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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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가 파수꾼을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썼다는데 왜 파수꾼이 출간되지 못하고 금고 속에서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금서처럼 숨겨져 있었어야 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읽는 동안 나도 주인공 진 루이즈처럼 당황과 실망, 불안등 불편한 마음이 가득해서 작가의 기지 넘치는 문체에도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으니까.

아마 작가는 예상치 못했던 앵무새 죽이기의 호평과, 의도하지 않았던 애티커스라는 시대의 우상에 흠집내는 것이 두려웠으리라. 앵무새 죽이기에서의 애티커스는 양심의 모범이었다. 나 또한 무고한 자신의 의뢰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이 위협당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땀을 흘리며 법정에서 변호하던 그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백인의` 우상이었을 뿐이다. 덫에 걸린 아둔한 흑인을 구해내려 하는, 우월하기 때문에 관대하고 자애롭고 `그래야만 하는` 백인의 우상. 그는 인간과 인종의 평등함을 위해 싸운것이 아니라 흑인에 대한 우월감을 당위시 할 수 있을 백인들이 세워 놓은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운 것이다.

그러나 대중이 보고 싶은 면만 보고 받아 들이고 싶은 대로 받아들인 애티커스를 하퍼 리가 어떻게 파괴할 수 있었겠나.

그것이 자신의 세계가 붕괴하는 성장통이라 해도 고통을 권장하긴 쉽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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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2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수꾼》이 《앵무새 죽이기》의 명성을 배신했다는 평이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파수꾼》에서의 애티커스의 생각은 동의할 수 없지만, 그의 허점이 인간적이고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지금도 애티커스 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애즈라엘 2016-03-21 22:0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읽는 내내 불편하다가 마지막엔 미소를 지으며, 역시 하퍼 리 여사군...하며, 별 다섯개를 줘야지~하며 책장을 덮을 수 있었어요. 전 하퍼 리가 배신했다고도 애티커스를 망쳤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애티커스도 인간이었던 것이고 진 루이즈가 성장하기 위해 아버지의, 인간인 아버지의 모습은 직시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댓글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