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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늘 ㅣ 푸른사상 소설선 72
이수현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9월
평점 :
#비늘
#이수현
#푸른사상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은
마음이 먹먹했어요.
비늘은 가정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그로 인해 남겨진
상처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가정폭력이라는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메세지가
아니라, 그로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인간적 상처의 본질, 그리고 그 고통이
오랜 시간을 거쳐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인공 강도희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현재는 이혼 전문 변호사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는 이혼과 양육비, 폭력 사건을
다루는 의뢰인들을 통해 그들의
고통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합니다.
사십이 다된 나이에도
여전히 마음속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폭력의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그녀는 의뢰인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들이 버텨내는 삶 속에서 조금씩
치유의 가능성을 찾아갑니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가 현실의 고통을 <비늘>이라는
단어로 대체해서 사용된다는 거죠
이야기속에서 강도희의 특별한 만남
인간의 형상을 한 물 속에서
살아가는 신비한 생명체.
인면어를 만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그 능력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세상에 맞서기 위해,
더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각자의 내면에 숨기고 살아가는
비늘을 형상화해서 드러나게
하는 것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비늘은 우리 사회 전체가 마주해야 할
거울일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가정내 폭력, 이혼, 양육비 미지급,
무너진 관계들로 더 상처받는 아이들
결코 개인의 불행이 아닌,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걸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 어두운 곳을 걸어
가야 하는 것이 혼자가 아님을,
서로의 상처가 반사되어 서로를
비추고 구원할 수 있음을
그래서 아직까지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늘은 책을 읽는 이에게
질문을 합니다.
<당신의 비늘은 어떤 모양이냐구>
상처를 직시하는 용기,
타인의 고통을 감각하는 연대,
그리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희망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마음의 빛을
작가는 알려주고 싶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