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멀티 유니버스 - 우리의 우주는 유일한가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은 기존에 정설로 자리 잡은 이론마저도 오류가 발견되면 손쉽게 부술 수 있다. 그만큼 질서정연한 논리여도 하나의 허점이 있으면 무의미한 논리가 되어버리기 쉽다. 뉴턴의 중력 법칙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끈 이론 등은 끊임없이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되어 오며 수정을 거치거나 보강이 되었으며, 더불어 아예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과학은 자신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사실조차도 의심해야 한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정적이다는 명제에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우주가 팽창한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또 타당한 논리에 의해 그의 의견을 인정하는 부분 또한 진정한 과학자의 면모가 아닐까 생각했다. 미학적인 완성을 위해 하나의 공식을 찾으려 애썼던 그였다. 상대성 이론이나, 우주 배경 복사나, 우주의 나이나 값을 계산할 때 그것이 수학 공식으로 귀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신기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광선들이나 느끼지 입자들의 온도 등은 지구와 우주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 복잡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우주가 하나의 공식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일이다. 우주를 알기 위해 노력한 과학자들의 이론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가도 또 이후에 다른 증거로 인해 다시 복원되거나, 타당성이 있는 가설이지만 검증하기에는 아직까지 많은 관측과 증거들이 필요한 지점들을 보며 우주의 미스터리함을 느꼈다.

 약 천 년 전엔 지구가 둥글다는 것과 자전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에는 우주 또한 사람들은 당연히 무한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주는 유한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과학자들은 어쩌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과학자들은 수학과 우주의 여러 물질을 통해 밝혀낸다. 또 이를 바탕으로 유추해 내는 범위가 상상 이상이다. 우리는 3차원의 물질만 눈으로 보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우주는 더 큰 차원에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만큼 우주는 우주배경복사, 은하, 중성자, 중력 등을 통해 과거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매력적이지만, 저자의 말대로 무한하기에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는 유한하다. 또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과의 불확실성은 늘 존재한다.

 이때까지의 관측과 이론을 통해 우리는 우주를 조금씩 알아왔다. 그러나 아직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또 우주의 모형에 대해 다양한 가설들이 있지만 그 예시 모형들이 다 여러 증거들을 바탕으로 전개되었기에 어느 하나도 틀리다고 볼 수는 없다. 나는 다중우주가 말하는 동시성에 대해 큰 흥미를 느꼈다. 도플갱어나 우주 내 다른 존재에 대해 관심을 두기보다는 시간과 공간의 무한함 속에서 만들어진 반복성에 대해 관심을 두는 편이다. 우주에 있는 다른 존재와 우리가 만나지 못하는 이유 또한 재미있었다. 상대성이론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개념이 되면서 우리는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꿔야 했다. 이처럼 우주가 우리은하 하나만이 아니며, 또 다른 형태의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는 지점이다.

 

각 우주는 각기 다른 법칙을 따르며, 우리의 법칙이 지금과 같은 것은 그런 법칙만이 우리의 존재를 허용하기 때문이다.’_502


 나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다소 철학적인 궁금증에서 더욱 발전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가설들과 이론들은 나로 하여금 우주를 있는 그대로 보게 만든다. 철학적인 궁금증보다는 사실에 중심을 두고 읽었다. 평소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 교양 수업을 듣기도 했고 과학 영화도 좋아하는 편인데 책을 통해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중간 중간 수업 시간에 배웠던 이론들이 나왔다. 이해하기 힘든 물리학 부분들을 일상에 빗대어 쉽게 설명해주기에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적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멍 때리기의 기적 - 생각을 멈추고 여유를 찾는 뇌의 비밀
스리니바산 필레이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잠깐의 쉼이 더 큰 도약을 위해 필요할 때가 있다. 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이때까지 집중만이 일의 성과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해왔다. 집중을 오래도록 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끔 만들었다. 물론 집중을 하면 목적 달성에 있어서 좋다. 하지만 저자 필레이의 말대로 한 가지에 너무 몰두해버린 나머지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게 된다. 어떤 창작물들은 만지작거림에 의해 만들어졌다. 뇌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늘 집중하라고 들어왔지만 사실상 뇌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만지작거리는행동이 필요하다. 집중하려 애쓰기보다 비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비집중하는 능력이 향상될수록 내가 가진 잠재력이 더욱 발휘될 수 있다. 집중과 비집중이 뇌에서 하나의 리듬이 되어 일상의 균형을 만들어 준다. 자신만의 리듬이 만들어지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나 다양한 상황에서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결과는 중요하다. 우리는 그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 집중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저자가 누누이 말하듯, 그런 조바심에 연연하여 내내 일을 잡고 있는 것보다 15분 정도 쉬어가는 것이 나의 결과를 위해서도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동안 너무 내려놓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몸도 마음도 쉬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듯이 뇌 또한 그렇다. 그리고 그것을 아까워해서도 안 된다. 그때 내가 했던 낙서들이나 공상이 내게 축적되어 있던 짐들을 풀어버릴 수 있는 간단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집중할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들이 갑자기 딱하고 나타날 수 있다. 나의 뇌를 쉬게 하는 방법들은 우리도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설거지하기, 샤워하기, 청소하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논리를 알게 되었을 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또한 뇌가 비집중할 때 아이디어를 얻은 경우가 많았다. 집중보다 비집중은 창의력을 증진시키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


우리에게 똑바로 서도 쓰러지지 않게 몸을 받쳐주는 육체의 무게중심이 있듯 심리적 무게중심도 있다.’_125

 

마음가짐 또한 중요한데 자신을 믿는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가 나의 미래에 영향을 끼친다. 조너선과 같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는 비법은 이러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또 이것은 비집중하며 뇌를 가동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집중하지 않으면 모든 것들이 잘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서가기 위해서 하나를 내려놓고, 다시 돌아보는 것도 나에게 도움이 된다.


모든 얽매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가능성 사고방식으로 무장하면 방랑하는 정신에 활력을 불어넣고, 아이디어와 감정을 만지작거리면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 사항을 가장 생산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_213


 가능성 사고방식은 이처럼 내가 절벽에서 떨어질 때 밑에서 받쳐줄 쿠션 같은 존재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뇌가 겪는 경험에 따라 만들어 낸 알고리즘에 영향을 끼친다. 또한 자신만의 방향성도 중요하다. 마음가짐은 뇌가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무게중심이 된다. 무조건적으로 낙관적인 사고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 사고방식은 이와 다르다. 가능성을 생각해두고 그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낸다. 직관 또한 이에 해당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직관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그동안의 뇌가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알고리즘이다. 그래서 비집중 모드는 직관 또한 결정 요소 중 하나로 인정한다. 집중은 이성적으로 생각해야만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집중 모드는 그렇지 않다.


물에 항복하고 둥둥 뜨도록 자기 몸을 물에 맡겨야 비로소 수영을 할 수 있듯 자유에 따르는 가벼움에 항복해야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짐이 되기 전에 지나친 무거움을 덜어내라.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다.’_288


 저자는 마지막 비집중 선언문에서 인간의 모순과 실수에 대해 스스로 깨닫게 될 때,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말한다. 또한 자신을 용서하여 재충전의 과정을 거치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동안 집중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이었으며, 집중만 하다 일어난 실수들에 너그럽지 못했다. 따라서 자신에게 관용을 베풀 필요가 있다. 또한 뇌에게도 쉼을 주어야 한다. 명상과 만지작거리기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꿈꾸던 우리보다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끊임없이 만지작거리도록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필립 한든 지음, 김철호 옮김 / 김영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온 나의 캐리어 무게는 12kg 쯤이었다. 그리고 기내 반입품까지 더하면 무게가 더 늘어난다. 이 책을 여행가기 전에 읽었다면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되었겠지만, 아쉽게도 여행을 다녀온 뒤에 접하게 되었다. 일차원적으로 여행은 내가 일주일 전 다녀온 여행이다. 더 깊게 들여다보면 삶을 여행과 비유할 수도 있다. 책에 소개되는 수많은 은자, 수행자들은 그들만의 여행에서 소지한 물품은 몇 되지 않는다. 그들이 여행을 하면서 지닌 물품이 열 손가락만으로 다 헤아려질 때마다 닫히지 않는 트렁크를 온 몸으로 눌러 잠그려했던 나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아직까지 비움의 미학을 잘 느끼지 못하는 어리석은 중생이지만 물질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울수록 내면에 채워지는 것들은 그보다 더욱 무거운 것들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행을 떠나서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무엇을 들고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는 끝끝내 가져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아마도 내가 느낀 감정들과 세상을 여행하며 얻게 된 깨달음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배낭에 넣고 다닐 수 있는 것보다 많이 소유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_95에릭 호퍼

 

소지의 사전 의미를 찾아보니 물건을 지니고 있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책 속 인물들은 여행을 떠날 때 아주 최소한의 물건을 갖고 떠났다. 그것들조차 빛이 바랬거나 몹시 때가 탄 것들이었다. 눈에 보이는 물질에 경도되면 주위에 빛나고 있는 풍경, 나를 바꿔줄 수도 있는 가치들을 놓치게 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빠트린 것이 없는지 수없이 확인하고 이것저것 챙기기 바쁘다. 여행을 가서도 자신이 들고 온 짐을 지키고 확인하는 데 힘을 쏟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것들에 대한 욕심을 걷어낸다면 우리의 마음가짐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사람들은 이런저런 캠프 필수용품을 사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강해서, 결국 노새 한 마리분 짐이라는 장애를 안고 축복받은 숲을 향해 떠나게 된다. 캠핑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가볍게 떠나라. 짐은 가벼울수록 좋다.” _109조지 워싱턴 시어스

 

짐은 가벼울수록 떠나기도 쉽고 돌아오는 길도 편하다. 그러나 필수용품을 사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는 것부터 힘들다. 머리로는 그것이 지혜로운 일임을 알지만, 욕심을 버리는 것이 우리에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비워내 다른 것들로 채우며 나 자신이 가득 차는 여행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그것은 여행을 넘어 인생에서도 그렇다. 책에 나오는 피스 필그림, 북극제비갈매기 등은 아주 먼 여행을 떠나면서도 내가 잠깐 외출할 때 가지고 나가는 것보다 더 가벼운 짐을 들고 나선다. 그들에게 그 짐의 가벼움이 가능하다면 우리에게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 해에 35,000킬로미터가 넘는 왕복 여행을 하는 북극제비갈매기의 짐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살면서 아무런 짐 없이 몇 만 킬로미터를 몇 번이나 왕복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꼬집어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깊게 감명을 받았다. 물론 새와 사람을 동등한 선상에서 비교하긴 힘들지만 그동안 내가 필요치도 않은 짐들에 얽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물질적 욕심을 비워내는 것, 그것이 또 다른 나의 여행이 될 것 같다. 지금 나의 여행에 필요한 소지품 목록을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은 내가 이상하다고 한다 - 홍승희 에세이
홍승희 지음 / 김영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수많은 이름들에 의해 규정된다. 나라는 인간도 그렇다. 하지만 나 자신도 나를 아직 모른다. 어제는 노랑이었다가 오늘은 파랑이기도 한 인간이다. 그런데 사회에서 혹은 다른 사람들은 하나의 단어로 명명하려 한다. 언어는 표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때론 폭력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자꾸 ‘A가 아니면 B와 같이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는다. 이것은 합리성이란 이름 아래 만들어진 일종의 규칙이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이들은 가려진다. 동성애자, 그녀처럼 이인증을 겪고 있는 사람 등은 AB가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삭제되어 버린다. 그러나 이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다. 또한 우리는 쉽게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 반항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체계 속에 더 맞춰 살아가려 노력한다. 나는 그녀의 생각이 담긴 글을 읽으며 그녀와 동일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겪는 감정들과 불합리였다. 다만, 각자의 삶에서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을 뿐이다.


당연하게도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다. 내 삶에서도 주인공이 아니다. 누군가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고 누군가가 정해준 방법을 따라 하는 따라쟁이다.”_127


그리고 용기를 내 그것이 아니라고 말할 때, 내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할 때, 불합리한 것에 불합리하다고 말할 때 나는 쉽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한번 찍혀버린 낙인들은 아주 깊게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그녀의 말대로 정말 이상하다. 내가 느끼는 대로 말하고 아니라고 생각한 것들에 아니라고 말하는 것뿐인데 사람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리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며 첨언을 하고 기도를 해준다. 그녀의 모든 것이 병리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거기에서 넘어지면 안 된다.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든 것들에 대해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서 그녀의 말대로 너그럽지 않아야 내가 덜 아프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면 나만아프다. 정작 나를 괴롭힌 그것들과 그 사람들은 나에게 고통을 주고도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아프다고 우는 나에게 이상한 사람이라고 쳐다볼 뿐.


당신이 너그럽지 않으면 좋겠다. 눈물과 비명을 계속 누수시켜 폭력의 세계를 고장 내버리기를.”_167

이상한 일이다. 나는 그대로인데, 내가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자꾸 어떤 스티커가 붙는다.”_220


이 이야기는 여자라는 독방에 있을 때 더욱 심화된다. 나와 같은 여자들은 이런 일들에 대해 부당함을 느끼고 독방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방을 둘러싼 폭력의 세계를 부수기 시작했다. 이상해져야 한다. 이상해져서 그것이 평범한 것이 되어버릴 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아직까지 피해자가 상처받고 2차 가해를 받는 것이 너무나도 만연한 일인 이 세상에서 독방에 갇힌 사람들은 이상해져야 한다.


정직한 무지가 서로를 가깝게 한다. 우리에겐 더 많은 언어가 아니라 더 많은 무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는 무지. 나는 나를 모르듯 당신을 모른다. 삶이 뭔지 세상이 뭔지 몰라서 여기저기 걸어 다닌다.”_152


사람들은 조언이라는 껍데기로 치장한 간섭과 강요를 할 때가 있다. 세상의 시각에서 이상하다고 비치는 나, , 우리를 말로 재단하려 한다. 이처럼 사람은 섣불리 자신 앞에 마주한 그 사람을 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래서 그 사람도 모르고, 내 삶도 모른다. 그런데 자꾸 우리는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해 이런저런 말을 마음에 얹어놓는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일과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 아니라고 말하는 일은 다른 게 아니다,”_299


그래서 위의 문장처럼 둘은 다른 게 아니다. 나에게 아닌 것을 하나둘씩 덜어내는 일은 나를 위해 기도하는 일과 같다.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를 위한 일에 자꾸 자신들의 생각을 섞는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자신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우리를 함부로 재단하는 모든 것들에게 너그럽지 않은 태도로 우리를 지켜내야 한다. 나에게도 희미한 나의 구성 요소들에 대해 다른 사람의 입김이 들어가선 안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전쟁실록 - 전쟁이 바꾼 조선, 조선이 바꾼 세계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가 패권을 잡을 것인가, 조선전쟁실록-

 

 고려부터 조선까지 한반도는 강대국들에 의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만 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흔히 한 두 줄로 넘어갈 왜구의 침입은 당시 고려와 조선에게는 골칫덩어리였다. 고려와 조선의 역사를 훑어보면 전쟁과 떼어놓을 수 없다. 또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한반도에 나타났던 전조증상들까지 이 책은 짚어준다. 전쟁은 지도자의 결심에서부터 이뤄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결심에 있어서 주변의 상황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당사자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도 승패가 갈린다. 우리가 흔히 아는 광해군과 인조가 그렇다. 당시 명에 대한 사대주의가 강했기에 광해군의 전략은 대신들에게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알려준 결과는 광해군의 전략이 더 효율적이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나는 임진왜란 때의 신립, 김성일 등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가의 기세가 흔들리는 역사를 보았다. 한 나라의 왕과 그를 따르는 대신들에 의해 국가가 좌지우지되었다. 선조, 인조, 광해군, 흥선대원군의 정치를 보면서 지도자의 판단력이 정말로 수많은 백성을 살리고 죽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렇게 험한 요새가 있는데도 지킬 줄을 몰랐으니 신립은 머리가 아주 모자라는 사람이었구나!”

이여송의 한탄처럼 조선에는 병법에 밝고 일본군을 상대할 지략을 갖춘 장수가 가장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왜구와의 전투에서부터 신미양요까지 한반도가 겪어온 전쟁들을 보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느꼈다. 전쟁은 단면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무기를 들고 영토를 빼앗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외교의 한 부분이었다. 또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작은 규모의 군대가 몇 만의 대군을 이기기도 했다. 적은 수로 맞싸워 이겨낸 전투들이 많았다. 이순신의 전투들은 거의 다 그러했고 사상자도 없이 몇 백의 일본 배를 물리쳤다. 더불어, 전쟁에 필요한 장비 또한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 명의 목숨이 소중한 상황에서 무기는 때로 이를 극복시켜주기도 한다. 책을 통해 판옥선, 거북선 등에 대한 여러 무기들을 상세하게 알게 되면서 전쟁 속 논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미처 몰랐던 다양한 지식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와 관련한 인물이 원균과 곽재우이다. 이순신과 원균의 관계를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곽재우 또한 학창시절 의병대장으로 활약했다는 점만 알았을 뿐, 그와 관련된 역사적인 일화는 알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징비록과 여러 실록들을 인용함으로써 그 당시 역사 인물들의 말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여러 매체에 의해 다루어진 역사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사실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조가 몽진을 떠난 것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던 나에게 여러 외교적 상황을 보여주며 그것이 마냥 무책임한 행동으로만 볼 수 없단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좁은 땅에서 많은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탐냈고 그만큼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엄청난 수로 몰아붙이는 군대들을 물리치고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의병, 백성들의 용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도 그러했다. 또한 신식무기를 가진 일본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조선군이 의병이 가세하여 다시 탄력을 얻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