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카페, 나는 티벳에서 커피를 판다
파주 슈보보 지음, 한정은 옮김 / 푸르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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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의 까무잡잡한 피부의 남자가 태국인 오트이고, 오른쪽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재미있는 남자가 이 책의 저자인 홍콩인 파주 슈보보이다. 저자는 본명인 요우홍강 대신 온라인 이름인 아깡 으로 더 많이 불리우는데, 이 책에도 아깡이 더 많이 쓰인다. 아깡은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친구들과 간 태국 여행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게 됐는데, 그 중에서도 2001년에 간 티벳은 그에게 신비로움과 다시 한번 가고 싶다는 바램을 낳게 했을만큼 인상적인 곳이었다. 그래서 그 바램을 실현시키기 위해 티벳으로 떠나게 되는데, 이 여행길에 오트가 함께 하게 된다.  

그런데 아깡의 티벳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카페를 하나 내서 아예 살고 싶다는 거였다. 몇 개월 여행자의 신분으로 가는 관광이 아니라, 그 곳 사람들과 같이 살며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건 당연히 심사숙고해야 할 큰 결정이었고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야 할 일이었다. 사업은 점심에 먹을 메뉴를 정하는 것 처럼 금방 할수 있는게 아닐 뿐더러, 철저히 준비해도 성공을 장담할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깡과 오트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카페를 연 것도 아니고, 만약 망해도 "어쩔수 없지" 라며 툴툴 털고 일어설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어리바리하게 해서는 1년도 버티기 어려운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아이디어가 아깡의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거였고, "티벳에 카페 낼래?"라는 황당한 제안을 오트 또한 단박에 OK 사인을 냈다는 것이다.

아깡도 '이야기가 어이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어이없이 간단하게 흘러간 것일까? 뜬금없이 비현실적으로? -p74' 라고 할 정도로 단숨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렇게 태국인과 홍콩인이 티벳에서 카페를 만들게 된 것이다. 정말 황당하지 않은가? '바람카페'의 탄생하게 된 계기가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과 동의 였다니 말이다. 그것도 티벳에서 살지도 않은 외지인이 말이다. 물론 홍콩인인 아깡이 중국의 자치구인 티벳에서 사는게 서양인이나 태국인인 오트보다 더 수월한 면도 있겠지만, 확실히 보통은 아닌 사람 같다. 저 사람좋아 보이는 웃음 뒤엔 결단력 있고 행동하는 모습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아깡과 오트는 라싸에서 카페를 열기위한 행동에 착수한다. 그런데 티벳은 부동산 중개소도 없고 각자 집주인을 만나 계약을 하는 구조인데다, 새 건물은 부동산국에서 직접 분배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더구나 철거 소문도 돌고 외지인인 아깡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들도 있어 티벳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필시 사기를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간절하면 길이 열린다고 오랜 기다림 끝에 건물의 집주인을 찾아냈고 꿈에 그리던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게 된다. 그런데 아깡은 무려 11년을 임대 계약을 하게 되는데, 카페도 자신도 어떻게 될지 앞일을 모르는 상황에서 11년 계약을 한 건 대담하다고 밖엔 표현 못하겠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을 테고 이 곳을 사랑하지 않으면 못할 배짱으로도 보이는데, 2007년 1월 18일에 계약했으니 2018년까진 아깡과 오트를 볼수 있는 셈이다.   

 

여러 사건을 겪고 난 후에 드디어 개업하게 된 바람카페는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손님들을 모으게 된다. 티벳 친구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이 곳은 단순히 커피와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곳이 되었고 다양한 인연을 만들어 냈다. 그런 다양한 인연들이 이 책에 소개되어지는데, 그러니까 이 책은 티벳의 정보를 주는 여행 책이 아니라 티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책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깡이 만난 티벳 사람들과 인연이 닿은 이들에 대한 사연이 주를 이룬다. 티벳의 문화가 간간히 나오기는 하나 부수적으로 나오고, 티벳과 중국의 정치 상황에 의한 소요 사태도 현지인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정치적인 이야기 대신, 소요 사태 때문에 여관에 갇히게 되고 전기도 끊겨 고생했던 일을 소개하는 정도로 그친다.  

아깡과 오트가 바람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티벳의 삶이 만족스러운 것도 있지만 많은 친구들을 만나서이지 않을까 싶다. 이별은 슬프지만 또 다른 만남이 있고, 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다. 바람카페가 만들어준 여러 커플들의 사연도 흥미롭고,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로서 만나며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누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언젠가 티벳에 간다면 바람카페에 꼭 한번 들러보리라. 카페 벽엔 헤이무가 그린 그림이 걸려있을 테고, 아깡이 선 보이는 마술공연도 관람할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PDA를 만지작 거리는 말수 없는 오트도 볼수 있겠지. 그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칵테일' 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자전거 이야기로 수다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바람카페의 매니저이자 수호자인 주오가도 볼수 있겠지. 티벳을 가고 싶은 또 한가지의 기분좋은 이유가 생긴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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