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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ㅣ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 사계절 / 2008년 1월
평점 :
책이 오자마자 펼쳐 든 아이가 한참동안을 책장을 넘기면서 집중해서 본다. 흑백의 글씨도 없는 두꺼운 그림책. 무엇이 그토록 아이를 집중시켰을까...
이어 두 번째 잡은 남편도 긴시간을 보았다. ‘참 심오한 그림책인데...’ 하는 감상과 함께.
이민과 망명객, 난민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다룬 ‘도착(숀텐 그림, 사계절 펴냄)’은 오히려 글씨가 없어 더욱 깊게 사유하며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빨려들며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책이다.
책장을 펼치면 면지를 가득 채운 많은 사람들의 증명사진이 채워있다. 모두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보다는 오히려 두려움과 긴장이 더욱 서려 있는 모습이다. 이야기가 전개 되면 한남자의 가족과의 이별을 하고 어디론가 떠난다. 가족사진까지 고히 챙겨넣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하는 모습이 아주 오랜 이별을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입국 절차를 마친 남자는 어렵게 숙소를 구하고, 직장을 구하는 듯 하다. 남자의 모습이 두려움과 긴장이 가득했던 남자의 얼굴이 평안해지고, 생쥐 같은 낯선 동물과도 친해진 듯 하다. 남자를 편지를 쓴다. 아마도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인 듯 하다. 작은 잎이 땅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헤어졌던 가족이 남자가 왔던 그때처럼 아빠를, 남편을 찾아온다.
이 책은 숀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다. 숀테의 아버지 역시 1960년 말레시아에서 서호주로 이주했다. 면지에 실린 세로줄 세 번째 아이의 모습이 숀텐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사회 문제의식과 충격적 그림을 표현한다는 숀텐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다른 작품도 꼭 읽고 싶은 매력적인 작가이다.
전쟁, 가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세계의 1억9천1백만 명의 이주민들이 고국을 떠나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많은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여성들, 새터민 등의 이주민들이 한국에서의 정착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우리 시대를 함께 사는 그들에 대한 생각을
그들 입장에서 다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땅이 그들의 새로운 고향이 되도록 함께 따스하게 친절하게 품어야 함을 느끼게 한다.
빛바랜듯한 양장의 표지가 정말 멋스러운 꼭 집에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그런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