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밀리언셀러 클럽 120
돈 윈슬로 지음, 전행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볍고 유쾌한 90년대 미국식 탐정 닐 캐리.

주인공 닐 캐리는 소매치기를 일삼는 거리의 소년이었다가 의수를 한 조 그레이엄을 만나 탐정으로 훈련받는다.

닐 캐리 시리즈의 첫 번째라고 하는 이 작품에서는 미행하기와 물건 찾기 훈련 과정이 그려진다.

닐 캐리가 상대에게 하는 말과 속마음의 다름 때문에 간간이 웃었다.

이제껏 접했던 일본식 추리 장르가 긴박감과 긴장, 비정한 사회, 인간성의 상실로 비장미가 흐른다면 돈 윈슬로의 추리는 유쾌하고 휴머니즘이 살아있다.

닐 캐리와 조 그레이엄이 관계를 형성한 후 서로를 성장시키는 과정과 결핍을 채워주는 장면이 그렇다. 닐은 그레이엄과 맺은 새로운 관계를 그 안에서 끝내지 않고, 그가 찾아야 하는 앨리가 마약중독에 빠져 허우적댈 때 경험을 되살려 앨리의 버팀목이 된다.

물론, 그의 임무가 앨리를 찾아서 중독을 치료하고 정해진 날짜에 멀쩡한 모습으로 데려다 놓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앨리와 신뢰감을 형성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시간은 남녀관계가 아니라 인간 사이의 연대로 느껴진다.

콜린 때문에 앨리가 다시 마약을 주사했을 때 좌절을 크게 느꼈는데, 닐 캐리와 앨리의 노력이 임무 때문이라 생각지 않아서다.

이미 훌륭한 장르소설, 장르영화, 장르드라마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1991년에 발표된 이 소설이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러나 셜록이나 애거서 크리스티, 미시마 유키오 등과 비교했을 때는 색다른 미국식 탐정소설이다.

무엇보다 유쾌하고, 그림을 그린 듯한 장면들이 읽기 쉬운 편이다.

추리의 긴장감 보다 인물 행동의 원인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무게가 실렸다.

서사 문법에 맞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우상향하는 갈등이 있고, 탐정 미션의 마지막은 배반이라는 작가의 말도 복선으로 잘 깔렸다.

요즘 접한 추리 장르는 두뇌 싸움보다 그 사건을 둘러싼 인물의 입장과 관계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비밀의 숲 시즌2가 그렇고 이 소설이 그랬다.

자칫 인물에만 집중하면 사건에서 맥 빠지는 것이 장르인데, 이 소설은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 불만이 있다면 오타가 많은 것.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2011년에 펴낸 판으로 읽었는데 대체 편집자는 마지막 교정 교열 안 본 것인지 화가 났다. 많은 책들이 소소하게 오타가 있지만, 이 책, 1판 1쇄는 심할 정도로 오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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