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잔나는 한국 문화에 쏙 빠졌어요
오수잔나.이원혜 지음, 최현묵 그림 / 토토북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수잔나는 현재 한국에서 30여년 동안 머물며 예쁜 두아이와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고있다.판소리를 배우는 지윤이는 평범한 한국사람의 외모를 지녔고, 연한 갈색머리인 상혁이는 얼핏보면 미국사람처럼 생겼는데 외모 만큼이나 성격도 다르고, 식성, 취미 등이 다르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만큼은 똑같다.  

요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많아졌는데, 수잔나 가족이 대표적인 케이스 이다. 상혁이는 자신이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외모는 외국인처럼 생겼기에 간혹 오해를 받는 모양이다. 아이들로서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걱정거리가 되는데, 수잔나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들려주며 현명한 가르침을 준다. 

태어나고 자란곳이 미국이고 생김새도 미국인이기 때문에 수잔나는 미국 사람이 확실하다. 아무리 한국을 좋아해서 30여년간 살았다 할지라도 수잔나가 한국인이 될수는 없다. 하지만 국적은 미국일지라도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같이 어울려 살아가면 그게 행복 아니겠냐며 묻는다. 차이를 인정하고 나와 다른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지내는게 우리가 원하는 사회 이고 수잔나가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수잔나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건 1980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오면서 부터이다. 경상남도 사천에 있는 보건소에서 결핵 관리 요원으로 일하게 되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됐는데 말도 잘 통하지 않고, 한국말도 서툴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힘든 점도 많이 생기게 됐다. 하지만 씩씩하고 밝은 성격의 수잔나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자신은 이 모두가 처음 경험한 것이니 실수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도 수잔나를 당황하게 만든 에피소드는 많았는데 버스에서의 경험이 대표적 이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풍경인데, 가끔 의자에 앉은 어르신들이 서 있는 사람의 가방을 받아 자신의 무릎위에 얹는 경우가 있다. 그분들은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수잔나는 갑자기 앉아있는 아주머니가 자신의 가방을 가져가려고 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또 한번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광경을 목격한 이후, 자신도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고 열심히 한국말을 연습했단다. 그리고 드디어 할머니가 오시는 걸 보고 자리를 양보했는데 할머니가 거절을 하시더란다. 미국에선 한번 사양하면 다시 묻지 않기에, 수잔나도 할머니가 거절하자 다시 묻지 않았다 한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해지고 다른 분이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해서 수잔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는데, 한국엔 2~3번 정도 거절 한 후에 수락하는게 기본이라는걸 모르기에 벌어진 웃지 못할 에피소드 였다.

  

이 외에도 사천에서 겪은 일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수잔나에게 잊지 못할 곳이었나보다. 아무래도 처음 간 곳이라 수잔나가 경험한 모든게 이 곳에서 벌어져서 일 것이다. 처음 만난 온돌방, 없는게 없는 시골장터, 사람들의 인심, 결혼 잔치 등등 미국과는 많이 다른 한국의 풍경을 접하게 되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좀 더 한국을 알고싶다는 마음에 이곳에 더 있고 싶다는 큰 결심을 하게 됐고 어느 덧 30여년 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게 됐다.

  

결정적으로 수잔나로 하여금 한국을 더 사랑하게 만든 계기는 1982년에 본 김덕수 사물놀이 패의 공연이었다. 꽹고리, 북, 징, 장구로 이루어진 공연은 수잔나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안겨주었고 무턱대고 제자로 받아달라고 조르게 만든다. 한국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 대해 잘 모르던 수잔나이기에 가능한 용감한 도전이었는데, 역시나 쉽게 허락을 받지 못한다. 그렇게 탈춤과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며 김덕수 선생님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기를 어언 3년, 수잔나는 드디어 선생님들과 함께 하게 된다. 주로 사무실 청소와 매니저 역할이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와 기꺼이 한 일이기에 이보다 더 행복할순 없었다.  

아무리 살기 좋은 곳이라도 당사자가 행복하지 않고 즐겁지 않으면 그 곳에 오래 있지 못하게 된다. 그런면에서 한국은 수잔나에게 제 2의 고향을 만들어준 곳이고, 사랑하는 가족을 만들게 해준 소중한 나라이다. 사는 동안 힘든 일도 있을 테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도 발생하겠지만 이 가족은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수잔나의 30년간의 경험과 배움이 아이들에게 진실된 가르침을 줄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수잔나가 푹 빠진 한국의 문화와 풍습이 지금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우리 전통 음악을 듣는 사람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도 많이 줄어들고 있는데, 수잔나처럼 한국 문화에 쏙 빠지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가 우리 문화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같은 존경을 보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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