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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시, 주리 그림 / 바우솔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누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고 운명에 묶여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한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오늘 수도권에 한파와 함께
눈이 찾아왔어요~
밤새 내린 눈을 보며
문정희 님의 시를
큰소리로 읽어봅니다.
수많은 시를 쓰셨지만
문정희 시인의 대표적인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멋진 겨울풍경의 그림과 함께
그림책으로 선보인 작품입니다.
연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
갑자기 내린 눈으로
한계령 고갯길에
눈속에 고립되어 있는데
눈부신 고립이라고 하네요
폭설에 고립되어 있어
불안하고 무서운게 아니고
둘만의 시간안에 존재하는
갇히고 싶어하는
눈부신 고립.
헬리콥터가 다가와도
옷자락을 내밀지 않겠다는
그 마음이 둘만의 시간안에
함께 하고 싶은 그마음..
어쩌면 좋아요
아~
이런 마음
아련하게 소환해봅니다.
오늘 같이 눈오는 겨울날
내 앞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낭독을 해줘도 좋을
어른을 위한
그림책.
눈오는풍경이 넘 아름다운
<한계령을 위한 연가>
슬프면서도 애잔한
기쁘면서도 행복한
마음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