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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평점 :
🔴 정보라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
■ 저자 : 정보라
■ 출판사 : #래빗홀(2025년 1월 15일)
■ 책속의 문장
📖 희망은 그러니까,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거야. 우주는 무한히 넓고 크지만, 그 안의 모든 공간, 모든 행성과 혹성, 위성을 지배하는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도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을 거야. 우리는 그 목적을 이루기만 하면 되는 거야.
📖 절대 잊지 않는 건 그 순간순간의 감정이었다. 기억도 논리도 이성도 인간의 모든 지적 활동이 다 사라져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감정이다. 그 분노와 공포와 충격과 슬픔과 원한과 거대한 상실감만은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 그런 날이 정말로 온다면, 바로 그날 세상은, 인간은,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땅과 바다는 더 이상 상처 입지 않고, 사람과 자연은 햇살 속에 하늘을 향해 함께 자라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 상실하면 애도해야 하고, 상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서는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상실된 사람들을 누가 기억해줄 것인가. 그리고 행동으로 애도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상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 우선 부끄럽게도 정보라 작가를 잘 모른다. 작가 소개를 보니 2022년 첫번째 소설집 <저주 토끼>로 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는데 작가님을 좋아하는 독자분들은 두 번째 소설집인 이 책의 기대가 클 것 같다. 2021년 출간된 <그녀를 만나다>를 올해 1월 래빗홀에서 다시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새로운 책제목 <너의 유토피아>를 표제작으로 삼고, 새롭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문장으로 선보였다는.
우선 '유토피아'라 하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나 국가를 의미하는 단어로 영국 작가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발표한 책 <유토피아>에서 유래했다는 것과 그리스어 ou(없다)와 topos(장소)가 합쳐져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에서 점차 ‘완벽한 이상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다는 것 정도를 미리 캐치하고 소설의 메세지를 음미하며 읽기 스타트.
📍영생불사연구소
📍너의 유토피아
📍여행의 끝
📍아주 보통의 결혼
📍One More Kiss, Dear
📍그녀를 만나다
📍Maria, Gratia Plena
📍씨앗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이 책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인간이란, 자아란, 상상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생각하는 객관적 현실이란 존재하는가 하는 저자의 인터뷰 메세지가 그대로 전해져왔다. 디스토피아적 배경이 갖는 참담한 현실에 희망을 찾아 행하는 끝없는 질문들과 살아남아 애도하고 다시 나아가는 사람들의 깊은 인류애를 그린 유토피아를 향한 간절한 기원이 깃든 몰입감 넘치는 문장력으로 깊은 울림을 받는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끝없이 싸우고 있으며 이러한 투쟁을 통하여 우리가 나날이 잃어가고 있는 인간성을 되찾으려고 발버둥친다는 것. 사랑하고 잃고 멈춰 애도하고 다시 싸워나가는 약하고 평범한 존재들의 단단한 생존기를 다루고 있는데 와~ 작가님의 상상력이 어마어마하다. 한국인 최초 '세계 3대 3F 문학항 후보에 오를만하다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분노하고 질문하며 멈춰 애도하고 다시 전진하는 인물들이다. 소중한 삶이 부당한 이유로 짓밟힌 사정을 점차 알아가게 되면 공감하고 애도할 수밖에 없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무너지고 망해버린 순간에도 서로를 염려하고 돌보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이 어떻게 연대의 힘으로 전환되는지, SF소설답게 기괴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문장으로 환멸스럽지만 소중한 이 세계를 구하고자 끝없이 인간을 탐구한다.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떠나버린 황량한 행성에서 고장 난 휴머노이드를 태우고 배회하는 스마트카의 이야기를 담은 <너의 유토피아>는 인간을 꼭 닮은 의료용 휴머노이드 314가 나오는데 망가진 세계를 헤매면서도 더 나은 곳을 희구하는 간절함이, 창궐한 지구를 떠나 ‘노아의 방주’를 타고 우주를 헤매는 여정을 보여주는 <여행의 끝>는 뒷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로 빠르게 읽어나갔는데 결말이 충격적이였다. 트렌스젠더를 향한 차별과 혐오로 생을 마감하게 된 변희수 하사가 모티프가 된 <그녀를 만나다>는 성 확정을 마치고 군대로 돌아가 복무하면서 저술 활동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그녀’의 팬미팅에 참석하였다가 혐오 세력의 폭탄 테러를 당한 어느 할머니의 사연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실제로 이루어지지 못한 ‘그녀’의 행복에 숙역해지더래는. 소설이지만 실제와 닮은 세상 속 폭력과 부조리와 차별과 억압속에서 작가는 말한다.
"나와 당신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생존하고. 기억하고 애도하며, 우리는 모두, 여전히, 다 같이, 싸우고 있다."고. 가장 멀리 날아가 깊이 뿌리 내리고 사방으로 뻗어나갈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단편소설 <씨앗>에서 알 수 있다. 인간과 세상은 다시 자연과 함께 자라나게 될 것이라고. 정보라 작가의 인간과 세상을 향한 구원의 질문들이 어떤 것들이고 어떻게 탐구해나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 이 책은 래빗홀(@rabbithole_book)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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