를 파는 곰 사원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곰 사원의 실적은 0이에요. 그게 성적표처럼 곰 사원을 늘 따라다니죠. 곰 사원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에게 가구를 팔기 시작해요. 없는 말을 지어내면서 실적을 올리려 하죠.

곰 사원의 꿈 속에서는 관리가 되지 않은 집이 등장해요. 곰사원은 실적을 올리면서도 스스로의 직업에 대한 회의감 같은 게 들어요. 이 일은 곰 사원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아니었거든요. 곰 사원이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거듭할수록 곰 사원의 꿈 속 집은 점점 깨끗해집니다. 그 집은 바로 곰 사원 안에 있는 '나'였기 때문이에요. 꿈 속 집에서 몰랐던 장소들을 알게 되는 것은 곰 사원의 마음 속에 담겨져 있던 소망을 바라보는 것과 같아요. 곰 사원은 높은 실적을 달성해 상을 받게 되었을 때도 기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공허했죠. 그건 곰 사원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곰 사원은 스스로를 진실되게 바라보고 마주해야 했어요. 이런 곰 사원을 보며 앵무새 회원이 말해주죠. '젊음은 가능성이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요.

저번주에 출판사 면접을 보고 왔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었던 마케터 전형이었답니다. 사실, 면접을 보면서부터 떨어질 걸 알았어요...ㅎㅎ '이 회사와는 연이 아니다' 하는 걸 느꼈거든요.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면접을 봤고, 후회는 남지 않아요.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 속 젊음은 가능성이니 무엇이든지 해보라는 문장을 읽고, 자소서를 써서 냈어요. 젊음이 무기라는 말이 있잖아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죠. 비록 이 출판사 면접에서는 떨어졌지만 좋은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해요.

면접관님이 그러셨어요. 이 일을 하며 힘들어질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요. 내가 이 직업을 택한 걸 후회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요. 이 질문을 듣고 조금 당황했답니다. (면접에서 나올법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이 선택을 후회할 거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정말 고심해서 택했고, 내가 원한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초심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을 거라고 답했는데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가 정말 이 직업을... 후회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모든 직업이 늘 재미있고 행복하기만 하겠어요. 어디서나 늘 시련과 고난이 있기 마련이죠.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늘 있어왔어요. 그런 일들이. 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들으니 처음으로, 후회를 하게 될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너무 이 직업을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셨나봐요.ㅎㅎ 돌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늘 그래왔듯이요. 번아웃처럼 책을 보기 싫어질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또 책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렇게 해도 안 될 것 같다면, 곰 사원처럼 새로운 선택을 해도 되죠.

이 책은 저처럼 취준생들에게 추천해요. 직장인 분들도 공감하실 내용이 많아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세요. 그래픽노블을 읽기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이 책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길벗어린이 감사합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벗뜨리로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잊지 못할 책들, 굿즈들을 선물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활동으로 제 심지는 더 단단해지고 꿈은 탄탄해졌답니다. 언젠가, 길벗어린이의 마케터님들을 현직자로 만나 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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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참방 보람 그림책 2
보람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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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참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예요. 홀로그램이 들어가 있는 표지부터 자기 몸 만한 튜브를 들고 있는 작은 개미까지! 보자마자 '귀여워!!'를 외쳤답니다.ㅎㅎ 비가 내려 만들어진 물웅덩이가 개미에게는 바다처럼 보여요. 다람쥐에게는 호수로, 토끼에게는 연못으로, 아이에게는 물웅덩이로 보이죠. 그리고 호랑이에게는... 발을 한 번 담그면 사라질... 작은 웅덩이가 됩니다.


호랑이의 등장으로 사라져버린 웅덩이. 호랑이는 동물들을 자신이 놀던 폭포로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다람뒤, 토끼, 아이는 모두 재미있게 자신만의 참방을 만들며 놀아요. 하지만 개미는 너무 깊고 큰 바다같은 폭포를 두려워하죠. 호랑이는 그런 개미를 보다 나뭇잎에 개미만을 위한 수영장을 만들어줘요.

이 책에서 보이는 주제는 크게 두 개예요. 첫 번째는 강요하지 않는 마음의 소중함, 두 번째는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모두 참방>에서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요. 나에게는 이게 바다라고! 나에게는 이게 웅덩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요. 등장인물 모두가 이런 말자체를 하지 않는 모습이 정말 귀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해해야지~ 하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이 책 속 동물들은 몸집이 작은 존재를 배려하고 몸집이 커 웅덩이를 없애버린 호랑이를 탓하지 않아요. 자신의 시선을 강요하지 않고 모두 자신만의 참방을 만들어갑니다.

두 번째는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개미에게는 바다였던 것이 호랑이에게는 작디 작은 웅덩이에 불과한 것처럼요. 멀리서 보면 내가 두려워한 것도 별 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모두를 존중하는 그림책을 읽으며 나에게 바다로 보이는 웅덩이를 두려워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란 것을 알았어요. 지금의 나에게는 그 웅덩이가 너무나 커보일 테니까요. 두려울 수 있죠. 무서울 수도 있고요. 발을 디디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힘들었던 때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온다고 하잖아요. 아마 같은 맥락이겠죠. 시간이 흐르며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키가 커질테니까요.

지금은 아직 두려운 게 많아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이 세상에 비해 너무 작기 때문이에요. 가끔은 그런 저를 보며 탓하기도 했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아질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지금의 저를 닦달하기 보다는 <모두 참방> 속 등장인물들처럼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 같아요. 타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나'를 말이죠.

<모두 참방>은 사회성을 기르는 아이들에게 추천하는데요. 나의 시선이 아닌 남의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은 부족하고 성장해가는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모습도 꼭 필요하니까요.

도서를 선물해주신 길벗어린이 감사합니다.💚 5월도 그림책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초여름과 잘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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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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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나온 <움직임>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인 만큼 기존의 소설에 덧붙여서 나온 부분들이 있다. 개정판 작가의 말과 초판 작가의 말이 함께 실려 있다는 것 자체가 독특했다. 과거의 나를 회상하며 시작하는 개정판 작가의 말. 이십 칠 년 동안 작가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시간 동안 이 소설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개정판 작가의 말에 실려 있었다. 개정판 작가의 말을 읽고 초판 작가의 말을 읽으면 지금보다 어리고, 소설을 끝낸 순간에 빠져있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소설은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로 시작한다. 중편소설 <움직임>은 조경란 작가의 가족론을 담아낸 소설이다. 구글 도서에 따르면 실제로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이다. 이 소설은 '나'에 대한 소설이자 '가족'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이경은 엄마를 잃고 외할아버지를 따라 외갓집으로 간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이 생겼다는 첫 문장과 달리, 혼자 밥을 먹고 가족을 기다리는 이경의 모습이 나온다. 이경에게는 정말 '가족'이 생긴 것일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보다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로 돌아오는 물음이 맞을 것 같다.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서 그런 것일까. 소설을 읽으며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되었다. 나에게 가족은 안식처, 믿을 수 있는 존재다. 나는 집 밖으로 움직일 수는 있지만 온전히 떠나지는 못한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집과 연결되어 있다. 내가 안정될 수 있게 만든다. 가족이 되기 위해 이경은 노력한다. 집은 이퀄 가족이다. 편히 쉬어야 할 집이란 공간에서조차 노력해야 하는 이경. 이 모순이 이경의 고단함을 증폭시킨다. 나라고 이경과 다를까. 가족도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평론가님의 말에 공감한다. 가족이라는 말의 무게감이 덜어지고 있는 사회에서, 가족을 일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 소설은 말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각자의 방식으로 꿋꿋하게. 이 소설은 그 사람들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이 왜 <움직임>인지 생각해보았다. 이곳에서나 저곳에서나 가족이 되기는 힘들다. '움직여야' 간신히 가족을 만들 수 있다.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움직임은 '선택'을 말한다. 주인공 이경이 가족을 만들고 싶어 외할아버지를 따라나선 '선택', 더는 떠나는 것이 아닌 결국 남는 것을 택한 '선택'. 120쪽 정도 되는 중편소설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말 자체는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가족에 대한 사유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깊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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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 인생그림책 32
오소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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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는 내가 생각한 ‘나의 시선‘ 너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요. 내가 선의로 한 일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선의‘라는 나의 시선 너머에 있는 ‘불편한 진실‘. 여러분은 이것을 얼마나 잘 마주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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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 인생그림책 32
오소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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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나는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 남에게는 그렇게 와닿지 않을 수 있구나를 다시 한 번 더 깨달았습니다. 나의 시선이 닿지 않는 그 너머의 이야기. 나는 알 수 없는 너머의 이야기. 그렇기에 그 이야기를 들을 때 신중해야 하죠.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닐지라도 상대가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해야 하고요.

<시선 너머>에는 투구 곰, 고깔 곰, 꼬마 곰. 이렇게 세 마리의 곰이 나와요. 투구 곰과 고깔 곰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갈라지고, 꼬마 곰만이 남게 되죠. 이 둘은 꼬마 곰을 자신의 편으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해요. 그렇다면 왜 투구 곰과 고깔 곰은 서로를 싫어하게 되었을까요? 바로 자신의 시선 너머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고깔 곰은 투구 곰이 폭죽을 터트렸을 때,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자지 못했어요. 투구 곰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자 했지만 고깔 곰에게 피해를 입혔죠. 고깔 곰은 투구 곰의 생일을 축하해주고자 선물을 잔뜩 사줬는데요. 알고보니 그 선물은 투구 곰이 무서워하는 곰인형이었어요. 둘 다 선의로 한 일이었지만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죠.

이 둘은 서로의 '시선 너머'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어요. 고깔 곰은 좋은 마음으로 폭죽을 터트린 투구 곰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투구 곰은 고깔 곰이 힘들 수도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나의 시선 너머, 상대를 살피지 못한 것이죠. 그 시선 너머의 상황을 몰랐을 때는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서로의 상황을 알고도 둘은 사과하지 않아요. 때문에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죠.

두 곰 모두 사실을 이야기 했어요. 또 이면에는 또다른 진실도 숨어있죠. 그러니 깨진 꿀단지처럼, 이미 벌어진 일이에요. 돌이킬 수 없죠. 그것이 어떤 파장을 데려올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겁니다. 꼬마 곰은 둘을 택하지 않아요. 둘이 싸우는 동안 산은 타버렸거든요. 꼬마 곰은 그 숲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갑니다.

시선 너머의 이야기. 그렇기에 신중해야 할, 또 잔잔히 받아들여야 할 이야기. 나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여겨야해요. 투구 곰와 고깔 곰처럼 서로를 탓하지 말고요. 그러다가는 누군가는 곁을 떠나게 될지도 몰라요. 결국 꼬마 곰이 그 숲을 벗어나 자신의 여정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죠.

나 또한 의도는 없었으나 상대가 기분이 상했다고 하면 따지고 들려 하지 말고 이해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나의 시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고 조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책이 비유적이라 어린아이들은 이해라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러니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부터 추천합니다ㅎㅎ 여러분들도 <시선 너머>을 보며 나는 남을 잘 배려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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