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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 달하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192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2월
평점 :
김소연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그의 초기작, 그가 젊었을 때 썼던 시를 읽을 수 있어 기뻤다.
시인이 요즘 쓰는 시와 글에 비해 훨씬 날이 서있고, <마음사전>과는 다르게 극단적인 어휘 선택도 보인다.
고요한 듯한 시인, 아름다운 문장만 써내는 줄 알았던 그에게도 불안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그 시기를 지나왔음에 안도하게 된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누구나 걸었어야 하는 그 길이니까. 그 시기의 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최근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훨씬 고립되어 있고 막막하고 연결을 거부하는 시들이 눈에 보인다.
잠자는 순간 외에는 외롭다는, 나는 세상의 바깥에 있다는, 그러다 호기롭게 연연할 가치 없는 세상이라고도 말하지만, 여전히 세상에 대한 동경의 시선을 보내고, 그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화자의 마음이 엿보인다.
그러기에 내가 느끼는 것은, 언젠가는 세상에 나가야 한다는 것. 그 문은 내 스스로 열어야 한다는 것.
시인의 초기작을 읽어 행복한 날이다.
세상에 대해 나는 당신들의 바깥에 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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