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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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의 중단편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

이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남편이 죽었거나 자식이 죽었거나 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이다.

표제작 <환상의 빛>에서는 남편이 왜 자살했는지 몰라 7년이 지나도록 자기 삶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산다. 오랜 방황 끝에 전 남편이 왜 자살했을지, 현재의 남편이 지나가는 말처럼 사람이 혼이 나가면 그럴 때도 있다고 이야기해주면, 그 말에 드디어 주인공의 마음은 현실에 발붙일 틈이 생긴다. 그렇게 마음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은 삶이나 멀어져 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이기도 하지만. 

<밤 벚꽃>은 이 소설집에서 가장 좋았는데, 남편과 20년 전 이혼한 여자의 자녀가 최근에 죽는 일이 발생한다. 하숙을 놓으려다가 전 남편의 만류 때문에 마음을 접으려는데 젊은 남자가 하루만 묵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는 바람에 그를 하룻밤만 들이기로 한다. 약속한 시간에 남자는 여자를 데려와, 오늘 결혼했고 첫날밤이라고 한다. 자녀의 죽음을 경험한 주인공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혹시 저들이 동반자살하려는 것은 아닌지. 늦은 밤 그들이 묵고 있는 이층으로 살그머니 올라가다가 둘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밤에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벚꽃을 보며 그 풍경을 마음에 담고 있었고,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윤기 흐를 그들의 미래를 속삭이고 있었다. 그제야 주인공은 안심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오면서, 자신도 이제 어떤 여자라도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을 갖게 된다. 자신의 껍질과 상처받은 마음, 미숙했던 젊은 날의 선택 등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짧은 소설들인데 가볍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는 것.

아직 그런 경험이 없어서인지 죽은 사람의 억울함이나 죽은 사람의 소원보다도 나는 살아남은 사람의 마음에 시선이 더 간다. 무책임하게 위로를 건네려는 시도는 하지 못한다. 그저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그들의 삶을 살면 좋겠다. 상실만으로도 가슴 아픈데, 억울한 상실에 어처구니없는 사후 처리, 주변의 여론 등은 얼마나 더 깊게 찔러 오는 칼날인가.  

표제작 <환상의 빛>은 1979년에 일본에서 발표된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한국에서 2014년 12월에 다시(?) 출간됐다.

자식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그 시대, 그 사람들에게. 마음 붙일 공간을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간기면을 보다가 출판사의 마음이 그냥 그렇게 상상이 됐다. 그런 따뜻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출판사라면 앞으로 출간하는 책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바다출판사에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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