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드라마를 먼저 보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가 일본에서 2006년 1분기에 방영되었다. 사전에 아무 정보 없이 본 드라마였는데, 보고 나서 상당히 찝찝했다. 며칠간씩이나 드라마가 마음에 남았다. 그것도 찝찝하고 갑갑한 그런 기분으로.

소설은 두 주인공 료지와 유키호의 심리묘사가 전혀 없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중간에는 감정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다. 게다가 소설은 두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건을 둘러싼 주변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설을 읽는 사람은 그저 주변사람들의 설명과 정황으로 두 사람에 대해서 추측해볼 수 있을 뿐이다.

드라마가 남기는 씁쓸함과 찝찝함은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의 시선에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에 몰입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워진다.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할 수 없는, 감정상의 혼란.

이에 반한다면 소설은 군더더기가 없고 그래서 소설이 끝날 때까지 감정을 소비할 일이 거의 없다. 심리가 묘사되지 않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드라마보다 더욱 비정하다. 유키호는 드라마보다 단순하고 이기적인 동기로 친어머니와 양어머니를 죽이고,  료지는 드라마에서처럼 부추긴 사람도 없는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간'을 행한다.

이들의 어린시절은 어쩔 수 없었던 우발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해를 저버린 이때의 사건 이후 태양속을 걷겠다는 그들의 작은 소망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들 속에서 점점 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린다.

 서로에게는 태양이 되어 각자의 어둠을 밝혀준 료지와 유키호. 그러기 위해 다른 이들을 어둠으로 내몬 이들. 어리석고 그래서 사악하고 불행하고 불쌍한 이들이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쿵쾅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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