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성이 간다 - 신주쿠 구호센터의 슈퍼히어로
사사 료코 지음, 장은선 옮김 / 다반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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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현수성은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이다. 평범하게 산 사람들은 결코 접하지 못할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그는 맨 몸으로 이겨냈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악의 경험들을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책으로 접하게 된 현수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맨 먼저 '괴물'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삶 자체가 생존 이었던 그가 견뎌내야 했던 시간들을 되짚어 보면, 부모와 사회가 그를 괴물로 조련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강하다'라는 말은 바로 현수성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유명한 조폭 보스는 현수성을 '익혀도 구워도 못 먹을 사내'라고 평했을만큼 현수성은 지독할만치 강한 사내였다. 그 강함이 살아 남기 위해서 어쩔수없이 터득한 거였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현재의 문제가 과거의 경험과 트라우마로 인한 무의식의 발현이었다는걸 치료나 상담 과정에서 알아내기도 한다. 모두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폭력적인 사람의 어린 시절을 되짚어보면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 였었다더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현수성의 어린 시절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끔찍한 폭행으로 얼룩져 있었다. 어떻게 부모라는 사람이 약한 자식을 무방비 상태로 두고, 버리고, 죽을만큼 때릴수가 있는지 묻고 싶다. 약한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지독한 폭력을 당한 현수성이 죽지 않고 살아남은게 기적일 정도였다.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폭행과 무관심, 그리고 아이가 누릴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조차 박탈당했던 현수성의 삶에 자꾸만 눈물이 난다.  

어느 아이가 급소를 채일걸 대비해 잘 때 배를 보호하면서 잘까? 어떤 아이가 부모에게 사랑받았던 따뜻한 추억이 단 1초도 없을수가 있을까? 여섯살 때 친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환영하지 않는 아버지와 살면서 계속 폭행을 당한 현수성은 '스스로 알아서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겨우 여섯살 짜리가 말이다. 현수성에게 도둑질은 나쁜 짓 이라는 개념 대신 생존에 필요한 절대적인 일 이었다. 지금 당장 먹지 않으면 굶어 죽을 판인데 죄책감과 양심이 어찌 생기겠는가. 또 조센징 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에겐 더 한 방법으로복수를 해줬다. 따뜻한 집과 돌봐주는 부모가 있는 녀석들처럼 약점이 있는 애들에겐 절대로 안 진다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었고,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더 한짓도 할수 있었다. 

재능도, 학력도, 지원해줄 가족도 없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남들보다 두 세배 더 일했고, 악독한 짓도 서슴치 않았다. 악당이 하는 모든 일을 했다고 할 정도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업었다. 그 과정에서 돈 뿐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과 다루는 법을 익히게 됐다. 그렇게 욕을 들어가며 큰 돈을 번 그는 유흥가에 돈을 뿌리며 놀고,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하지만 현수성은 돈을 흥청망청 쓰며 노는것에만 집중한게 아니라 오히려 더 냉철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돈을 벌기 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정제계 인사들과 고급 인맥의 교류를 보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걸 경험하는 것으로 끝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인맥을 유지하고 넓히는데 애를 쓰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수익을 기대할텐데 말이다.

그런 현수성이 돌연 사람들을 도와주는 구호센터를 연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하고 잠깐의 변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빚을 받아내기 위해 채무자의 부인을 매춘까지 시킨 사람이, 조폭들과 협상을 하며 더러운 돈을 긁어모으던 사람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구호 센터를 연 것일까. 갑자기 그의 등에 천사의 날개가 생긴것도 아닐테고, 하늘의 계시를 받은것도 아닐텐데 대체 이 상황은 뭐란 말인가.  

사람들은 현수성에게 다른 삶을 살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어했다. 그러니까 갑자기 착한 일을 하게 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현수성은 여러 매체를 통해 사카이 대사를 만나 개심을 했다거나, 아카사카에서 남을 돕던게 계기가 됐다고 말한 모양이지만 그건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는 것이었단다.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그 답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한가지의 경험만으로 지금까지의 인생을 바꿀만한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찾자면 백혈병 바이러스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던 시점일 것이다. 처음엔 에이즈 인줄 알았던 그는 자신이 죽게 된다는 걸 알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 혼자 저 세상으로 갈순 없으니 복수할 다섯명을 죽이자 라는 것이었다.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게 아니라 살의를 먼저 느껴버린 현수성은 뒤늦게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살인에 사용하려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불쌍한지,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다가 죽는 것인지 묻게 만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책방에 들어간 그의 눈에 '비영리 법인'과 '자원봉사'라는 글귀가 들어오게 된다. 그 글귀가 묘하게 마음에 남았던 그는 살의로 불태웠던 에너지를 봉사로 바꾸게 된다. 남은 목숨을 거기에 쏟아붓자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현수성이 얼굴 만면에 미소를 띄고,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피해자들을 달래주고 눈물을 글썽이며 사연을 듣는다면 이런 변화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수성의 도움의 방식은 다른 곳과 많이 달랐는데, 처음 상담 모습을 보는 사람들에겐 독설을 퍼붓는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또 피해자가 완전히 문제를 해결하고 자립할수 있을 때까지 모든 걸 지원해주기 보단 "사람은 자기 몸뚱이 하나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갈수 있다" 며  자신이 할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주고 그 후의 일은 본인의 노력에 맡겨둔다. 그 모습이 때론 매정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니 그만큼 현명한 처사도 없는 것 같다. 구호센터를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를 100% 책임지다보면 10명을 살릴수 있는 시간에 단 1명도 살릴수 없을지 모른다.  

왜 남을 도와주느냐는 물음에 그가 한 대답이 현수성을 제대로 이해할수 있게 해주는 답 같다.   

"쪼잔한 고민 가지고 죽느니 사느니 하고 있기 때문이야. 사람을 돕는 다기보다는 개구리 돌 치워주기 같은 거지. 자비라고 해둬. 그런 간단한 동기면 됐잖아. 뭐 이런 걸로 감사하냐고. 죽을 거면 맘대로 하시고, 고민도 맘대로 해. 난 누가 죽건 힘들어하건 가렵지도 않아.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살고 싶은 사람이 온다면 전수해 줄 작적이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그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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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카페, 나는 티벳에서 커피를 판다
파주 슈보보 지음, 한정은 옮김 / 푸르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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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의 까무잡잡한 피부의 남자가 태국인 오트이고, 오른쪽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재미있는 남자가 이 책의 저자인 홍콩인 파주 슈보보이다. 저자는 본명인 요우홍강 대신 온라인 이름인 아깡 으로 더 많이 불리우는데, 이 책에도 아깡이 더 많이 쓰인다. 아깡은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친구들과 간 태국 여행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게 됐는데, 그 중에서도 2001년에 간 티벳은 그에게 신비로움과 다시 한번 가고 싶다는 바램을 낳게 했을만큼 인상적인 곳이었다. 그래서 그 바램을 실현시키기 위해 티벳으로 떠나게 되는데, 이 여행길에 오트가 함께 하게 된다.  

그런데 아깡의 티벳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카페를 하나 내서 아예 살고 싶다는 거였다. 몇 개월 여행자의 신분으로 가는 관광이 아니라, 그 곳 사람들과 같이 살며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건 당연히 심사숙고해야 할 큰 결정이었고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야 할 일이었다. 사업은 점심에 먹을 메뉴를 정하는 것 처럼 금방 할수 있는게 아닐 뿐더러, 철저히 준비해도 성공을 장담할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깡과 오트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카페를 연 것도 아니고, 만약 망해도 "어쩔수 없지" 라며 툴툴 털고 일어설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어리바리하게 해서는 1년도 버티기 어려운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아이디어가 아깡의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거였고, "티벳에 카페 낼래?"라는 황당한 제안을 오트 또한 단박에 OK 사인을 냈다는 것이다.

아깡도 '이야기가 어이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어이없이 간단하게 흘러간 것일까? 뜬금없이 비현실적으로? -p74' 라고 할 정도로 단숨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렇게 태국인과 홍콩인이 티벳에서 카페를 만들게 된 것이다. 정말 황당하지 않은가? '바람카페'의 탄생하게 된 계기가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과 동의 였다니 말이다. 그것도 티벳에서 살지도 않은 외지인이 말이다. 물론 홍콩인인 아깡이 중국의 자치구인 티벳에서 사는게 서양인이나 태국인인 오트보다 더 수월한 면도 있겠지만, 확실히 보통은 아닌 사람 같다. 저 사람좋아 보이는 웃음 뒤엔 결단력 있고 행동하는 모습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아깡과 오트는 라싸에서 카페를 열기위한 행동에 착수한다. 그런데 티벳은 부동산 중개소도 없고 각자 집주인을 만나 계약을 하는 구조인데다, 새 건물은 부동산국에서 직접 분배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더구나 철거 소문도 돌고 외지인인 아깡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들도 있어 티벳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필시 사기를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간절하면 길이 열린다고 오랜 기다림 끝에 건물의 집주인을 찾아냈고 꿈에 그리던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게 된다. 그런데 아깡은 무려 11년을 임대 계약을 하게 되는데, 카페도 자신도 어떻게 될지 앞일을 모르는 상황에서 11년 계약을 한 건 대담하다고 밖엔 표현 못하겠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을 테고 이 곳을 사랑하지 않으면 못할 배짱으로도 보이는데, 2007년 1월 18일에 계약했으니 2018년까진 아깡과 오트를 볼수 있는 셈이다.   

 

여러 사건을 겪고 난 후에 드디어 개업하게 된 바람카페는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손님들을 모으게 된다. 티벳 친구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이 곳은 단순히 커피와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곳이 되었고 다양한 인연을 만들어 냈다. 그런 다양한 인연들이 이 책에 소개되어지는데, 그러니까 이 책은 티벳의 정보를 주는 여행 책이 아니라 티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책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깡이 만난 티벳 사람들과 인연이 닿은 이들에 대한 사연이 주를 이룬다. 티벳의 문화가 간간히 나오기는 하나 부수적으로 나오고, 티벳과 중국의 정치 상황에 의한 소요 사태도 현지인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정치적인 이야기 대신, 소요 사태 때문에 여관에 갇히게 되고 전기도 끊겨 고생했던 일을 소개하는 정도로 그친다.  

아깡과 오트가 바람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티벳의 삶이 만족스러운 것도 있지만 많은 친구들을 만나서이지 않을까 싶다. 이별은 슬프지만 또 다른 만남이 있고, 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다. 바람카페가 만들어준 여러 커플들의 사연도 흥미롭고,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로서 만나며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누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언젠가 티벳에 간다면 바람카페에 꼭 한번 들러보리라. 카페 벽엔 헤이무가 그린 그림이 걸려있을 테고, 아깡이 선 보이는 마술공연도 관람할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PDA를 만지작 거리는 말수 없는 오트도 볼수 있겠지. 그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칵테일' 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자전거 이야기로 수다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바람카페의 매니저이자 수호자인 주오가도 볼수 있겠지. 티벳을 가고 싶은 또 한가지의 기분좋은 이유가 생긴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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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팻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표창원 감수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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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프로파일러'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하지 않는데, 그만큼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죄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완전 범죄를 꿈꾸는 범인들과 무차별 살인이 줄어들고 있지 않기 때문 같다. 예전에는 피해자가 생기면 관계된 주변 사람들이 용의자로 떠오르고 대부분은 그중에서 피의자가 밝혀지게 됐지만, 이제는 원한을 품지도 않을 뿐더러 안면도 없는 사람들에 의한 범죄가 많아지기 때문에 수사 해결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 현장에 도착해서 증거를 찾고 분석하는 일이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증거들을 분석하고 추리해 사건의 해결 방향을 제시해주고 범인을 유추하는 프로파일러 라는 직업이 탄생하게 됐고 더 많이 필요해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팻 브라운 이라는 프로파일러는 어떻게 해서 이 직업을 가지게 됐을까? 아마도 저자는 전문적인 프로파일러 기술을 배우고 많이 공부했을 것 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FBI와 합동 수사를 하며 높은 범인 검거율을 달성할 것 이다.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처럼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사건 수사를 의뢰한 곳에 가서 곧바로 범인을 지목하지는 못할지라도, 비슷하게는 일을 처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유명해지고 책까지 쓴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내 예상과는 반대로 팻 브라운은 범죄하고는 거리가 먼,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지키는 일에서 긍지를 느끼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프로파일러가 되겠다는 포부와 함께 전문적인 교육과 기술을 배운게 아니라, 주부였다가 우연한 계기로 프로파일러가 되었고 그마저도 대부분 자신의 노력의 공부한게 다였다. 평범한 주부와 다른점이 있다면 병원에서 수화통역사로 일하며 거짓 환자들과 범죄 피해자들을 많이 봐왔다는 점 뿐이다. 대체 팻 브라운의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범죄 프로파일러가 됐던 것일까?

살다보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사건을 접할 때가 있는데, 팻 브라운에겐 같은 마을에 사는 앤 켈리의 죽음이 그러했다. 비록 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마을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인데다, 아들과 함께 자주 가던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는것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라고 생각했기에 범인이 잡히지 않는 살인사건은 팻 브라운을 비롯한 모두에게 공포를 안겨주었다.

그때 팻 브라운에 머리엔 몇 주 전부터 자신의 집에서 하숙 하고 있는 월트 윌리엄스가 범인이라는 강한 확신이 떠올랐다. 그동안 월트에게서 꺼림칙한 기분을 느낀적이 많았기에 이런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만, 그의 방에서 증거를 찾고 월트의 거짓말이 속속 밝혀지면서 이 확신은 더 굳어지게 된다. 그래서 위험을 무릎쓰고 증거를 경찰서로 가져갔는데, 가정주부의 쓸데없는 호기심과 참견이라 여긴 경찰은 문전박대를 하게 된다. 물론 자신이 월터를 오해할수도 있겠지만, 경찰은 적어도 증거를 검토했어야만 했다. 수사에 아무런 진전도 없었기에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신고했다면 당연히 반길줄 알았는데, 오히려 무시하는 처사에 팻 브라운은 실망감과 좌절감을 맛보게 됐다.

이 실망스러운 경험이 팻 브라운을 프로파일러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그동안은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이 모든 능력을 발휘해 검거하고, 주민들은 안전하다는 확신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닌 것이다. 앤 켈리를 포함한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그들 대부분이 미결 사건으로 처리돼 우리 기억에서 점점 잊혀진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만큼 경찰들이 사건을 100%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과 수사에 정치가 개입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경찰의 한정된 자원과 예산으로는 하루에도 몇십건씩 터지는 범죄를 다 처리하지는 못할 것이다. 때로는 충분한 증거가 있음에도 여러 이유로 해결 못하기도 하고, 쉽게 해결가능한 수사에 밀리기도 한다. 어려운 수사 1가지에 매달리는 것 보다 5가지의 쉬운 수사를 맡는게 그들로선 더 나은 선택이니 말이다.  

하지만 해결되지 못한 범죄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평생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제 그들은 사건의 피의자를 찾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만이라도 알고 싶어한다.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팻 브라운은 혼자서 프로파일러 공부를 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탁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요청을 수락하게 된다. 이 모두가 무료이기 때문에 그녀는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결정을 당당하게 말할수 있었는데, 때로는 피해자 가족들이 원하지 않는 진실도 말해야만 했다. 특히 자살 사건이 그러했는데, 자살자의 가족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자살을 했다는 걸 믿지 않기 때문에 타살을 확신하게 된다. 그래서 팻 브라운에게 수사를 의뢰하는데, 자살 이라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그들 대부분이 부인한다는게 참 가슴이 아팠다.   

그녀가 맡았던 미제 사건들의 수사 일지와 도출된 용의자의 윤곽을 보면서 그 결말은 당연히 '범인이 잡혔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날줄 알았다. 사건이 발생한지 수십년이 지나 증거가 훼손되거나 없는 경우는 사건을 재수사하기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몇몇 사건은 증거도 충분하고 용의자의 알리바이도 틀리기 때문에 당연히 기소만 하면 유죄 판결이 날게 분명했기에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용의자를 추리하는 것으로만 끝나게 됐다. 단 한 사건도 용의자가 범인으로 기소되지도 재판받지도 않아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미드 '콜드케이스'처럼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다.

현실은 드라마와 영화가 아님에도 난 프로파일러가 범인을 지목하면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거라고 은연중에 믿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현실은 완벽하지 않았고 범인이 빠져나갈수 있는 구멍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팻 브라운같은 프로파일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생기고 전문성을 기른다면 유력한 용의자가 빠져나가는 일도 없을테고, 엉뚱한 수사 방향으로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처음엔 프로파일러 하면 사건의 용의자를 100% 밝혀낼수 있는 전문가 라고 여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 프로파일러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다. 팻 브라운도 말했듯이 완벽하게 모든걸 맞출수 있는 프로파일러는 없고 실수도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되고 다른 전문가들의 조언과 교류를 통해 더 나아진 프로파일러가 되는 것 같다. 경찰에게 모든 범죄를 맡기기엔 사건도 너무 많고 시간도 없다. 그때 프로파일러가 있다면 분명 많은 도움을 받을테고, 그만큼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의 짐을 덜어주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건의 진실과 범인도 모른 채 평생 고통속에 살고있는 그들을 위해 프로파일러는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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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잔나는 한국 문화에 쏙 빠졌어요
오수잔나.이원혜 지음, 최현묵 그림 / 토토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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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수잔나는 현재 한국에서 30여년 동안 머물며 예쁜 두아이와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고있다.판소리를 배우는 지윤이는 평범한 한국사람의 외모를 지녔고, 연한 갈색머리인 상혁이는 얼핏보면 미국사람처럼 생겼는데 외모 만큼이나 성격도 다르고, 식성, 취미 등이 다르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만큼은 똑같다.  

요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많아졌는데, 수잔나 가족이 대표적인 케이스 이다. 상혁이는 자신이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외모는 외국인처럼 생겼기에 간혹 오해를 받는 모양이다. 아이들로서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걱정거리가 되는데, 수잔나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들려주며 현명한 가르침을 준다. 

태어나고 자란곳이 미국이고 생김새도 미국인이기 때문에 수잔나는 미국 사람이 확실하다. 아무리 한국을 좋아해서 30여년간 살았다 할지라도 수잔나가 한국인이 될수는 없다. 하지만 국적은 미국일지라도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같이 어울려 살아가면 그게 행복 아니겠냐며 묻는다. 차이를 인정하고 나와 다른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지내는게 우리가 원하는 사회 이고 수잔나가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수잔나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건 1980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오면서 부터이다. 경상남도 사천에 있는 보건소에서 결핵 관리 요원으로 일하게 되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됐는데 말도 잘 통하지 않고, 한국말도 서툴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힘든 점도 많이 생기게 됐다. 하지만 씩씩하고 밝은 성격의 수잔나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자신은 이 모두가 처음 경험한 것이니 실수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도 수잔나를 당황하게 만든 에피소드는 많았는데 버스에서의 경험이 대표적 이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풍경인데, 가끔 의자에 앉은 어르신들이 서 있는 사람의 가방을 받아 자신의 무릎위에 얹는 경우가 있다. 그분들은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수잔나는 갑자기 앉아있는 아주머니가 자신의 가방을 가져가려고 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또 한번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광경을 목격한 이후, 자신도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고 열심히 한국말을 연습했단다. 그리고 드디어 할머니가 오시는 걸 보고 자리를 양보했는데 할머니가 거절을 하시더란다. 미국에선 한번 사양하면 다시 묻지 않기에, 수잔나도 할머니가 거절하자 다시 묻지 않았다 한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해지고 다른 분이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해서 수잔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는데, 한국엔 2~3번 정도 거절 한 후에 수락하는게 기본이라는걸 모르기에 벌어진 웃지 못할 에피소드 였다.

  

이 외에도 사천에서 겪은 일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수잔나에게 잊지 못할 곳이었나보다. 아무래도 처음 간 곳이라 수잔나가 경험한 모든게 이 곳에서 벌어져서 일 것이다. 처음 만난 온돌방, 없는게 없는 시골장터, 사람들의 인심, 결혼 잔치 등등 미국과는 많이 다른 한국의 풍경을 접하게 되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좀 더 한국을 알고싶다는 마음에 이곳에 더 있고 싶다는 큰 결심을 하게 됐고 어느 덧 30여년 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게 됐다.

  

결정적으로 수잔나로 하여금 한국을 더 사랑하게 만든 계기는 1982년에 본 김덕수 사물놀이 패의 공연이었다. 꽹고리, 북, 징, 장구로 이루어진 공연은 수잔나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안겨주었고 무턱대고 제자로 받아달라고 조르게 만든다. 한국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 대해 잘 모르던 수잔나이기에 가능한 용감한 도전이었는데, 역시나 쉽게 허락을 받지 못한다. 그렇게 탈춤과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며 김덕수 선생님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기를 어언 3년, 수잔나는 드디어 선생님들과 함께 하게 된다. 주로 사무실 청소와 매니저 역할이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와 기꺼이 한 일이기에 이보다 더 행복할순 없었다.  

아무리 살기 좋은 곳이라도 당사자가 행복하지 않고 즐겁지 않으면 그 곳에 오래 있지 못하게 된다. 그런면에서 한국은 수잔나에게 제 2의 고향을 만들어준 곳이고, 사랑하는 가족을 만들게 해준 소중한 나라이다. 사는 동안 힘든 일도 있을 테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도 발생하겠지만 이 가족은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수잔나의 30년간의 경험과 배움이 아이들에게 진실된 가르침을 줄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수잔나가 푹 빠진 한국의 문화와 풍습이 지금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우리 전통 음악을 듣는 사람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도 많이 줄어들고 있는데, 수잔나처럼 한국 문화에 쏙 빠지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가 우리 문화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같은 존경을 보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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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빈손의 사건만발 독일 여행 신나는 노빈손 세계 역사탐험 시리즈 9
김성중 지음, 이우일 일러스트 / 뜨인돌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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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빈손이 이번에 찾아간 곳은 독일 이다. 독일 하면 우선 맥주, 축구, 소세지 같은게 떠오른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는 역사적인 장면도 떠오르는데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 입장에선 참으로 부러운 일이었다. 아직도 통일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는 있지만 충분히 감수할만한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또 독일은 나치, 히틀러 라는 안좋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그럼에도 독일에서 배울점은 부끄러운 과거를 덮어버리지 않고 후손들에게 뼈아픈 과거를 가르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한다는데 있다. 철저한 반성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있자면 일본이 많이 배워야 하지 않나 싶다. 진정한 반성만이 이웃국가와의 관계를 돈독히 다지고 그토록 부르짖는 평화를 모색하는 길이니 말이다.

독일 하면 확실히 밝음 보다는 어둡고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사건사고를 만드는 노빈손의 여행을 따라 가다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점을 많이 발견하고 독일인들의 유쾌함을 만나볼수가 있다.

한수 비나이더의 세가지 유혹을 제시하며 노빈손으로 하여금 기상천외한 모험을 하게 만드는데 그 과정을 통해서 독일의 철학자,음악가도 만나고 독일이 세계전쟁을 일으킨 배경과 왜 모든 독일 국민들이 히틀러와 나치에 빠졌는지도 알려준다. 인간을 세뇌시키는 그 힘은 한 나라의 국민도 모자라 전세계 사람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위험에 빠뜨렸으니 다시는 재발되지 말아야하겠다.

엄숙한 독일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신나는 축제가 많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역시 맥주와 소세지는 빠지지가 않는 것 같다. 독일의 어두운 과거만 나열했다면 분위기가 축 처졌을 텐데 이렇게 재미있는 독일의 여러 면을 알려주니 식상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었다. 거기다 노빈손의 대활약은 역시나 굉장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엔 재미있는 퀴즈도 있으니 책을 다 읽고 나서 풀면 재미있다. 정답은 따로 수록되어 있지 않고 홈페이지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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