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1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줄거리

중부 유럽에 위치한 약소국 그랜드 펜윅.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군주제 국가로 와인 생산이 국가 수입의 전부라 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의 원조를 받길 원한다. 공산주의 국가 혹은 패전국에 경제 원조를 하는 것을 발견, 방법을 모색하다가 전쟁에 지기 위해 미국에 선전포고한다. 범선을 타고 14세기에 머무른 듯한 구식 무기와 갑옷을 걸친 소규모 병력이 뉴욕에 도착해 승전, Q폭탄을 전리품으로 챙겨 고국으로 가져간다. 핵폭탄보다 위력이 더욱 세다는 Q폭탄을 가진 그랜드 펜윅에는 냉전시대 강대국들이 줄을 선다. Q폭탄 처리에 고심하던 그랜드 펜윅은 약소국 연합을 제안하여 세계질서를 재편한다.

감상

아일랜드 출신 작가의 책이기 때문에 기대를 안고 읽었고 발랄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풍자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 후반부 Q폭탄 처리 문제와 결말에서는 1953년에 연재된 소설의 한계가 드러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쾌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국의 공습경보 훈련을 하는 장면이다. 정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을 국민에게 경고하다가 훈련경보를 발효하고 국민들은 방공호에 숨게 된다. 이 때문에 뉴욕에 상륙한 그랜드 펜윅의 병사들은 전과를 올리게 되는데, 이들의 모습을 본 뉴욕 경찰은 기이한 갑옷 때문에 그랜드 펜윅을 화성 외계인이라 착각한다. 

때마침 이유도 모른 채 지하 방공호에 숨어 있어야 했던 시민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해야만 했으므로 경찰발 가짜 뉴스를 받아들인다. 화성 외계인이 침공했고, 자신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 믿는 것이다. 그것은 모두,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책과 비합리적인 자신들의 상황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가짜 뉴스, 부정확한 정보, 소문을 믿게 되는 메커니즘이 드러나는 장면이라 다른 어떤 장면보다도 강렬하게 남는다.

이 소설이 연재된 것이 1953년이기 때문에 현재 관점에서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약소국 명단에 이스라엘이 포함된다든가 하는. 팔레스타인이 포함돼야 옳지 않은가. 과연 UN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약소국 연합이 해낼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강하게 따라온다. 당시의 미국 정부를 그리는 작가의 시선이 상당히 순진하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이후 수많은 전쟁을 만들었던 미국이기에 미정부에 대한 시선은 동의하기 어렵다. 또, 약소국 군주 글로리아나와 승전을 올린 배스컴과의 청혼 장면도 동화 플롯을 따랐다는 점에서 오글거리는 면이 있다. 그마저도 풍자와 유쾌한 상상력을 위한 작가의 의도였겠지 선해하게 된다. 

요즘의 감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말과 논의 과정이지만, 이런 상상력을 가진 작가가 오늘날 같은 소재로 글을 쓴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하다.

강대국에 대항하는 약소국의 논의 과정, 최소한의 인명피해로 승전하는 약소국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지켜보며 약체인 다윗이 그의 꾀로 승리하는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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